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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의 습격 스토리에서 이어짐)

 

 

# 로체스트 로나운 성채

 

(타라타 왕성.)

 

(루더렉은 손에 쥐고 있던 보고서를 테이블에 내려놓은 채 긴 한숨을 내뱉는다.)

 

루더렉 : 후…….

…….

시에테. 거기 있나?

 

시에테 : 왜?

 

(루더렉의 부름에 기둥 너머 그림자에 몸을 기대고 있던 시에테가 모습을 드러낸다.)

 

루더렉 : 보고된 바에 따르면 켈시나 산의 노스폴 병력은 우리가 파악한 숫자의 절반도 채 되질 않는다.

 

시에테 : 그럼 나머지는…?

 

루더렉 : …행방이 묘연한 상태지.

 

시에테 : 제법 흥미롭네. 내분이라도 생겼다는 건가?

 

(루더렉은 타다 만 작은 종이 조각을 세에테에게 건넨다.)

 

시에테 : 이건….

 

루더렉 : 노스폴 진영의 막사에서 수집한 단서다. 증거를 인멸하려 급히 소각한 모양이더군.

 

(시에테는 종이 조각에 적힌 글자를 눈여겨본다.)

 

시에테 : 설마 게아스……?

 

루더렉 : 그래, 아무래도 진실에 접근한 누군가가 있었던 모양이다.

노스폴의 패잔병을 규합한 자의 이름은 루시안. 죽은 로메르의 부관이라고 하더군.

 

시에테 : 그를 구할 셈이야?

 

루더렉 : …살아 있다면 말이지.

 

시에테 : …….

알았어. 내가 한번 찾아볼게.

 

루더렉 : 부탁한다.

 

(시에테의 발소리가 천천히 멀어진다.)

 

…….

…….

 

(셴 마그 숲.)

 

브린 : 플레이어. 밀레드. 정신이 듭니까?

 

밀레드 : 여긴….

 

브린 : 우리 중 역장 내부로 들어간 건 두 사람뿐인 것 같군요.

스피노스는 만난 겁니까? 게다가 이 아이는 어떻게 된 겁니까?

 

레무 : …….

 

(레무는 자신에게 시선이 쏠리는 것이 부담스러운지 밀레드의 등 뒤로 몸을 숨겼다.)

 

[설명한다.]

 

브린 : 결국 스피노스가…. …유감이군요…….

 

(브린은 슬쩍 리엘의 눈치를 살피고는 이내 말끝을 흐렸다.)

 

리엘 : …….

 

밀레드 : 죄송합니다. 리엘 님.

 

리엘 : 괜찮아, 괜찮아. 나나 그 친구나 삶에 대한 미련을 갖기엔 너무도 오랜 시간을 살아왔어.

오히려 고마워. 그 바보 같은 친구가 마지막에는 정신을 차리게 해줘서.

 

밀레드 : …….

 

리엘 : 그 열쇠야? 스피노스가 마지막에 건넸다는 게?

 

[그렇다.]

 

밀레드 : 리엘 님이라면 알고 계실 거라고 했어요.

 

리엘 : 흠…….

 

브린 : 짚이는 데가 있습니까?

 

리엘 : 아니. 없어.

 

브린 : …….

 

리엘 : 난생처음 보는 물건이로군. 이러기도 쉽지 않은 데 말이야….

아니, 설마….

 

(리엘은 뭔가 떠오른 듯 열쇠에 새겨진 붉은 문양을 유심히 살펴본다.)

 

리엘 : …….

열쇠는 처음 보는 물건이지만… 이 문양. 본 적이 있어.

 

브린 : 생각 나신 겁니까?

 

리엘 : 히히, 이 문양의 출처는 분명 에후르야.

 

브린 : 에후르……? 누굽니까?

 

리엘 : 누구냐고? 히히히. 헛소리만 잔뜩 늘어놓는 고집불통 괴짜 늙은이지.

 

브린 : …왜 본인 소개를 하는 겁니까?

 

리엘 : 쯔쯧. 생각하는 수준 하고는. 바보 제자답구나.

친구야. 혹시 지식의 연어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어?

 

[없다.]

 

브린 : …지식의 연어라면……. 분명 고서에서 본 적이 있습니다.

아주 먼 옛날 지혜의 우물 근처에는 아홉 그루의 개암나무가 존재했다고 전해집니다.

그 우물에 떨어진 개암나무 열매를 삼킨 연어가 세상의 모든 이치를 통달했다고 하죠.

그 연어를 브라단 파서. 즉 지식의 연어라고 부르게 됐다는 아주 허무맹랑한 전설입니다.

 

리엘 : 히히. 제자야. 아는 척 하나는 참 잘하는구나.

 

브린 : 흠흠, 그런데 에후르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지식의 연어는 왜….

 

리엘 : 그 에후르는 입버릇처럼 말하곤 했어. 자신이 지식의 연어라고 말이야.

 

브린 : 그렇다면 에후르가 이 열쇠와는 무슨 관련이 있는 겁니까?

 

리엘 : 히히히, 지식의 연어가 어떻게 됐지?

 

브린 : 대홍수와 함께 자취를 감췄다고 전해집니다. 지혜의 우물로 되돌아갔다는 설도 있고….

…잠깐, 그렇다면……. 이 열쇠가 지혜의 우물로 향하는 열쇠라는 겁니까?

 

세르하 : 우물과 열쇠라니……. 뭔가 연결이 되지 않는 느낌이네요…….

 

키안 : 전설이라는 게 대부분 그런 식이긴 하죠.

 

레무 : …….

 

(소녀는 어려운 말들이 오가고 있음에도 두 눈을 깜빡이는 것조차 참으며 열중하고 있었다.)

 

밀레드 : 혹시… 무언가에 빗대어 표현한 건 아닐까?

인간인 에후르를 지식의 연어에 빗대어 표현한 것처럼. 지혜의 우물 역시 그와 의미가 통하는 장소일지도 몰라.

 

리엘 : 히히, 제법이구나, 소년 왕아. 그래, 지혜의 우물은 진짜 우물이 아니야. 지식을 보관하는 장소지.

 

밀레드 : 지식을 보관하는 장소라면…….

 

브린 : …서고로군요. 이건 그 서고의 열쇠고요.

맞습니까? 대마법사 로센리엔 님?

 

리엘 : 히히, 헛다리만 짚더니 이제야 정신을 차렸구나. 그래, 서고가 맞아.

정확히는 어떤 버려진 고성의 서고다. 먼 옛날에는 물이 가득 차 있는 호수였다고 하더구나.

 

밀레드 : 그렇다면, 지혜의 우물이란 그 호수가 있던 자리를 의미하는 거로군요.

 

리엘 : 히히, 맞아.

 

브린 : 그 고성의 이름이 뭡니까?

 

리엘 : 너무 오래전 일이라 제대로 전해지는 이름 따윈 없어.

그저 언제부터인가 카사르 성채라는 이름으로 입소문을 탔지.

 

브린 : 카사르 성채라면…….

플레이어. 기억납니까? 일전에 세자르와 공방전을 벌인 그 버려진 성채 말입니다.

 

(그때의 기억을 더듬어 본다.)

 

바락스 : 아…. 이건 버려진 성채라네. 로체스트가 세워지기도 전부터 있던 오래된 성채지.
흔히들 카사르 성채라고 부르지만 언제부터 그렇게 불렸는지도 모르네.

 

(브린에게 고개를 끄덕인다.)

 

브린 : 단서를 종합해 보자면 그 성채의 서고가 유력한 장소군요.

 

리엘 : 그럼 가볼까…? 붕대 친구가 남겨놓은 게 무엇인지 궁금하군.

 

…….

…….

 

(타라타 대성당.)

 

(작은 소녀가 보고 듣는 모든 것이 대형 거울에 비쳤다.)

(흥미롭다는 듯 입가를 만지작거리던 붉은 날개의 여신이 천천히 몸을 일으켜 세웠다.)

 

마하 : 훗후후, 재미있네. 영웅은 역시 날 실망시키지 않는다니까?

 

에녹 : …그를 보낼까요?

 

마하 : 응, 미리 언질 해두는 게 좋겠어. 그래야 다른 의심을 갖지 않을 테니까.

내 말, 무슨 뜻인지 알지? 에녹?

 

에녹 : 물론입니다. 여신 님. 예언자에게 그들의 행선지를 전달해 두겠습니다.

 

(에녹이 인사 후 뒤돌아서려던 찰나, 마하가 질문을 던졌다.)

 

마하 : 노스폴의 의심 많은 생쥐들 일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 거야?

새로 부임한 마법 연구 기관장이 소식이 영 뜸하단 말이지.

 

에녹 : 카흐바드 주교의 일이라면 염려치 않으셔도 됩니다. 그는 이미 여신님께 영혼을 바친 자니까요.

새롭게 개량한 게아스의 연구도 순조롭다고 전해 들었습니다.

최근 실험체 중 일부에서 유의미한 샘플을 얻었다고 하더군요.

차근차근 단계를 높여 투여량을 늘리고 있으니, 아마도 시간을 조금만 더 주신다면…….

 

(마하는 에녹의 말을 끊으며 그의 어깨너머로 얼굴을 가까이 가져다 댄다.)

 

마하 : 후후, 에녹. 있잖아? 오래 산다는 건 그만큼 의심이 많아진다는 거야.

그 긴 시간 동안 내가 얼마나 많은 인간 군상을 봐왔는지 너라면 이해할 거로 생각했는데.

타메인 주교 대행도 그렇고, 노스폴의 비밀 유출 건도. 지금 법황청 내부 단속조차 제대로 되고 있지 않잖아?

 

에녹 : …….

죄송합니다. 여신님의 뜻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저의 불찰입니다.

 

마하 : 아, 그렇게 고개 숙일 필요 없어. 에녹. 난 너를 나무라는 게 아니니까. 후후후.

그저 여유를 부리며 허송세월하다가는……. 이번처럼 호기심 많은 생쥐가 나타날 수도 있단 말이지.

 

에녹 : 네, 확실히 전달해 두겠습니다.

 

(에녹은 고개를 숙여 인사한 뒤 뒤돌아 어둠 속으로 살아졌다.)

 

…….

….

 

발로르 : …….

고작 한다는 짓이 뒤에 숨어 저들의 얘기를 엿듣고 이상한 음모를 꾸미는 건가?

 

마하 : 후후, 나한테 다 생각이 있어서 그래. 정보가 있어야 저들의 움직임을 예측할 수 있잖아.

 

발로르 : 흠, 그래서 무얼 알아낸 것이더냐. 마하여.

 

마하 : 여전히 성미가 급하시긴…….

 

발로르 : …….

 

마하 : 알았어. 설명해 줄게. 영웅은 전신 누아자를 강림시키려고 하고 있어. 팔라라를 깨웠던 것과 동일한 방식으로.

 

발로르 : 누아자를……?

 

마하 : 그래. 악신께서도 그렇게 되면 상당히 골치 아프잖아. 그렇지?

해서, 내가 미리 그들의 정보를 파악해서 손을 써둔 거고.

 

발로르 : 훼방이라도 놓겠다는 말로 들리는군.

 

마하 : 후후, 맞아. 마침 딱 어울리는 사냥개를 풀어뒀거든. 당신에게도 재미있는 구경이 될 거야.

뭐, 여차하면 직접 나서도 좋고. 후후훗.

팔라라를 소멸시킨 그 힘이라면……. 한낱 인간 따위는 식은 죽 먹기겠지? 안 그래?

 

발로르 : …….

 

(순간 발로르가 한 손으로 마하의 목을 움켜쥔다.)

 

마하 : 윽…!

 

발로르 : 내가 너의 저급한 수작질에 놀아날 거란 착각은 하지 마라. 널 살려두는 건 단지 이용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괴로워하던 마하의 입술이 히죽거린다.)

 

마하 : 흐흐…. 후후후. 이용은 이렇게… 하는 게 아닐 텐데…?

 

발로르 : …….

 

(마하의 목을 조르던 발로르는 천천히 손을 풀었다.)

 

발로르 : 마하. 누아자의 신관을 찾아 내 앞에 대령하라. 낙원으로 진격로를 열어 해묵은 원한을 갚아주겠다.

 

(마하는 손목으로 입 주위를 훔치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마하 : 훗후후, 좋아.

 

 

(스토리 지혜의 우물 완료)

(아홉 번째 반지 스토리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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