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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을 향하여 스토리에서 이어짐)

 

 

# 로체스트 로나운 성채

 

…….

…….

 

스피노스 : …….

 

리엘 : 킁킁. 거 풀 냄새 참 싱그럽다. 왕성 뒤에 이렇게 울창한 숲이 있으니 왕은 참 좋겠어.

매일매일 이런 공기를 마신다면 나도 우리 제자만큼 회춘할 텐데.

 

브린 : 스승님께선 무슨 소풍이라도 나오셨나 봅니다.

까다로운 일은 저희에게 다 맡기시고 계속 그렇게 풍경이나 구경하십시오.

 

밀레드 : …브린. 리엘 님은 네 스승님이라면서. 너무 날이 서 있는 거 아냐?

 

리엘 : 히히히. 그냥 그러려니 해. 저러면서도 챙길 건 다 챙겨준단다.

옛날에 사고 한 번 크게 친 것만 빼면 참 좋은 애야. 어디 나무랄 데가 없어.

 

밀레드 : 네? 브린이 사고를 쳤었나요? 겉보기엔 상상이 잘 안 가는걸요.

 

리엘 : 말도 마라. 쳐도 어엄청 크게 쳤었지. 아주 진땀을 뺐어.

글쎄, 예전에 말이다. 녀석이 카타콤에서….

 

브린 : 하…. 또 쓰잘데기없는 말씀을….

 

리엘 : 왜? 왜 숨기려고 해? 사고뭉치끼리 터놓고 친구가 되면 좋잖아?

 

브린 : 그러니까 그걸 왜 스승님이 멋대로 결정합니까?!

 

밀레드 : …?

 

브린 : …….

하아….

…감정에 못 이겨서 바보 같은 선택을 한 사람이 당신 한 사람만은 아니다, 뭐 대충 그런 얘깁니다.

시간 들여 떠벌리고 다닐 만한 일도 아니에요.

 

밀레드 : 아….

 

브린 : 시답잖은 과거 얘긴 관두고 당장의 일이나 이야기해 보도록 하죠.

밀레드. 아까 숲의 이름이 셴 마그 숲이라고 했던가요.

 

밀레드 : 그래, 맞아.

 

브린 : 그런데 셴 마그라는 건 옛 들판이나 평야라는 뜻 아닙니까? 숲의 이름이 들판이라….

구전되어 오는 것들이 다 그렇긴 합니다만. 역시나 앞뒤가 안 맞는 이름이군요.

 

밀레드 : 왕성의 서고에서 읽었던 바에 의하면…, 원래 이 일대는 정말로 들판이었다고 해.

타라타가 대도시로서 모습을 갖춰갈 즈음 시행한 도시 정비 사업에 의해 뒤늦게 숲이 조성되었지.

이미 있던 건물은 모두 현 도심 위치로 이전시키고 일대에는 나무와 풀을 심는 식으로 말이야.

왕의 유희를 위해 사냥터를 만들 목적이었다고 조성 이유가 기록되어 있었지만….

 

브린 : …지금 숲의 모양새로 봐선 정작 조성 이후론 전혀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 같군요.

 

밀레드 : 그래. 법황청이 왕이 병중에 있다고 선포한 이후부턴 사실상 완전히 방치되었지.

이젠 도시의 남아도는 땅으로 존재할 뿐이야.

 

브린 : …그렇군요. 아까 그 비밀통로도 그렇고 이 숲도 그렇고 높으신 분들께선 돈을 참 살뜰하게도 쓰십니다.

뭐, 덕분에 지금 우리가 와서 득을 보고 있는 셈이니…. 그들의 허영과 이기심에 감사를 표해야 할지도요.

…….

…아니, 당신을 욕하자고 하는 얘기는 아니니까 그 죄지은 것 같은 표정은 좀 푸십시오. 밀레드.

왕을 욕한다고 해서 전부 당신을 욕하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밀레드 : …아, 응.

 

브린 : 보아하니 아까부터 내내 의기소침하던데

속죄는 우울한 태도로 하는 게 아니라 앞으로의 행동으로 하는 겁니다.

어차피 당신이 사고뭉치 밀레드였었다는 건 이미 플레이어에게 다 들었습니다.

그러니 괜히 기운 빠져있지 말고 마음 다잡으십시오. 알겠습니까?

 

밀레드 : …그래. 알겠어. 브린.

 

[(밀레드를 격려한다.)]

 

밀레드 : 고마워, 플레이어.

 

(밀레드의 입가 위로 옅은 미소가 떠올랐다.)

 

스피노스 : !!!!!!

 

리엘 : 자, 잠깐, 스피노스…!!!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그러나 미처 말릴 틈도 없이 스피노스는 밀레드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가 그의 가슴팍을 거세게 밀쳤다.)

 

밀레드 : …으윽…!

 

브린 : 스피노스! 이게 뭐 하는 짓거립니까?!

 

스피노스 : …….

…….

…….

…네 놈…. …이세트 공주가 죽은 지 얼마나 지났다고 그 뻔뻔한 낯짝에 웃음을 띄우는 거지?

 

브린 : …뭐라고요…?

 

(스피노스는 앞을 가로막은 브린을 지나쳐 쓰러져 있는 밀레드에게 다가갔다.)

 

밀레드 : …….

 

스피노스 : …….

역겨운 놈…. …이세트 공주는 네놈 때문에 죽었다. 알량한 네놈이 뭐라고 그 귀한 목숨을 내버리셨어….

네놈이 멍청한 짓만 안 했다면…. 그랬다면 그분은 여전히 살아계셨을 거다.

살아서 지금 내 앞에 서 계셨을 거란 말이다…! 그 옛날처럼…, 찬란히 빛나는 모습으로….

 

밀레드 : …….

…….

 

스피노스 : …….

…이세트 공주의 죽음에 책임이 있는 건 바로 애송이 밀레드 네놈이다.

그 두 손으로 네가 공주님의 명줄을 직접 끊은 거야….

 

리엘 : 태양의 공주는 소중한 이와 자신이 믿는 가치를 위해 선택을 한 거야.

지금 이 아이는 비난받아야 할 이유가 전혀 없어.

 

스피노스 : 닥쳐라, 리엘…!!! 그분은 이렇게 돌아가실 분이 아니었다…!

어렵게 얻은 두 번째 기회로 말미암아…. 더 빛나는 삶을 사셨어야 했단 말이다! 루 라바다. 빛의 인도자처럼…!

…왜 이세트 공주님만이 기구한 운명에 휩쓸려 죽어야 하지? 왜 그분만 두 번씩이나 비참한 죽음을 맞이해야 하지?

내가 이딴 결과를 순순히 납득할 것 같나?

 

리엘 : …….

공주는 겸허히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였어. 그걸 지켜본 여기 우리들도 그녀의 숭고한 뜻을 이어받았지.

오직 단 한 사람. 태양의 공주의 충신을 자처하는 만 빼고 말이야.

진정한 충신은 복수에 열중하지 않아. 대신 주군의 유지를 이어 나가는 데에 열중하지.

그러니 네가 진정으로 공주를 기리고자 한다면….

이 아이에게 네가 느끼는 죄책감과 분노를 돌리는 대신 이 아이를 지켜야 하지 않겠어?

 

스피노스 : …….

…….

 

리엘 : 너조차도 바꿀 수 없던 결과에 대한 책임을 한낱 어린아이에게 전가하지 마.

그런 비겁한 행동으로 공주의 죽음을 외려 욕되게 하지 말란 말이야.

 

스피노스 : …….

…….

…….

…내가…. 내가 공주를 욕되게 한다고…?

공주의 죽음이 아무것도 아니었던 양 웃고 떠드는 너희야말로 공주를 욕되게 하는 게 아니고…?

…….

…….

 

(스피노스는 가늘게 떨리는 양손을 꽉 쥐었다.)

 

스피노스 : …….

…….

…….

…더는 대화를 할 가치도 없다.

 

(그리고 이내 몸을 돌려 숲속 너머로 사라져버렸다.)

 

리엘 : …….

 

밀레드 : …….

…….

 

브린 : …….

제 할 말만 하고 부리나케 사라지는군요. 지금 자기가 얼마나 꼴사나운지는 알기나 할까요.

 

리엘 : …녀석도 괴로워서 저러는 걸게야. 어쨌든 공주는 제 조국이 존재했다는 마지막 증거였으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도를 지나쳐선 안 되지….

…아휴, 골치야. 저 친구를 어떡하면 좋담. 그렇게 오래 살았는데도 본질을 볼 줄 모르니 원….

 

밀레드 : …….

…하지만 스피노스 님의 말씀이 맞는걸요. 제가 아니었다면 정말로 이세트는 죽지 않았을….

 

리엘 : 그만. 소년 왕아. 저런 말 때문에 자신이 살아있다는 사실에 의문을 가지지 말거라.

아까 우리 제자가 열심히 해줬던 말을 벌써 까먹은 건 아니겠지? 응?

너는 그저 지금처럼 앞으로의 일만을 생각하고 나아가면 되는 게야.

 

밀레드 : …….

…네, 명심할게요. 리엘 님.

 

(밀레드는 자리를 털고 다시 일어섰다.)

 

브린 : …….

그나저나 저자를 어떻게 찾아야 할까요. 마음 같아선 여기 내버려 두고 싶지만….

어찌 됐던 동행하는 입장이니 그냥 가기도 뭣하지 않습니까.

 

리엘 : 아무래도 내가 여기 남아야겠다. 제자야.

당장은 우리 막돼먹은 붕대 친구를 챙기는 게 루보다도 더 시급한 것 같구나.

어차피 루는 우리가 쬐금 늦게 도착해도 무사할 거야. 사실은 우리가 없어도 뭐….

 

브린 : …알겠습니다. 그럼 스승님 일행과는 나중에 합류하도록 하죠. 그럼….

갈까요. 밀레드, 플레이어.

 

[가자.]

 

밀레드 : 그래, 가자.

 

…….

….

 

리엘 : 히히, 조용하다. 그러면 지금부터 여유롭게 산책 좀 해볼까? 좋은 공기도 마시고 우리 스피노스도 찾고.

아까부터 숲에 감도는 이상한 기운의 원인도 찾으면서 말이야. 히히히히….

 

…….

…….

 

(타라타 중심가.)

(수수한 로브로 정체를 감춘 일행이 조심스럽게 번화한 거리 한가운데로 나섰다.)

 

브린 : …일단 도심까지는 수월하게 잠입했군요.

왕성이 한창 전쟁 중인 만큼 도시 분위기도 침체되어 있을 줄 알았는데 예상보다는 꽤나 활기차 보입니다.

 

밀레드 : 아직 도심까지는 전쟁의 여파가 미치지 않은 모양이야.

거리엔 여전히 활기가 감돌고 백성들의 표정에도 여유가 있어.

워낙 큰 도시라 여기까지는 전선이 밀려오지 않을 거라고들 생각하는 건지….

 

브린 : …….

 

(브린은 잠시 넋을 놓고 서 있다.)

 

[브린?]

 

밀레드 : …브린? 뭐 하고 있어?

 

브린 : …아. …이런. 저답지 않은 모습을 보였군요.

그냥…. 무역의 도시라고 자랑하던 로체스트도 타라타 같은 대도시에 비하면 콜헨이나 다름없지 싶어서요.

여긴 눈길이 닿는 모든 구획이 반듯하고 시원시원합니다. 건물들은 하나같이 정돈된 양식이죠.

거기다 도시 여기저기에 널린 성당들은 또 어떻고요. 하나하나가 로체스트 대성당과 맞먹는 규모 아닙니까.

 

밀레드 : 아직 그것만으로 놀라긴 일러. 저쪽 보이지?

 

(밀레드의 시선이 닿은 곳엔 드넓은 광장. 그리고….)

(단숨에 시선을 사로잡는 웅장하고 거대한 성당이 도시 전체를 굽어보듯 우뚝 서있었다.)

 

브린 : 저곳이….

 

밀레드 : 타라타 대성당, 법황청 본청이야.

 

브린 : …이쪽이 진짜 왕성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의 규모군요. 하여간 굉장합니다….

…….

그런데…, 오늘이 무슨 축제날이라도 됩니까?

 

밀레드 : 음…. 내가 아는 한은 아니야.

 

브린 : 그렇다면 광장에 꽉 들어찬 저 인파는 당최 무엇 때문에 모인 걸까요.

대도시라 그렇다기엔 썩 일반적이어 보이진 않는데요.

 

밀레드 : …! …좀 더 가까이 가보자.

 

(광장에 점점 가까워지자 대성당 앞으로 늘어선 긴 줄이 보이기 시작했다.)

(성당 문 앞에서 자기 차례가 오길 초조하게 기다리는 군중과 이를 통제하는 병사들,)

(감격에 젖어 성당을 나서는 사람들이 뒤섞여 광장 일대는 그야말로 혼잡하기 이를 데 없었다.)

 

사람들 : …여보, 조금만 참아요. 성찬만 받고 나면 꼭 다시 건강해질 거예요….

 

사람들 : …여신께 성찬만 받으면 전쟁터에 간 내 자식도 무사히 살아 돌아올 거라우….

 

사람들 : …며, 며칠 만에 드디어 성찬을 받았어…!!!

 

사람들 : 내 인생은 이제 구원받았다. 하하하….

 

….

 

브린 : 아수라장이군요….

도시의 온갖 인간 군상을 마치 양 떼처럼 몰아넣어 둔 것 같습니다. 다들 성당 문만 목이 빠져라 쳐다보고 있는데요.

 

밀레드 : 음…. 한참 성찬식이 거행 중인 것 같은데….

 

(번잡한 틈을 타 창 너머로 대성당 내부를 들여다보자,)

(성좌에 걸친 붉은 날개의 실루엣과 그 앞에서 신도에게 잔을 내미는 어느 사제의 실루엣이 얼핏 보였다.)

 

브린 : 저기 성좌에 앉아있는 건…. 마하가 아닙니까…?!!!

 

[마하…!!!]

 

브린 : 왕성에서 전쟁이 벌어지는 동안 아예 전면에 대놓고 나서서 모리안 여신 노릇을 하고 있었군요….

이제야 사람들이 왜 이렇게 끝도 없이 몰려들었는지 알겠습니다.

신이 눈앞에 나타났다는데 앞다투어 구경하고 싶겠죠.

 

밀레드 : 멀어서 자세히 보이진 않지만…. 그 앞의 사제는 아마 타라타의 성녀인 것 같군.

 

브린 : 타라타의 성녀…. 라다톤 대교에서 플레이어와 맞섰던 그 사제 말이군요.

 

밀레드 : 그래. 맞아. 마하가 본격적으로 전면에 나선 이후론 법황을 대신해 성녀가 대성당에서 성찬을 내리고 있어.

법황청은 여신과 독대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임을 앞세워 포교에 열을 올리고 있지.

 

브린 : 그리고 그녀는 지금도 안에서 소임을 다하고 있는 모양이고요.

…마지막으로 봤을 땐 분명히 큰 충격을 받은 것 같았는데 그럼에도 다시 마하의 편으로 복귀했다는 거군요.

당시엔 급박한 전황 때문에 그녀를 그대로 두었습니다만….

오히려 빨리 그녀를 포섭했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늦은 후회가 듭니다.

그랬다면 마하가 사람들에게 마수를 뻗치는 속도를 조금이나마 늦출 수 있었을 텐데요.

…윽…?!!!

 

밀레드 : ……!!!

 

(브린이 뭐라 더 말을 이으려던 찰나 느닷없이 누군가 뒤에서 거친 손길로 일행을 홱 끌어당겼다.)

 

브린 : 으윽….

 

[(…몸을 일으킨다.)]

 

남자 : 비겁한 놈들. 감히 내 앞에서 새치기를 하려고?! 어?!

어이! 여기 축복을 가로채려는 몰염치한 놈들을 보시오! 이놈들이 우리들 눈을 속이고 몰래 대성당에 숨어들려 했소!

 

사람들 : …제대로 순서를 지키지 않는 놈들은 여신의 축성을 받을 자격이 없어…!

…불경한 놈들은 전부 죽여라…!

 

브린 : …제길. 잠시 상황을 파악하는 것조차 허락되질 않는군요.

사람들이 온통 대성당에 집중하고 있는 탓에 근처에서 수상쩍게 행동하면 오히려 이목이 끌립니다.

…여기 정문 말고도 대성당에 진입할 만한 입구가 있을지 찾아봐야겠어요.

 

(그때. 굳게 닫혀있던 대성당의 문이 열리고 사제 여러 명이 군중들 앞에 나란히 섰다.)

 

사제 : 신도 여러분. 바깥에서 오랜 시간 기다리시느라 대단히 지치셨을 줄로 압니다.

그러나 기뻐하십시오. 여러분의 뜨거운 믿음에 여신께서 응답하사 다시없을 자비를 베푸셨습니다.

 

사람들 : …여, 여신님께서…!

 

밀레드 : …자비…?!

 

사제 : 지금부터 이 광장에 계신 모든 분께 성찬을 나눠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성찬을 받아드신 분들은 경건한 마음으로 안에 계신 모리안 여신께 기도하며 잔을 들이켜십시오.

 

사람들 : 아아…!

 

(감격에 겨운 탄성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자,)

(이어 사제들은 광장을 돌아다니며 붉은 액체가 든 자그마한 잔을 빠르게 나눠주기 시작했다.)

(성찬을 받아든 사람들은 제각기 성호를 긋고는 서둘러 잔에 입을 대기 시작했다.)

 

남자 : 마침내…! 마침내 성찬을…!

 

….

 

브린 : …직전까진 죽일 듯한 기세더니 이젠 시시덕대며 가버리는군요.

…….

벌써 광장 내의 삼분의 일 정도는 성찬을 받은 것 같습니다.

이러다 우리도 꼼짝없이 저걸 마셔야 한다면 곤란한데요….

보통 성찬식을 이렇게 날림으로도 합니까? 권위 있는 종교 행사일수록 의례와 절차에 매달리는 법이지 않습니까.

 

밀레드 : 맞아. 이런 의식은 내게도 이례적으로밖에 보이질 않는데….

 

브린 : …하필 우리가 광장에 있을 때 이런 일이….

…….

…밀레드, 지금 신도들에게 내어주는 성찬 말입니다. 혹시 뭐가 들었는지 압니까?

 

밀레드 : 아마도 포도주겠지. 성찬은 신의 육신을 상징해서 보통은 붉은색을 띤 음료를 사용하거든.

그런데 갑자기 그건 왜?

 

브린 : 가설이 하나 떠올랐거든요. 어쩌면 이 성찬식은 단순히 포교를 위한 것만이 아니다…. 그런 가설이요….

 

….

 

(돌연 광장 인근으로부터 무언가 무너지는 듯한 굉음이 들려왔다.)

(그리고 곧이어 철컥이는 금속음과 다급한 외침이 뒤섞여 들려오기 시작했다.)

 

법황청의 병사 : …서둘러라!!! …당장 대성당을 봉쇄하고 사람들을 대피시켜야 한다…!!!

 

밀레드 : 법황청 병사들이야…! 플레이어, 브린…! 어서 숨어…!

 

브린 : …!!!

 

….

 

병사 : …이 광장 쪽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막으려 해도 웬만한 공격엔 꿈쩍도 하지 않습니다…!

 

법황청의 병사 : 젠장…. 난데없이 도심에 마족이….

일단 인퀴지터님께서 당도하실 때까지 최대한 시간을 벌어야 한다…!

 

사람들 : …드, 들었어…? 마족이래….

 

사람들 : …왜 마족이 여기에….

 

(…광장 위에 공포가 무서운 속도로 번져나가는 찰나.)

 

------!!!!!!

 

(…어딘지 귀에 익은 포효가 하늘에 울려 퍼지자,)

(성스러운 의식이 벌어지던 공간은 순식간에 지옥과 같은 광경으로 돌변했다.)

 

사람들 : …으아악…!!!

 

사람들 : …사, 살려줘!!! 죽기 싫어…!!!

 

사람들 : …여신이시여…! 저희를 도와주세요…!!!

 

법황청의 병사들 : 모두 침착하시고 질서 있게 대피하시오…!!! 곧 인퀴지터님께서 여러분을 구해….

……!!!

 

? : ---!!!

 

(그러나 등 뒤로 드리운 거대한 그림자에 의해 병사는 나무 인형처럼 맥없이 부서지고 말았다.)

 

? : ……….

 

(생명체가 쥐어짜이는 끔찍한 소리가 멎고 일순간 정적이 흐르자,)

(건물의 잔해 사이로 피어오른 흙먼지 사이로 공포의 실체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드넓은 광장 가운데서 거친 호흡을 토하는 짐승도 인간도 아닌 마수. 그것은….)

 

밀레드 : …….

…마족이 아니야…. 저건….

 

브린 : …저건….

…….

타라탄이 아닙니까…?!

 

밀레드 : …….

…….

…….

에녹. 에녹이야….

 

브린 : 그래요…. 타라탄은 에녹의 인체 실험으로 만들어진 마수.

이 상황도 의심할 여지 없이 놈이 벌인 짓거립니다…. 놈이 우리가 대성당으로 올 걸 알고 미리 손을 써둔 겁니다…!

 

타라탄 : -----!!!!!!

 

(피 냄새에 흥분한 타라탄이 주먹을 마구 휘두르자,)

(서둘러 대피하던 사람들이 그 자리에 얼어붙은 채 우두커니 멈춰 서고 말았다.)

 

밀레드 : …광장에 사람이 너무 많아…. 이대로 뒀다간 수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고 말 거야.

우리가 나서서 타라탄을 제압해야만 한다고…!

 

브린 : 제길…. 압니다, 알아요….

하지만….

 

밀레드 : 뭘 망설이는 거야?! 브린!

 

브린 : 모르겠습니까?! 지금 이 상황은 명백한 함정입니다.

에녹, 그자가 무고한 사람들을 인질로 붙잡고선 우리에게 정체를 드러내라 종용하는 겁니다!

우리의 대성당 진입을 막기 위해서요…!

 

밀레드 : …….

 

브린 : …저도 이런 매정한 말 하긴 싫습니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우린 이성적으로 사고해야 합니다.

일단 한번 정체를 드러내고 나면 다시는 되돌릴 수 없어요. 모두가 우릴 주시할 겁니다.

도처에 깔린 병사뿐만 아니라 평범한 시민들까지도요.

그러고 나면 이렇게 대성당까지 근접하기 위해서 우린 더 큰 비용을 치러야만 해요.

이후론 대성당에 잠입할 기회가 다시 있을지 장담 못 한단 말입니다.

 

밀레드 : …….

…….

 

브린 : …….

…….

플레이어, 밀레드. 제안 하나 하겠습니다. 아까 병사들의 말로는 곧 인퀴지터가 당도한다고 했습니다.

클레르 사도의 실력으로 미루어 본다면 인퀴지터도 타라탄 한 마리 정도는 충분히 제압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러니 우리는 이 소란을 틈타 대성당에 진입합시다. 그렇게 역으로 에녹의 허를 찌르는 겁니다. …어떻습니까?

 

[…그럴 수 없다.]

 

브린 : …….

…….

플레이어. 우린 마하와 대적하기 위해 많은 걸 감수하고 여기까지 왔습니다.

뻔히 보이는 함정인데도 걸어 들어가겠다는 말입니까?

 

[사람들을 지켜야만 한다.]

 

밀레드 : …플레이어.

 

브린 : …….

 

(브린의 얼굴에 미묘한 표정이 스쳐 지나갔다.)

 

브린 : …….

…알겠습니다.

너무 당신다운 답변이라 뭐라 덧붙일 말도 없군요. 이후에 뒤따를 상황을 당신이 이해 못 한 것도 아닐 테고요.

…이것 또한 영웅이 원하는 길이니 영웅의 마법사인 제가 보필할 수밖에요.

…….

앞장서십시오, 플레이어. 함께 저 타라탄을 쓰러트립시다.

 

…….

…….

 

리엘 : 어디 보자 보자.

흐으음. 분명 이쯤 어딘가에 수상한 게 있었는데…. 뭘 감추려고 펼쳐놓은 아주 정교한 눈속임이….

…….

…이크. 간지러워라.

 

(리엘은 귀를 후비적댔다.)

 

리엘 : …….

끙…. 누가 내 욕이라도 하나…?

 

…….

…….

 

브린 : …타라탄이 쓰러졌습니다. 이제 놈으로 인해 무고한 사람들이 죽는 일은 없겠죠.

 

밀레드 : …….

 

(문득 타라탄과의 격전으로 인해 아까보다도 더욱 엉망이 된 광장 일대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일행을 향해 단단히 고정된 군중의 따가운 시선 또한….)

 

브린 : …후드를 여미십시오, 밀레드.

이미 우린 너무 많은 사람의 이목을 끌었습니다. 정체가 완전히 발각되기 전에 서둘러 여길 벗어납시다.

 

밀레드 : …알았어.

 

(그러나 일행이 발을 떼는 순간만을 기다렸다는 듯 저벅이는 발걸음 소리가 서서히 일행을 에워싸기 시작했다.)

 

밀레드 : …사람들이….

 

브린 : …….

우릴 포위하고 있습니다….

 

사람들 : …….

…….

 

(어디서나 볼 수 있을 평범한 얼굴들이 느릿느릿 거리를 좁혀왔다.)

(눈 위론 예사롭지 않은 안광을 띤 채….)

(하나의 개체처럼 유기적인 움직임으로 마치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홀린 듯이.)

(그 기묘한 광경에 일행은 잠시 할 말을 잃고 말았다.)

 

밀레드 : …….

 

브린 : …….

…무슨 인간 포위망이라도 만들 셈인지….

…! 잠깐, 저 사람….

 

남자 : …….

…….

 

브린 : 아까 우리를 대성당에서 끌어내렸던 그 남잡니다….

…….

…그러고 보니…. 지금 우리에게 모여들고 있는 사람들…. 전부 아까 간이 성찬을 받았던 자들 아닙니까…?

 

밀레드 : …….

…….

 

인퀴지터 : 멈춰라, 불경한 폭도들아!

 

밀레드 : …!!!

 

브린 : …!!!

 

[인퀴지터…!]

 

인퀴지터 : 왕성으로부터 네놈들이 국왕 폐하를 납치했다는 사실을 전달받았다.

감히 폐하를 납치해 왕국의 근간을 흔드는 것도 모자라,

여신의 발치에 마족을 끌어들여 무고한 신민들의 피를 보기까지 한단 말이냐!

…이단자들…!!! 이 성스러운 창 앞에 선 이상 네놈들의 악행도 마지막이다.

여신 모리안의 이름으로 악인을 처단하고 이 타라타에 스며든 부패를 정화하리라!

…뭣들 하는가! 당장 놈들을 포박하라!

 

법황청의 병사들 : 예!!!

 

브린 : …….

…제길…. …병사와 시민이 완전히 뒤섞여버렸군요.

섣불리 나섰다간 비무장한 사람들까지 충돌에 휘말려 크게 다치고 말겠죠….

지금 우린 부술 수 없는 장벽에 포위당한 거나 마찬가지란 말입니다….

 

밀레드 : …….

…….

…브린, 플레이어. 내게 생각이 있어. 적당히 장단을 맞춰줘. 알았지?

 

브린 : …기다리십시오! 뭘 하려는지는 말을 해줘야 할 거 아닙….

…!!!

 

(밀레드는 뒤집어쓰고 있던 후드를 걷고 재빨리 브린의 손을 자기 목으로 옮겼다.)

(그러고는 위태롭게 휘청거리며 몇 발짝 앞으로 나아갔다.)

 

밀레드 : …….

…….

 

법황청의 병사들 : …폐, 폐하…?!

…폐하시다…!!!

 

인퀴지터 : 밀레드 폐하…?!!!

 

밀레드 : …서, 섣부른 행동은 금하라…. 이들을 자극하면 내가 어떻게 될지…, 정녕 모른단 말이냐….

 

법황청의 병사들 : …무, 물러서…!!! 어서…!

 

(병사들이 주춤주춤 물러나기 시작했다.)

 

브린 : …….

…그, 그렇습니다!!! 손가락 하나라도 까딱하면 왕은 이 자리에서 죽는 겁니다. 아시겠습니까?!

지금 왕에겐 저주 마법이 걸려있습니다. 우리의 행동을 거스르면 그 즉시 목숨을 잃는 저주가요!

 

법황청의 병사들 : …저주라고…!!!

 

인퀴지터 : ……!

 

(저주란 말에 적들이 동요하자, 브린은 더욱 기세등등하게 외치기 시작했다.)

 

브린 : 하, 이제야 말귀를 좀 알아먹는군요!

더 시간 끌 생각 말고 지금 당장 도주로를 여십시오. 그렇지 않으면 폐하는 여기서 죽습니다!

고작 알량한 정의감 때문에 폐하가 피를 토하며 죽는 꼴을 보고 싶진 않겠죠? 예?

 

인퀴지터 : …이 간교한 뱀 같은 놈이….

 

(인퀴지터가 슬며시 창을 고쳐 쥐었다.)

 

브린 : 참나. 그 창으로 뭘 어쩌려고요? 나를 꿰뚫기라도 할 겁니까?

어디 찌를 테면 찔러 보시죠. 어차피 창이 내 내장을 뚫고 나면 여기 귀하신 폐하의 내장도 같이 뚫리는 겁니다.

그렇게 폐하가 죽으면 당신의 두툼한 배도 곧 뚫리게 될 거고요.

…폭도에 왕에 인퀴지터까지. 거참 호화스러운 꼬치가 되겠군요. 안 그렇습니까?

 

밀레드 : …으으…. 사, 살려다오….

 

법황청의 병사들 : …….

…….

 

인퀴지터 : …….

…….

…….

…….

…길을 열어라.

 

(마지못해 내뱉은 인퀴지터의 한 마디를 신호로 병사들이 차츰 물러서자,)

(일행은 군중 사이에 생긴 틈으로 뒷걸음치며 광장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밀레드 : …….

…….

 

브린 : …….

…….

 

(그리고 마침내 적절한 거리를 두었을 즈음 두텁게 피어오른 흙먼지 너머로 서둘러 모습을 감추었다.)

 

사람들 : …….

…….

 

(사냥 목표를 잃은 짐승이 이제는 다음 표적을 노리듯….)

(쓰러진 타라탄의 시체를 향해 거칠게 몰려드는 평범한 이들의 모습을 등지고서….)

 

사람들 : …….

…….

 

사람들 : …칼을 가져와! 당장 마족의 목을 베어 여신께 바치자…!

 

사람들 : …마족을 죽여라! 이단을 처단하라!!!

 

사람들 : …여신 모리안이시여, 우리를 축복하소서…!!!

 

……

….

 

밀레드 : …….

 

브린 : …….

하아, 하아….

 

[이제 벗어난 것 같다.]

 

브린 : …예, 그런 것 같습니다. 발을 달리는 데엔 한계가 있으니 광장으로부터 아주 멀리 갈 순 없었습니다만….

 

밀레드 : …그래도 이곳은 나름 안전해 보이는군. 인적도 드문데 앞에 철거 예정 건물이라고 쓰여있었으니

인퀴지터가 곧바로 들이닥치진 않을 것 같아. 일단은 한숨 돌리자.

 

브린 : 예, 그럽시다.

…….

 

밀레드 : …….

 

(밀레드가 브린을 향해 빙그레 미소 짓고 있다.)

 

브린 : …뭡니까, 그 꼴 보기 싫은 표정은.

아니, 그냥 말하지 마시죠. 무슨 소리 할지 다 압니다.

 

밀레드 : 아까 광장에서 장단을 아주 잘 맞춰주던걸. 브린.

뭐랄까…, 아주 전형적인 악당 같았어. 마치 트레저헌터 활극에서 나올 법한….

 

브린 : …하아…. 저는 마법사란 말입니다. 방에 처박혀서 곰팡내 맡으며 연구나 하는 게 체질이라고요.

뭘 더 기대한 겁니까? 그런 어처구니없고 무모한 재치에 어울려준 걸 고맙게 여기기나 하세요.

다음은 절대 없어요. 아시겠습니까?

 

밀레드 : 그래. 알겠어.

 

(밀레드는 여전히 미소 짓고 있다.)

 

브린 : …노친네가 없으니 이젠 당신이 난립니까….

…….

…아무튼 상황을 좀 정리해 봅시다.

우린 선택을 했습니다. 그로 인해 광장에서 벌어진 소동의 책임을 뒤집어쓰고 공개적으로 이단자로서 낙인찍혔죠.

에녹, 그 작자가 의도했던 그대로요. 이제 우리들의 처지는 아까 그 타라탄과 다를 바 없어졌습니다.

도시의 모든 병력과 사람들이 우릴 맹렬히 뒤쫓고 있어요.

 

밀레드 : …그래도 난 플레이어가 사람들을 지켜야 한다고 말해줘서 기뻤어.

만일 우리가 목적만을 위해 눈앞의 위험을 내버려 뒀다면…,

그거야말로 마하나 법황청과 똑같은 행동을 한 거나 마찬가지니까.

 

브린 : …예. 솔직히 말하자면 플레이어가 사람들을 지키겠다 답했을 때….

비이성적인 결정에 화가 나기보다는 오히려 묘한 안도감이 들더군요.

어쩌면 남은 평생 후회하게 될지도 모를 결정을 내리려는 순간,

플레이어가 무엇이 옳은 일인가를 다시금 일깨워주었으니까요. …왜 플레이어가 영웅인지 새삼 알 것도 같았습니다.

 

[…고맙다.]

 

브린 : 고마워할 것 없습니다. 사실을 있는 그대로 말했을 뿐이에요.

 

밀레드 : …….

 

(밀레드가 격려하듯 미소 지었다.)

 

브린 : …그건 그렇고.

 

(브린은 고민에 잠긴 듯 미간을 찌푸렸다.)

 

브린 : …플레이어. 밀레드. 아까 광장에서 목격한 광경…. 지극히 비정상적이지 않습니까?

성찬을 받았던 자들이 갑자기 명령이라도 받은 듯 일시에 행동하는 것도 모자라,

우리가 자리를 뜰 무렵엔 타라탄의 시체에 대고 공격성을 드러내기까지 했어요.

서로 사전에 합이라도 맞춘 듯 난데없이 유기적인 움직임을 보였죠.

저는 도시에 광증이 돌고 있다는 얘긴 들었지만 사람들이 이런 식으로 행동한다는 건 들은 바가 없습니다.

 

밀레드 : 나도 마찬가지야. 꽤 최근까지도 이렇게까지 과열된 분위기는 아니었는데….

 

브린 : 음…. 아까 간이 성찬이 벌어질 때 제가 가설이 하나 떠올랐다고 했었지요.

 

밀레드 : 그래. 이 성찬식은 단순히 포교를 위한 것만이 아니다…. 그렇게 말했었지.

 

브린 : 전에 동맹군의 시에테라는 자를 통해 들었던 정보에 의하면….

타라타의 거의 모든 주민이 암시 마법의 영향 아래에 있을 것이며 그 마법을 퍼트리는 매개체가 게아스라는

일종의 개량 블러디셰이드라고 했습니다. 물론 게아스에녹이 주도한 마법 연구의 산물이고요.

 

밀레드 : 그런데…?

 

브린 : 그렇다면 게아스라는 건 결국은 식물이 아닙니까?

식물은 얼마든지 인간이 음용할 수 있는 형태로 가공이 가능합니다.

잘 가공한다면 성찬식의 포도주에 섞어서 마시게 하는 것도 가능하겠죠.

 

밀레드 : 아…!!! 그럼 법황청이 성녀를 앞세워 성찬 받기를 독려하는 이유도….

 

브린 : 암시 마법을 도시에 은밀히 퍼트리려는 목적일 것이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왜 하필 강력한 암시 마법을 블러디셰이드에다가 심었는지 줄곧 의아했습니다만,

이 모든 정황으로 보아 이제는 충분히 이해 가고도 남습니다.

…여튼 제가 가장 신경 쓰이는 건 이겁니다.

지금껏 우리가 알고 있던 암시 마법이란 어디까지나 개개인을 대상으로 했습니다.

각 개체의 정신을 지배하고 이상 행동을 유발하는 마법이었지,

다수의 군중을 지배하거나 제어하는 종류의 마법은 아니었단 말입니다.

…이점 때문에 저는 강한 노파심이 듭니다. 만에 하나 에녹이….

게아스의 영향 하에 있는 자들을 일시에 제어하는 지배술을 연구하고 있거나 혹은 이미 연구에 성공했다면….

아까 광장에서 벌어진 일련의 소동을 통해…. 놈이 자기가 쥔 패를 일부러 내보이며 우리를 협박한 거라면….

 

밀레드 : 그건…. 앞으로 우리가 마하에게 근접하려 할 때마다 사람들을 방패 세우는 일이 반복되거나….

그보다 더한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의미가 되겠군….

 

브린 : …그렇습니다. 전면전으로 인한 인명피해를 최소화하고자 직접 마하를 치러 나선 건데

역으로 우리 때문에 더 많은 희생자가 생기는 모순이 발생하게 되는 겁니다.

 

[…먼저 에녹을.]

 

브린 : …마하에 앞서 에녹을 먼저 처리하자는 거군요.

…그래요. 우리가 마하에 다가서려 할수록 놈은 이런 식으로 계속 발목을 잡아 올 겁니다.

그렇게 된다면 도시의 혼란은 더욱 걷잡을 수 없어지고 결국 우리는 지켜야 할 것들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게 되겠죠.

플레이어. 당신의 말대로 우린 에녹을 먼저 처리해야만 하겠습니다.

 

밀레드 : 응. 에녹과 결판을 짓고 나면 분명히 마하에게도 타격이 있을 거야. 그는 마하의 충실한 수족이니까.

나도 플레이어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해.

 

브린 : 좋습니다. 그럼 이제 문제는 놈을 어디서 찾느냐가 되겠군요.

 

밀레드 : 광장에 우리가 숨어든 걸 눈치챘던 걸로 보아선 놈은 이미 타라타 왕성을 벗어나 우리의 행보를

지켜보기 좋을 만한 장소에 있을 거야. 물론 거기가 어딜 지는…. 현재로서 마땅한 단서가 없지만 말이야.

 

브린 : …흠. 플레이어. 예전에 우리가 디아난 양과 함께 지저의 실험실에서 알아냈던 사실들. 기억하십니까?

에녹이 속한 연구조직의 자금줄은 법황청이었습니다.

법황청으로부터 그야말로 전격적이라 할 만큼 엄청난 수준의 지원을 받고 있었지요.

그리고 우린 지금 타라타 중심부에 있습니다. 지저의 실험실에서는 얻을 수 있는 정보에 한계가 있었지만….

지금은 주변에 법황청과 관련된 온갖 기관이 널려있으니 놈에 대해 뭐라도 알아낼 수 있을 겁니다.

 

밀레드 : …듣고 보니 전에 타라타를 시찰하며 근처를 지나간 적이 있어.

여기 타라타 중심부에 위치한 법황청 산하의 마법 연구 기관 말이야.

에녹은 법황청 소속의 마법사이니, 그에 대한 정보가 있을만한 장소라면 거기가 가장 유력할 거야.

 

브린 : 그거 괜찮군요. 왕이 길잡이 노릇을 해주니 썩 유용합니다.

…….

법황청 산하의 마법 연구 기관이라….

장소가 장소이니만큼 잠입이 쉽진 않을 듯합니다만, 그럼에도 위험을 감수할 이유는 충분해 보입니다.

그럼 준비가 되는 대로 그리 향하도록 하죠. 큰 위험을 무릅쓰는 만큼 부디 가치 있는 걸 얻어냈으면 좋겠군요….

 

…….

…….

 

리엘 : 너조차도 바꿀 수 없던 결과에 대한 책임을 한낱 어린아이에게 전가하지 마.
그런 비겁한 행동으로 공주의 죽음을 외려 욕되게 하지 말란 말이야.

 

스피노스 : …….

…….

…….

…젠장…. 리엘…. 감히 내게 그딴 모욕을….

 

? : …….

혼란스러워 보이는군.

 

스피노스 : ……! 너는….

 

? : 오랜만이다. 스피노스. 팔라라의 충직한 숭배자여.

 

스피노스 : …….

…….

…….

에녹….

 

에녹 : …….

 

 

(스토리 타라타 도심 완료)

(어느 간증 스토리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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