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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보상

: 경험치 8,850,000

: 골드 57,000


 

(사명의 딜레마 스토리에서 이어짐)

 

 

# 로체스트 로나운 성채

 

(카사르 성채.)

 

(모르간트가 회랑을 무너뜨리며 모습을 감춘 뒤.)

(자욱한 먼지가 회랑을 가득 채운다.)

 

메르 : 모두들 무사한 거야?

 

밀레드 : 콜록, 콜록, 난 괜찮아.

레무, 괜찮니?

 

레무 : (작게 고개를 끄덕인다.)

 

키안 : 저와 세르하 님도 무사합니다.

 

리엘 : 휴…….

 

(리엘은 하늘로 뻗은 손을 내린다. 그러자 얇고 투명한 마법 보호막이 사라진다.)

 

브린 : 찰나에 보호 마법을 사용하시다니……. 역시 대마법사 로센리엔 답군요.

 

리엘 : 히히. 방금 건 우리를 노린 공격이 아니었어. 귀찮은 벌레를 쫓으려는 모양새였지.

 

브린 : 후, 멋대로 공격을 해올 때는 언제고……. 끝까지 제멋대로군요.

 

(일행은 잠시 숨을 고른 뒤, 회랑 너머의 별관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

 

(육중한 서고의 문을 보고는 메르는 뭔가 눈치챘다.)

 

메르 : 음…? 이건…….

 

브린 : …마법이군요. 겉보기엔 평범한 문이지만 아주 단단히 잠겨있습니다.

 

밀레드 : 스피노스 님이 한 것일까…?

 

브린 : 아마도 그렇겠죠.

 

리엘 : 바보 제자. 열쇠를 써. 스피노스가 준 열쇠는 뒀다가 사탕이랑 바꿔 먹을 거냐?

 

브린 : 플레이어. 열쇠로 열어 보시죠.

 

[열쇠로 연다.]

 

(육중하고 오래된 문은 기분 나쁜 마찰음을 내며 열렸고,)

(그 안으로는 수백 년은 족히 묵었을 법한 먼지 냄새와 함께 서늘한 공기가 쏟아져 나왔다.)

 

리엘 : 히히, 이거 완전 유령이라도 튀어나올 분위기인데?

 

브린 : …놀랍군요. 외부 회랑은 일부 붕괴되었지만 이 서고 내부는 마치 시간이 비껴간 듯 온전합니다.

강력한 보존 마법이라도 걸려 있었던 걸까요?

 

(브린의 횃불 빛이 닿는 곳마다 아치형의 높은 천장까지 닿을 듯한 거대한 책장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책장에는 가죽이나 나무껍질로 장정된 두꺼운 고서들이 빈틈없이 꽂혀 있었고 몇몇은 이미 바스러질 듯 위태로워 보였다.)

(중앙에는 거대한 원목 테이블이 놓여 있었고 그 위에는 먼지가 수북이 쌓인 채 물건들이 흩어져 있었다.)

(공기 중에는 묵직한 침묵과 함께 고대 지식의 무게감이 감도는 듯했다.)

 

밀레드 : …스피노스 님은… 이런 곳에 무얼 남긴 걸까?

 

메르 : 단순한 지식 탐구는 아니었을 거야.

그가 마지막에 남긴 열쇠라면……. 분명 그가 가장 중요하게 여겼던 무언가와 연결되어 있겠지.

어쩌면… 루와 관련된 것일 수도.

 

세르하 : …이곳… 왠지 모르게 슬픈 기운이 느껴져요. 수많은 이야기가 잠들어 있는 것 같아요.

 

키안 : 너무 깊이 감정을 이입하지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 세르하 님. 아직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지 모릅니다.

 

(일행은 각자 흩어져 서고 내부를 조심스럽게 살피기 시작했다.)

(플레이어는 서고 중앙의 거대한 테이블로 다가갔다.)

(테이블 위에는 여러 두루마리와 양피지 조각들이 널려 있었지만 유독 한 권의 책이 눈에 띄었다.)

(다른 고서들보다 훨씬 두껍고 검붉은 가죽으로 장정된 표면에는 알아보기 힘든 기하학적인 문양이 음각되어 있었다.)

(책의 가장자리에는 최근까지도 누군가 자주 펼쳐본 듯 손때가 묻어 있었다.)

(책갈피 대신 아무렇게나 끼워진 낡은 붕대 조각이 스피노스의 흔적이란 걸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

 

[이것.]

 

(플레이어의 말에 일행의 시선이 일제히 책으로 향했다.)

 

밀레드 : 벌써 찾은 거야?

 

(밀레드가 조심스럽게 다가와 책을 집어 들고는 먼지를 툭툭 털어냈다.)

(그리고 천천히, 마치 고대의 봉인을 해제하듯 첫 장을 펼쳤다.)

(빼곡하게 적힌 문자들은 꿈틀거리는 벌레처럼 생소하고 기괴한 형태를 띠고 있었다.)

(리엘이 흥미롭다는 듯 다가와 책을 들여다보더니 이내 고개를 갸웃거렸다.)

 

리엘 : 응, 이거 완전 그림인데? 히히. 나도 이런 글자는 처음 보네. 에후르, 그 음흉한 영감의 솜씨인가?

 

밀레드 : 타라타의 고대 문자나 마족의 문자, 그 어느 것과도 달라. 전혀 읽을 수가 없어.

 

메르 : …이건 단순한 고대어가 아니야. …내 기억이 온전했다면 해독이 가능했을 지도….

 

브린 : 저도 잠깐 볼 수 있겠습니까?

 

(브린이 조용히 다가와 밀레드가 들고 있는 책을 넘겨받았다. 브린은 한참 동안 책의 문자들을 뚫어지게 응시했다.)

(브린의 미간이 점점 좁혀졌다가 이내 경탄과 흥분으로 가득 찬 표정으로 변한다.)

 

브린 :  …이 문자의 배열과 상징체계는… 고대 엘프들의 문자 원형과 매우 흡사하군요.

아니, 그보다 훨씬 더 원시적이고… 모든 언어의 근간이 되었을지도 모르는 태초의 문자입니다.

오래전 에르그 관련 연구를 할 때 이와 비슷한 문자를 봤던 기억이 나는군요.

 

키안 : 그럼… 해독이 가능하다는 말입니까, 브린?

 

브린 : 물론입니다.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단언컨대 불가능하지 않습니다.

스승님조차 모르시는 이 미지의 언어라니….

뭐, 모든 언어에는 규칙이 있기 마련입니다. 그 규칙만 파악할 수 있다면 해독에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을 겁니다.

…간만에 학자로서 피가 끓는군요.

 

(브린은 희귀한 보물을 발견한 탐험가처럼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책을 소중히 품에 안고 플레이어를 바라보았다.)

 

브린 : 플레이어. 이 책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의 비밀을 담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분명 스피노스가 찾아낸 단서일 수도 있죠. 하지만 보시다시피 해독에는 상당한 시간과 집중이 필요합니다.

이 불안정한 카사르 성채보다는… 안전하고 자료가 풍부한 타라타 왕성의 서고에서 연구를 진행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반드시 이 안에 담긴 진실을 밝혀내겠습니다.

 

밀레드 : 브린의 말이 맞아. 이곳은 언제 방해꾼이 나타날지 몰라. 일단 왕성으로 돌아가자.

 

리엘 : 히히, 우리 제자가 저렇게 의욕이 넘치는 건 오랜만에 보네.

좋아, 그럼 지루한 먼지떨이는 이쯤하고 돌아가 볼까?

 

(플레이어는 브린의 제안과 일행의 동의에 고개를 끄덕였다.)

(스피노스가 남긴 마지막 수수께끼. 그 안에는 과연 어떤 진실이 잠들어 있을까.)

(그리고 그것이 앞으로 걷게 될 영웅의 길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무거운 기대와 풀리지 않은 의문을 안고 고대의 지혜가 잠든 서고를 뒤로한 채 타라타 왕성을 향해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

…….

 

(타라타 대성당.)

 

마하 : 흐음…….

 

(마하는 레무의 눈을 통해 거울에 비친 플레이어 일행의 모습을 흥미롭다는 듯이 지켜봤다.)

 

마하 : …윽.

 

(그때 거울이 흐릿해지며 마하가 이마를 짚은 채 휘청거렸다.)

(마하가 애써 평정을 되찾으며 성배에 담긴 무언가를 마신다. 붉은 기운이 그녀의 몸을 따라 빛나고는 이내 스며든다.)

 

마하 : …후.

 

발로르 : 애잔하군. 훔쳐보는 것조차 힘겨운 여신이라니.

 

마하 : 후후, 보다시피 이 그릇은 매우 낡았거든. 그 오랜 시간을 버텨냈으니 말이야.

 

(마하는 물끄러미 성배를 바라보고는 좌우로 기울이며 말을 이어갔다.)

 

마하 : 마치… 이 성배와 같아. 금방 흘러넘치고, 마시고 또 마셔도 갈증을 느끼는….

 

발로르 : …….

 

마하 : 난 이 비루한 그릇에라도 성력을 채울 수 있다지만…….

이웨카의 악신께선 그렇지 않잖아? 진격로가 닫혀있으니 말이야. 후후후.

 

발로르 : …허튼소리를 잘도 늘어놓는군. 이 몸의 성력은 이미 낙원을 휩쓸고도 남는다.

…짐의 자비심을 시험하지 마라. 마하여. 진격로의 개방이 늦어지는 건 너의 실책에서 비롯한 일이다.

서둘러 누아자의 신관을 대령하라.

 

마하 : 흐응… 곤란하네. 플레이어. 그 성가신 파수꾼이 늘 신관과 함께란 말이지.

우리 악신께서도 한낱 인간 따위에겐 성력을 낭비하고 싶지 않은 모양이고…….

 

발로르 : …….

 

마하 : 후후후, 걱정하지 마. 내겐 새로운 카드가 얼마든지 있으니까.

 

(마하가 속을 알 수 없는 미소를 띠자 발로르는 그녀의 눈을 내려다본다.)

 

발로르 : 새로운 카드라……. 또 쓸모없는 음모로 시간 낭비할 생각인가?

 

마하 : 쓸모없다니……. 말이 너무 심한 거 아니야?

 

발로르 : …….

 

마하 : 머지않아 그 이야기를 취소하게 될 거야. 이웨카의 악신께선……. 내 도움이 필요할 테니까. 후후후.

 

발로르 : …….

 

(그녀의 태도가 마음에 드는 건 아니었지만 발로르 역시 부정하지는 않았다.)

(지금으로서는 그녀의 협력이 필요한 건 사실이었기에.)

(그들의 위태로운 동맹은 살얼음판 위를 걷는 것처럼 지속되고 있었다.)

 

…….

…….

 

(타라타 대성당 지하.)

 

(바닥으로 피가 방울방울 떨어진다. 시에테는 가까스로 솔레어의 공격을 버텨내고 있었지만 막는 것이 고작이었다.)

 

시에테 : 헉. 헉…….

 

(솔레어는 여유롭게 단검을 고쳐 쥐며 손끝으로 칼날을 튕겨본다.)

 

솔레어 : 되게 힘들어 보이네? 안심해. 이제 좀 편하게 해줄 테니.

 

시에테 : …훗, 사양할게. 난 혼자가 편하거든.

 

(시에테는 허리춤에서 연막을 꺼내 바닥에 터뜨렸다.)

 

솔레어 : 흥, 허튼수작을……!

 

시에테 : ……!

 

(연막 안으로 정확히 파고든 솔레어가 시에테의 심장에 단검을 꽂아 넣었다.)

 

솔레어 : …….

 

(뭔가 이상함을 감지한 솔레어는 심장에 꽂힌 단검을 비틀며 뽑아냈다.)

 

솔레어 : …분신술인가? 제법이네.

 

(시에테의 분신이 연기와 함께 사라졌다. 연막이 걷히자 진짜 시에테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뒤였다.)

 

솔레어 : 후, 도망갔나…? 하마터면 진짜로 죽일 뻔했네. 뭐 이만하면 됐겠지.

 

(솔레어는 어두운 복도 저편을 응시하고는 여유롭게 뒤돌아섰다.)

 

…….

…….

 

(이름 모를 장소.)

 

(끝없이 비가 내리는 폐허. 소녀는 필사적으로 무언가로부터 도망치고 있었다.)

(발목까지 차오르는 차가운 빗물, 살을 에는 듯한 바람 소리, 그리고 규칙적으로 들려오는 섬뜩한 금속음.)

(그것은 누군가의 젖은 갑옷이 삐걱대는 소리이자 검이 칼집에 스치는 소리였다.)

(소녀는 숨을 곳을 찾아 부서진 판자 뒤로 몸을 숨겼지만 그림자는 끈질기게 그녀를 따라붙었다.)

(소녀는 공포에 질려 돌아섰다. 그림자가 드리워진 투구 속에서 낮고 차가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빗소리에 많은 부분이 묻혔지만 몇몇 단어들은 얼음 파편처럼 소녀의 고막을 파고들었다.)

 

? : …드디어 찾았다, 로엔나…. …왕가의 피는 단 한 방울도 남김없이… 그것이… 새로운 시대를 위한….

 

(소녀는 절망적인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의 손에 들린 검이 번뜩이며 자신을 향하는 것을 보았다.)

(소녀는 기력이 다한 팔로 얼굴을 가리며 잠긴 목으로 비명을 질러본다.)

 

클레르 : 아, 안돼……!!!

 

(클레르는 격렬하게 몸을 떨며 악몽에서 깨어났다. 온몸은 식은땀으로 젖어 있었고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생생한 공포가 여전히 그녀의 심장을 짓눌렀다.)

 

클레르 : 허억… 허억… 여긴……? 내… 내가 어째서…….

 

(클레르는 꿈속의 목소리와 마지막 장면이 떠오른 듯 알 수 없는 공포에 다시 한번 몸서리쳤다.)

 

클레르 : …아니야… 그럴 리 없어….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자신의 이마를 짚었다.)

(방금 전의 꿈이 단순한 악몽이 아니라는 불길한 예감이 그녀를 사로잡았다.)

(잊고 지냈던 혹은 잊혀졌던 과거의 단편이 그녀의 의식 깊은 곳에서 희미하게 고개를 드는 듯했다.)

 

 

(스토리 신의 그릇 완료)

(왕의 결단 스토리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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