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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다톤 대교 스토리에서 이어짐)

('라다톤 대교' 전투에서 '에포나의 잃어버린 기억' 획득)

 

 

# 로체스트

 

잊고 싶었던 기억들이 차츰 떠오른다.

나는 기억을 떨쳐버리기 위해 애를 쓴다.

하지만 돌아오기 시작한 기억은 막을 도리가 없다.

 

에포나 : 라자르! 혹시 당신도 봤어요?

라자르 : 아니, 난 보지 못했어. 하지만 기사단 모두가 내내 그 이야기뿐이더군.

에포나 : 당연히 그럴 수밖에요. 왕성에 여신님께서 강림하시다니…. 전 여전히 믿을 수가 없어요.
제 생애 이런 순간을 맞이할 거라곤 생각지도 못했어요.

라자르 : 내가 이렇게 놀랐는데 법황청의 사제인 당신은 알만하군.
그러고 보니 형님은 현장에서 직접 보신 것 같더군.

에포나 : 세자르 님께서요?

라자르 : 형님은 근위 기사단장이고 왕성에 있었으니 운이 좋았던 모양이지.
그 근엄한 형님도 오늘만큼은 기뻐 보이더군.

에포나 : 오늘은 누구에게나 기쁜 날일 거예요. 저도 마치 세상을 다 얻은 기분인걸요.

라자르 : 그렇게까지 기쁜가?

에포나 : 그럼요. 모르시겠어요? 여신님께서 강림하셨다는 건 곧 에린이 강림했다는 거예요.
그 말은 곧 당신과 영원히 함께할 수 있다는 말이라고요.

라자르 : 영원이라…. 그럼 난 당신을 영원히 지켜야겠군.

에포나 : …….
절 지켜주시겠다고 약속했었죠. 영원이라는 세월이 두려우신가요?

라자르 : 아니. 그럴 리가 있겠어.

에포나 : 전 당신과 함께라면 영원도 두렵지 않아요.

라자르 :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내 맹세는 변하지 않아. 난 영원히 당신을 지킬 거야.

에포나 : …….
우린 영원히 행복할 거예요, 라자르.

 

우리는 서로의 입술을 포갰다.

 

…….

….

 

에포나 : 오늘 여신님께서…. 제게 직접 말을 거셨어요.

라자르 : 모리안 여신님께서 말이야?!

에포나 : 네. 머릿속에 그분의 음성이 들릴 땐 얼마나 놀랐던지….
대성당에서 제게 직접 미사를 진행해 달라고 하시더군요.
여신님의 부탁이라니 생각해 볼 것도 없이 그렇게 하겠다고 이야기 드렸어요.
그런데 정작 집으로 오는 길에 불안한 마음이 들더군요.
지금도 몸 둘 바를 모르겠어요. 제겐 너무 분에 넘치고 과한 일은 아닐지….
라자르,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라자르 : 여신님께서 당신에게 부탁했다면 여신님의 계획에 당신이 필요한 걸 거야.
여신님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마음으로 사제가 된 거잖아. 그 기회가 온 것뿐이야.
걱정할 것 없어, 에포나. 온 세상을 뒤져도 당신만한 사람이 없을 거야.

에포나 : …고마워요, 라자르. 저도…. 용기를 내볼게요.

 

이때까지만 해도 난 라자르의 온기를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날 이후, 나는 마치 타고 남은 재처럼 온기를 잃어갔다.

 

…….

….

 

라자르 : 얼마 전 로체스트에서 원정 종료 선언이 있었어.
인간과 마족은 서로 싸울 필요가 없고 예언은 모두 거짓이었으며
법황청은 이 사실을 알면서도 숨겨왔다고 말하더군.

에포나 : …여신님께서 예상하고 계셨던 대로네요.

라자르 : 예상하셨다고?

에포나 : 네. 예언을 훼손하고 법황청에 반기를 드는 이단 세력이 나타날 거라고 하셨어요.
여신님이 강림하신 이유는 그 이단을 직접 단죄하기 위함이라고도 하셨죠.
예언이 거짓이라니…. 저 이단의 무리는 대체 뭘 믿고 그런 소리를 하는 걸까요!
저들도 여신님을 직접 마주한다면 절대 그런 이야기를 하지 못할 텐데…. 정말이지 이해할 수가 없어요.
지금 당장 여신님께 가서 이 이야기를 드려야겠어요.

라자르 : 에, 에포나?

에포나 : 절 이해해 주세요. 라자르.
이런 날이 오리라는 걸 여신님은 알고 계셨고 제게 여신님의 눈과 귀가 되어달라고 하셨다고요.
지체할 시간이 없어요. 여신님께 고하면 그 이단들에게 여신의 업화가 내릴 거예요.
영원히 타오르는 불길에 휩싸여서야 자신들의 무지를 깨닫겠죠.
자신의 살이 타들어 가는 고통을 느끼게 될 거라고요.
여신님을 부정하는 자들은…. 에린에 있을 가치가 없어요.

라자르 : …….

 

나는 내 마음속에서 내가 밀려나고 있음을 느꼈다.

나는 한동안 본래의 자리에 돌아가기 위해 애썼지만…. 허사였다.

결국 눈앞에서 벌어지는 파멸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에포나의 잃어버린 기억이 깨졌다. 잠시 동안의 평온이 찾아왔다.)

('에포나의 잃어버린 기억' 전달)

('라다톤 대교' 전투에서 '에포나의 잃어버린 또 다른 기억' 획득)

 

어둠 속에 감춰둔 기억에 불빛이 드리운다.

다시 한번 기억이 비수처럼 날 찌르고 들어온다.

 

라자르 : 마을 사람들이 당신을 타라타의 성녀라고 부르더군.
여신님의 말씀을 전하는 유일한 사제이자 구원의 상징이라고 말이야.
당신…. 괜찮은 거야?

에포나 : …….

라자르 : 에포나? …에포나!

에포나 : 네? 아, 미, 미안해요. 조금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요즘 자주 이러네요. 아마 요즘 주어진 일이 많아서 그런 거겠죠.

라자르 : …….

에포나 : 성녀라는 호칭이 마음에 걸리시나요? 여신님께서 저를 선택해 주신 덕에 얻은 이름인걸요.
제가 얻은 이름은 아니지만 그 이름에 걸맞은 사제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해요.

라자르 : …에포나.

에포나 : 왜 그런 표정을 지으세요.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라자르.
당신 말대로 여신님께서 저를 위한 계획이 있다고 하셨어요. 다 잘 될 거예요.

라자르 : …그렇다면 좋을 텐데.

 

…….

….

 

라자르 : …….

에포나 : 왜 그래요, 당신? 절 그렇게 쳐다보고…. 뭔가 하고 싶은 말이라도 있나요?

라자르 : …에포나.

에포나 : 네?

라자르 : 오늘 대성당에서 있었던 일 사실이야?
대성당의 사제 중 한 사람이 매질을 당하고 기사단에 의해서 지하 감옥으로 연행되었다고 들었어.
나는 놀라서 누가 그런 명령을 내렸냐고 물었는데…. 사람들 말로는 당신이라더군….

에포나 : 네. 사실이에요. 여신님이 계신 곳에서 불경한 말을 입에 담은 신도가 있었어요.
그래서 제가 신성 모독죄로 기사단을 불렀죠.

라자르 : 왜…. 그렇게까지 해야 했어? 그 사람이 대체 뭐라고 했길래….

에포나 : 라자르…. 제 입으로 이단의 말을 옮기게 하실 셈인가요? 그 사람이 뭐라고 했는지는 아실 거 없어요.
당신은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중요한 건 제가 다 잘 처리했다는 거예요. 왕국은 안전해요.

라자르 : 안전하다고…?

에포나 : 네. 저 밖에 이단의 군세가 모여들고 있다잖아요.
영주들을 비롯해서 용병단이나 자경단까지 모여들어 동맹군이란 이름으로 반기를 들기 시작했다는데….
저는 경각심을 심어주고 싶었어요.

라자르 : …….

에포나 : 거짓된 선동에 이끌려 여신님을 거역하는 무리를 보면….
왕국에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고 확언할 수가 없더군요. 당신도 현실을 보세요.
에린이 강림했는데도 불행과 고통이 남아있잖아요. 다들 여전히 괴롭고 굶주리고 슬퍼하고 있어요.
우리가 진정으로 에린에 들지 못하는 건 이단의 무리가 여신님을 부정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결국 모든 인간의 죄는 마음에서 비롯되는 거죠. 전 오늘 그걸 바로잡은 거예요.

라자르 : …….

 

…….

….

 

라자르 : 오늘은 성당에 가지 않았으면 좋겠어. 에포나.

에포나 : 대체 그게 무슨 말이죠? 사제인 저한테 대성당에 가지 말라니요.
설마…. 당신까지 그 소문을 믿는 건 아니겠죠? 라자르.

라자르 : 에포나…. 난 왕국 기사단장이야. 소문에 이끌려서 사람들이 여러 가지 말들을 지어내는 데는 익숙해.
하지만…. 지금 이건 단순한 소문 이상이야. 지금 타라타의 분위기가 좀 이상해. 내 말을 좀 들어줘.
오늘 근위 기사단이 모험가 길드에 들이닥쳐서 인원 대부분을 잡아들여 처형했어.
세자르 형님께 물어봐도 정당하게 집행된 국왕 폐하의 명령이라고만 하더군.
내가 아는 형님은 그럴 분이 아닌데…. 뭔가 분위기가 이상했다고.

에포나 : …….

라자르 : …왕성의 마법사가 형님에게 접근했었다는 말이 있었어.
어쩌면 그 마법사가 모두에게 이상한 마법을 걸고 있는 걸지도 몰라.
그러니까 부탁이야. 에포나. 오늘은 성당에 가지 않았으면 해. 나와 이야기를 좀 하자.

에포나 : …라자르. 전 여신님의 사제예요. 여신님을 모셔야 한다고요. 성당을 멀리하는 사제라니 있을 수 없어요.

라자르 : 난…. 당신을 지키고 싶을 뿐이야.
지금 이 상황으로부터…. 광증으로부터…. 당신을 지키고 싶을 뿐이라고.

에포나 : …….
…광증. 그 말은 당신이 보기에 제가 광증이란 말인가요?

라자르 : 그럴지도 모른다는 이야기였어. 단순히 소문일지 모르지만….
오늘 대화해 본 형님은…. 완전 다른 사람 같았어. 그래서 혹시 당신도….

에포나 : 알겠어요. 오늘은 성당에 가지 않을게요.

라자르 : 에포나….

에포나 : 당신이 바라는 대로…. 이야기를 해보죠.

라자르 : 응, 고마워. 정말 다행이야.

(라자르가 안심한 듯 가슴을 쓸어내리곤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라자르 : 당신이 안 된다고 할까 봐 내가 얼마나 가슴을 졸였는지….

(그때 작은 단도 하나가 에포나의 눈에 띄었다.)

에포나 : …….
그러고 보니 저도 당신과 할 이야기가 있었네요.

라자르 : 어떤 이야기?

에포나 : 전에 당신이 궁금하다고 했잖아요.

(에포나는 말을 걸며 천천히 단도 근처로 이동했다.)

에포나 : 얼마 전에 대성당에서 매질 당했던 사제가 한 명 있었잖아요.
당신이 물었었죠. 그 사제가 대체 무슨 말을 했길래 매질까지 당했느냐고.

라자르 : ?

에포나 : 그 사제가 여신님을 면전에 두고 입에 담았던 말….
그 말도 광증이었어요….

라자르 : ?!
에, 에포나! 잠깐….

 

…….

….

 

내가 정신이 들었을 때는 손 마디마디가 아팠다.

뭔가를 강하게 쥐고 있었던 느낌이 들었다.

나는 천천히 눈을 떴다.

 

내 손에는 단도 한 자루가…. 그리고 바닥엔 라자르의 시신이 놓여 있었다.

 

에포나 : !?
…라자르? 라자르? 당신이에요?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그럴 리 없어.
내가 그런 게 아니야. 내가 그런 게 아니야. 내가 당신을 왜…. 내가 그런 게 아니야!
아니야!

 

그리고 그때…. 여신이 날 찾아왔다. 한 남자와 함께….

 

마하 : …결국 이렇게 되어버렸나.

에녹 : 본래 신앙을 가진 자에겐 약효가 너무 강했던 모양입니다.
광증이란 단어에 반응했고, 가족을 죽였다는 과도한 정신적 분열 상황에 놓여 암시가 풀려버린 것 같습니다.

마하 : 지나친 신앙심을 주입하는 건 주의해야겠네.

에녹 : 본격적으로 배포하기 전에 성능 개선을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마하 : 그래. 그러도록 해.

에포나 : 여신님! 여신님 제발…. 도와주세요.
제발 살려주세요. 라자르를…. 제 남편을…. 살려주세요.

에녹 : 이 여자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타라타에 약물을 공급하기 위해 성녀라는 지위에 올려 밑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습니다만….

마하 : …흐음. …예정에 없던 일이지만 어쩔 수 없지. 피차 필요한 장기말들이니…. 내가 힘을 좀 빌려주도록 할까?
에포나. 이 셉터를 받도록 해.

 

여신은 내게 붉은 크리스탈이 장식된 둔중한 셉터를 건넸다.

 

마하 : 이거면 네가 원하는 대로 네 남편을 되살리고 예전처럼 돌아갈 수 있을 거야.
네 남편은 불사의 기사가 되어 되살아날 테고 원한다면 그와 대화할 수도 있을 테지.
대신 네게서 그 대가를 좀 받아 갈 텐데…. 그건 괜찮겠어?

에포나 : 무, 물론입니다! 여신님!
라자르만 제 곁에 남아 있다면…. 그 대가가 무엇이든…. 기꺼이 치르겠어요.

마하 : 그래. 그럼 계약 성립이네. 그렇다면 대가로 네게서 지금 이 기억을 받아 가도록 하지.
그리고 에녹, 이 여자가 진짜 간극을 눈치채지 못하게 강한 암시도 걸어주도록 해.

에녹 : 예.

마하 : 이걸로 넌 네 남편의 죽음을 기억하지도, 인지하지도 못할 거야.
아, 남편이 진짜 살아나는 거 아니냐고? 미안하지만 그만한 힘은 나한테도 없어. 후후후.
하지만 아무 의심 없이 살아있다고 믿기만 하면 그게 살아있는 거랑 뭐가 다르겠어?

에포나 : !

마하 : 어때? 괜찮은 이야기지? 망각으로 사람들을 구원하는 게…. 모리안의 방식이니까.

에포나 : 라, 라자르…. 안돼….

 

(에포나의 잃어버린 또 다른 기억이 깨졌다. 또 잠시 동안의 평온이 찾아왔다.)

('에포나의 잃어버린 또 다른 기억' 전달)

 

…….

…….

 

에포나 : …….

…….

기억이 돌아왔어요. 라자르.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죠.

라자르…. 당신이 이 지경이 되도록…. 난…. 무슨 짓을 한 거죠. 난 당신만 있으면 됐는데…. 그걸로 충분했을 텐데….

라자르…. 눈을 떠봐요…. 당신…. 다시 일어나줘요. 그러기로…. 맹세했잖아요.

…….

 

마하 : 이런 이런…. 손이 많이 가는 여자네. 기껏 성녀라는 이름의 상징으로 만들어 놨더니…. 또 이렇게….

아무튼 플레이어가 엮이면 제대로 되는 일이 없다니까.

 

에포나 : …여신. 그 붉은 날개…. 이제야 제 눈이 뜨이네요. 그때…. 눈치챘어야 하는데.

제게….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죠?

 

마하 : 무슨 짓이라니. 네가 바라는 대로 소원을 이뤄주고 대가를 받았을 뿐이잖아.

아무것도 모르는 동안은 그렇게 행복했으면서 인제 와서 그렇게 이야기하다니 섭섭하네.

 

에포나 : 이런 건…. 행복이 아니에요…. 이건…. 지옥이죠.

더는…. 당신의 인형이 되지 않겠어요! 차라리 죽어서 라자르의 곁으로….

 

마하 : 결심은 가상하지만 그건 허락할 수 없어. 너한테 얼마나 많은 시간을 쏟아부었는데….

아직 널 잃을 수는 없다고. 이번엔 암시 따위가 아니라…. 내가 확실하게 기억을 지워주지.

 

에포나 : 아, 안돼.

싫어…. 더는…. 이런.

 

마하 : 거부해도 소용없어. 타라타의 성녀가 지금 여기서 부서지면 곤란해. 넌 아직 이용 가치가 남았거든.

 

에포나 : ─!

 

 

(스토리 타라타의 성녀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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