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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속의 구원 스토리에서 이어짐)

 

 

# 로체스트 로나운 성채

 

(타라타 왕성 복도.)

 

(밀레드는 왠지 모를 불안함에 발걸음을 재촉했다.)

 

밀레드 : …….

 

(노크를 해보지만 방 안에서는 그 어떤 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밀레드는 조심스레 손잡이를 돌려 문을 열었다.)

 

밀레드 : …클레르?

 

클레르 : ……!

 

레무 : ……?

 

(방 안에서는 레무가 클레르의 붕대를 교체해 주고 있었다.)

(갑자기 들이닥친 밀레드와 눈이 마주친 클레르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밀레드 : 크, 클레르! 미, 미안…….

 

(밀레드는 황급히 문을 닫고 뒤돌아섰다.)

(잠시 후 옷매무새를 단장한 클레르와 레무가 일행을 맞이했다.)

 

…….

 

(타라타 왕성 클레르의 방.)

 

클레르 : 폐하, 플레이어. 복귀하셨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무사하셔서 천만다행입니다.

 

밀레드 : …응. 그보다….

 

(밀레드는 창가에서 게르트루트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레무 쪽을 흘깃 보고는 소리를 죽여 클레르에게 묻는다.)

 

밀레드 : 레무와는 아무 일도 없었어?

 

클레르 : 무슨 말씀인지….

 

[설명한다.]

 

(플레이어는 마키나의 이야기를 조심스레 꺼냈다. 이야기를 듣는 클레르의 얼굴에 어두운 과거의 그림자가 드리웠다.)

 

밀레드 : …우선 사과부터 할게. 클레르. 과거의 악연을 몰랐어. 난 그걸 모르고 레무를 당신에게…….

 

클레르 : 사과하실 일이 아닙니다, 폐하. 과거의 책임이 있다면 온전히 저의 것입니다.

그 대가로 원한의 비수가 날아든다면 전 기꺼이 받아들일 겁니다.

 

[반박한다.]

 

클레르 : 이제 막 마족과 연합이 이뤄진 형국에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진다면 또다시 불협화음이 일어날 거란 말씀이군요.

전 아직 당신의 넓은 시야에 미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한편 창가에서는 게르트루트가 레무를 다그치고 있었다.)

 

게르트루트 : …우리와 베르베로 돌아가자, 레무.

 

레무 : 싫어요. 레무는 여기서 해야 할 일이 있어요.

 

게르트루트 : 레무, 넌 아직 어려. 게다가 저 여자는…….

 

(게르트루트는 차마 말을 이을 수 없었다. 그러자 레무는 순수한 얼굴로 그녀를 올려다본다.)

 

레무 : 왜요? 언니는 클레르 님이 빨리 나아서… 자기가 한 일에 대한 대가를 치르는걸… 원치 않는 건가요?

 

게르트루트 : …못하는 소리가 없구나.

 

(그때 클레르가 그들 곁으로 다가왔다.)

 

클레르 : 레무가 제게 해코지할 생각이었다면 기회는 충분했을 겁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죠.

저는 이 아이를 믿습니다. 만일 불의의 사고가 생긴다고 해도 그것은 저의 업보일 뿐입니다.

두 분께서 허락하신다면 제가 회복할 때까지만이라도… 레무와 함께하게 해주십시오.

 

(레무는 클레르의 뒤로 몸을 숨긴 채 순진한 눈으로 두 사람을 바라봤다. 하지만 그 미소는 어딘가 서늘했다.)

(결국 레샤우와 게르트루트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메르 : …플레이어, 밀레드. 이곳은 일단락된 것 같아. 이제 브린이 오라고 했던 서고로 가볼까?

 

[알았다.]

 

(클레르에게 양해를 구한 뒤 방을 나서 서고로 향했다.)

 

…….

…….

 

(바다 마을 모르반 촌장의 집.)

 

메브 : …마침내 찾아오셨군요. 드라우의 모르간트.

 

모르간트 : …….

 

(모르간트는 처음 보는 노파가 자신의 이름을 안다는 사실에 불편한 기색을 감출 수 없었다.)

 

모르간트 : 내가 올 걸 알고 있었나?

 

메브 : 네, 그래요. 화마에 휩싸인 드라우의 고향. 벤 체너의 지하도시 브리디스. 그곳의 유일한 생존자…….

이를 어찌 운명이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요.

 

(모르간트는 브리디스의 참극을 떠올렸다.)

(갑작스레 벤 체너가 끓어오르는 산으로 변하고 지하로 쏟아지는 용암에 모든 것이 재가 되던 그날을…….)

 

모르간트 : 한낱 인간 주제에 브리디스의 일을 알고 있다니…. …역시 너로군. 또 다른 예언자.

 

메브 : …….

 

모르간트 : 단도직입적으로 이야기하지. …일족의 예언자 놀엔은 무언가에게 지배당하고 있다.

그리고 난 그녀의 명령에 따라 침묵의 기사단을 절멸하고 반지를 바쳤다. 이것 또한 운명이라 할 수 있는가?

그렇다면…. 난 뭘 해야 하는가?

 

메브 : 잘 찾아오셨습니다. 모르간트. 저 역시 오랫동안 당신을 기다리고 있었으니까요.

 

모르간트 : …….

 

메브 : 아마도 긴 이야기가 될 것 같네요. 거기 앉으세요.

 

(모르간트는 메브의 말대로 나무 의자에 앉았다.)

(메브는 그를 한참 동안 응시하다가 이야기를 시작했다.)

 

…….

…….

 

(타라타 왕성 서고.)

 

(서고 안은 묵직한 침묵과 낡은 양피지 냄새로 가득했다.)

(책장 넘기는 소리와 때때로 논쟁을 주고받는 스승과 제자의 목소리가 그 빈틈을 메울 뿐이었다.)

 

브린 : …이게 사실이라면 우리가 지금까지 당연히 여겨온 모든 관념이… 뿌리부터 흔들리는 겁니다.

 

세르하 : …….

 

(세르하는 충격적인 사실에 차마 말을 잇지 못하고 있었다.)

 

리엘 : 히히히. 애초에 성립조차 하지 않던 낡고 후진 이론이었던 셈이지. 창조주와 피조물이라니.

하지만 누구도 나서질 않았어. 그 오랫동안 인류를 옥죄여 온 틀을 부숴야 하니까.

 

(그때 플레이어와 메르, 밀레드가 서고 안으로 들어왔다.)

 

메르 : 뭔가 알아낸 게 있어? 세르하의 표정이 어두운데.

 

브린 : 그렇습니다. 우리는… 신의 본질에 한 걸음 다가섰습니다.

 

메르 : 신의 본질…? 대체 무슨….

 

브린 : 메르, 당신은 지금 인간입니까? 아니면 여전히 신 마나난입니까?

 

메르 : …글쎄. 지금의 난 날개를 잃었으니… 인간이라고 보는 게 맞지 않을까?

 

브린 : …이상하지 않습니까? 성력을 상실한 신은 어째서 인간이 되는 걸까요? 이 책은 그 답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메르 : 답이라니….

 

브린 : 신은… 창조주가 아닙니다. 인간이 만들어 낸 사념입니다.

 

(브린의 말에 모두가 할 말을 잃은 채 멍하니 그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밀레드 : 사념……?

 

브린 : 그렇습니다. 수많은 이들의 믿음과 경외가 모여 거대한 에너지의 집합체, 즉 사념체가 됩니다.

예컨대 작은 항구의 어부가 바다에 대한 경외를 가졌다고 가정하죠.

그 경외심, 그 믿음이 곧 아주 작은 단위의 사념 에너지입니다.

그런 믿음이 수없이 모여 사념체. 마나난이 탄생하는 것이죠.

 

메르 : …….

 

밀레드 : 그 사념체가… 우리가 알고 있는 신이라는 이야기야?

 

브린 : 그건 아닙니다. 사념체는 영적인 형태에 가깝습니다.

현신, 즉 강림하기 위해서는 그 힘을 담을 그릇이 필요합니다.

 

밀레드 : 그릇이라면… 생명체를 말하는 건가……?

 

브린 : 그렇습니다. 어마어마한 성력을 담을 수 있는… 아주 특별한….

 

(브린은 잠시 티이. 아니, 모리안을 떠올리며 말끝을 흐렸다.)

 

세르하 : 신의 그릇…….

 

(세르하 역시 가슴에 손을 얹으며 불안한 기색을 감출 수 없었다.)

 

키안 : …….

 

(키안 역시 굳은 표정으로 세르하를 지키려는 듯 한 발짝 앞에 섰다.)

 

밀레드 : …브린의 이야기를 들으니 퍼즐이 맞춰지는 기분이야. 마하 역시 비슷한 이야기를 했었지. 그릇이 낡았다고….

그렇다면 한 가지 의문이 있어. 인간의 육체에 신이 깃드는 게 강림이라면… 그 자아는 누구의 것이지?

그릇의 인격인가? 아니면 사념의 신격인가?

 

브린 : 완전한 강림이라면 그릇의 인격은 소멸합니다. 모리안이 그 예시죠.

 

브린 : 반대로 불완전한 강림이라면… 루나 키홀처럼 인격과 신격이 공존하는 혼돈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리엘 : 히히히, 추측건대 내 몸에 맞는 옷처럼 신에게도 딱 맞는 그릇이 존재할 거야.

 

밀레드 : …그렇다면 누아자의 그릇… 완전한 강림을 하려면 그 그릇부터 찾아야 하는 걸까……?

 

브린 : 글쎄요. 만일 필요했다면 누아자가 이 사실을 어떤 방법으로든 전했을 겁니다.

따로 말하지 않은 건 그럴 필요가 없어서가 아닐까요? 아니면 이미 말했을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눈치채지 못했을 뿐.

 

밀레드 : …….

그렇다면 봉인된 누아자를 깨워 그릇에 강림을 시켜야 한다는 이야기네. 하지만 어떻게…?

여신 모리안에 대해서는 수많은 기록이 존재하지만…. 누아자에 대해서는 이름조차 생소하잖아.

이런 상황에서 누아자에 대한 단서를 찾는다는 건… 모래사장에서 바늘을 찾는 것과 다를 바가 없어 보여.

 

메르 : …누아자에 대한 기록이 없는 건 누군가에 의해 지워졌을 가능성이 커.

어쩌면… 그 누군가가 누아자 본인일 수도 있어.

 

세르하 : …….

 

(동료들이 열띤 토론을 벌이는 와중, 세르하의 시선은 먼 곳을 응시한 채 상념에 잠겨 있었다.)

(목소리가 점점 멀어지고 의식조차 희미해져 갔다.)

 


누아자 : 이것은 운명… 잊혀진 땅, 에린의 비보… 길을 열게 함이라…….

세르하 : …….

 

세르하 : …누아자 님께서는 운명을 설계하신 분.

그분의 설계에 따라… 운명은 잊혀진 땅 어딘가, 에린의 비보에…….

 

(세르하가 혼잣말처럼 읊조리는 말들에 서고가 고요해졌다.)

 

세르하 : …헙, 제가 무슨 소리를….

 

(세르하가 정신을 차리고 나서는 본인이 한 말들을 믿을 수 없다는 듯 두 손으로 입을 가렸다.)

 

브린 : …세르하 양. 뭔가를 보신 거로군요. 어쩌면 그것이 누아자가 전하려는 말일지도 모릅니다.

잊혀진 땅이라…….

 

세르하 : 죄송해요. 제대로 듣질 못했어요. 게다가 속뜻을 모를 암호 같은 이야기라…….

 

메르 : …….

에린의 비보……. 설마……?

 

리엘 : 히히, 그래, 그 설마가 맞을 거야.

 

브린 : 짚이는 게 있습니까?

 

메르 : 그래. 까맣게 잊고 있었어. 에린의 비보, 그것이 누아자의 봉인과 연관되어 있을 줄이야…….

머나먼 옛날, 에린의 비보는 그것을 지키는 필리들에게 맡겨졌어.

 

브린 : 필리가 대체 뭡니까?

 

메르 : …필리는 한때 누아자와 영광의 시대를 함께했던 불멸자들을 이르는 말이야.

그들은 누아자가 봉인되던 최후의 날 각자가 맡은 비보를 가지고 뿔뿔이 흩어졌다고 했어.

 

브린 : 흥미롭군요. 그 비보에 대해서도 들려주십시오.

 

메르 : 운명의 권좌, 리어 팔.

필멸의 가시, 아라드바르.

영원의 불꽃, 칼리번.

마르지 않는 솥, 운드리.

 

브린 : …많기도 하군요. 그 비보가 어딘가에 존재하고…. 그걸 모으면 누아자를 깨울 수 있다는 겁니까?

 

메르 : 누아자는 역사에서 자신의 이름만 지운 게 아니야. 그 네 개의 비보와 함께 잊혀졌어.

그 힘이 누군가의 손에 들어가는 걸 경계했던 거지.

 

브린 : …그렇군요.

 

키안 : 그럼 세르하 님이 말씀한 잊혀진 땅은 대체 어디를 말하는 겁니까?

 

밀레드 : 과거 트레저헌터 시절……. 잊혀진 땅에 대해서 들어본 적이 있어.

하늘에 떠 있는 네 개의 섬이 하나로 합쳐져 지상으로 추락했다는… 심한 과장이 섞인 그런 이야기였는데…….

 

브린 : …제가 아는 바로는 실제로 존재하는 장소입니다. 고고학 서적에서 관련 내용을 본 적이 있습니다.

 

메르 : 그래… 내게도 짚이는 부분이 있어.

 

밀레드 : 잊혀진 땅….

 

브린 : 일단 그 짚이는 구석부터 찾아보는 게 순리겠군요. 서고에서 관련 자료를 검토해 보겠습니다.

각자 채비를 마치고 자정쯤 다시 모이는 걸로 할까요?

 

키안 : 알겠습니다. 배낭을 든든히 챙겨야겠군요.

 

밀레드 : 나도 잊혀진 땅에 대해서 좀 더 알아봐야겠어. 이따가 만나자. 플레이어.

 

(각자의 준비를 위해 서고를 떠나던 그때 잠자코 지켜보던 리엘이 다가왔다.)

 

리엘 : 히히, 건투를 빌게. 친구들.

 

브린 : …뭡니까? 마치 나는 안 간다는 말처럼 들리는군요.

 

리엘 : 히히. 믿음이 신을 만든다면…. 불신은 신을 부술 수 있지 않을까?

그 붕대 친구가 남긴 책에서 재미있는 구절을 봤거든.

너희는 누아자의 장난감을 찾으러 가. 나는 이 전쟁을 끝낼 다른 방법을 찾아볼 테니까.

 

브린 : …일리가 있긴 하지만… 스승님 혼자서는 위험하지 않을까요?

 

리엘 : 히히, 바보 제자 녀석아. 위험하지 않은 전쟁이 있긴 하더냐? 쓸데없는 걱정하지 말고 네 앞가림이나 잘하거라.

 

(리엘이 서고의 문을 열고 나가려던 순간 브린의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왔다.)

 

브린 : 스승님.

 

리엘 : 응?

 

브린 : …잘하십시오. 딱히 걱정된다거나 그런 건 아닙니다.

 

리엘 : 히히히. 바보 제자 녀석.

 

(그 말을 끝으로 리엘의 발소리와 지팡이 소리가 어두운 복도 저편으로 유유히 멀어져 갔다.)

 

 

(스토리 잊혀진 진실 완료)

(잊혀진 땅으로 스토리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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