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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를 위해 스토리에서 이어짐)

 

 

# 로체스트 로나운 성채

 

(타라타 북부 킹스로드.)

 

(휘장을 두른 한 무리의 기마대가 타라타를 향해 전진하고 있다.)

(기마대의 가장 선두에는 초로의 백발 남성이 일행을 이끌고 있었다.)

(이 남성은 노스폴의 영주이자 기사단장으로 그의 이름은 로메르였다.)

(로메르 곁에는 그와는 대조되는 젊은 부관인 루시안이 나란히 행진을 하고 있었다.)

 

루시안 : …하.

 

(한순간 부관 루시안이 수심 깊은 표정으로 한숨을 푹 쉬었다. 로메르가 그 모습을 보고 고개를 가로젓는다.)

 

로메르 : 출정길에 오른 기사가 한숨이라…. 기강이 떨어질 대로 떨어졌군. 부관.

 

루시안 : …아, 이런. 죄송합니다. 영주님.

 

로메르 : 여전히 내 결정에 반대하는 건가?

 

루시안 : …….

여전히 마음에 걸립니다.

 

로메르 : 고집도 이만한 고집이 없군.

 

루시안 : 죄송합니다. 하지만…. 이번 출정만큼은 계속 마음에 걸립니다.

 

로메르 : 왕명을 받아 반군 제압을 위해 출정하는 게 어디가 이상하단 말인가.

 

루시안 : 지금껏 아무런 교류도 없던 수도에서 출정 명령이라니. 너무 급작스럽지 않습니까.

게다가 저들은…. 영주님을 변방으로 몰아냈던 자들입니다.

 

로메르 : 변방이라…. 우습구나. 그 변방 노스폴이 부관의 고향이란 것도 잊었나 보군.

 

루시안 : …….

고향을 나쁘게 이야기할 마음은 없습니다만…. 척박한 영구 동토인 건 사실이지 않습니까.

영주님이 오시고 여러모로 사정이 나아졌다곤 하지만….

지금도 왕국 그 어느 곳보다 혹독한 기후를 가진 땅이니 말입니다.

 

(루시안의 이야기에 로메르는 대수롭지 않게 전방을 노려보고 있을 뿐이다.)

 

루시안 : …저는 영주님을 걱정하는 겁니다.

영주님을 노스폴로 몰아낼 땐 언제고…. 이렇게 갑작스러운 출병 요청…. 무언가 음모가 있는 게 틀림없습니다.

 

로메르 : 의견이라기엔 말이 지나치군. 부관은 나를 반역자로 만들 셈인가?

 

루시안 : …죄송합니다. 시정하겠습니다.

 

로메르 : 우리는 왕성의 병력만으로는 반군의 세를 막아내기 버거워진 탓에 도우러 가는 것이다.

기사라면 왕성에 대한 충성은 영예로운 것이다. 하물며 현왕께선 여신님께서 인정한 에린의 왕.

이번 출정은 우리에게 폐하를 알현할 기회를 주신 것이니 감사해야 마땅하지 않겠나.

부관은 행여라도 어리석은 행동이나 말을 조심해라.

 

루시안 : 알겠습니다. 영주님.

 

…….

….

 

(한편, 타라타 왕성.)

 

에녹 : 노스폴에 지원을 요청했나. 왕당파에 밀려 수도를 떠났던 노병을 불러들이다니.

저런 노병까지 써야 할 정도로 왕국군엔 인재가 없나 보군?

 

밀레드 : 참견하지 마라. 에녹. 더는 네 손을 빌리지 않기 위해서다.

직접 상대하기로 한 이상 이건 인간들의 싸움이어야 한다. 맺고 끊을 것이 있다면…. 내 손으로 직접 이룰 것이다.

그러니…. 네가 만든 마수들을 전선에 내보내는 짓은 하지 마라. 노스풀의 영주가 보면 괜한 의심만 살 테니….

 

에녹 : 그건 여신님께서 결정하실 일이다.

하지만 뭐…. 당장은 네게 맞춰주라 하셨으니…. 상관하진 않겠지만 말이다.

 

밀레드 : …….

 

…….

….

 

(다음 참모 회의를 기다리던 중. 어디선가 익숙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리엘 : 히히. 여기로군.

 

스피노스 : 여기는 인간들의 군대가 주둔한 곳 아닌가. 루 님은? 빛의 인도자님은 어디 계신 거냐?

 

브린 : 이 목소리는? 설마….

 

(브린과 함께 두 사람의 목소리가 들린 곳으로 향했다.)

 

스피노스 : …? 너, 너희는?

 

리엘 : 응? 이게 누구야.

 

브린 : 마을 바깥에서 이렇게 뵙는 것도 오랜만이군요. 스승님. 아니…. 실례했습니다.

선대 영웅과 함께 엘쿨루스를 봉인한 대마법사…. 로.센.리.엔 님.

 

리엘 : 히히. 누군가 했더니…. 바보 제자로군.

 

브린 : 잘도…. 모든 걸 알면서도 방관하고 계셨더군요. 대마법사님.

 

리엘 : 히히, 네 녀석이 바보짓을 할 때마다 간담이 서늘했지. 말귀를 몰라 먹는 제자를 둬서 참 애먹었어.

 

브린 : …당신이란 노인네는 여전하군요.

 

리엘 : 히히, 네 녀석은 좀 달라졌더냐? 네가 그렇게 바라던 대로 되었는데 만족해?

진실을 좇아서 이 멀리까지 와보니 만족스러운가 말이야? 세계의 본래 모습을 들춰낸 감상이 어떻지?

 

브린 : …왜 모든 걸 알면서 일러주지 않았습니까.

 

리엘 : 알려준다고 해서 네가 '아 그렇습니까'하고 멈췄겠어? 결국 자기 손으로 파헤치고 나서야 깨닫는 법이지.

 

브린 : …….

 

리엘 : 히히. 그 이야기는 이제 재미없으니 됐고.

 

브린 : 재미라니요…. 스승님 이건….

 

리엘 : 루는? 그 친구는 어디 간 거야? 여기 우리보다 먼저 왔을 텐데?

 

브린 : …대화하려는 마음이 전혀 없군요.

루는 여신을 만나보겠다며 홀로 적진으로 들어갔습니다.

 

스피노스 : 단독으로 여신 마하를 말인가?!

리엘!

 

리엘 : 왜 나한테 소리를 치는 거야. 내가 보내기라도 했나.

 

스피노스 : 우리도 도우러 가야 하지 않나!

 

리엘 : 상황을 알아야 도우러 갈 수 있는 거라고. 너무 걱정하지 마. 루라면 너무 깊숙이 들어가진 않았을 테니.

아니면 너는 루가 전쟁의 여신에게 당할 거로 생각하는 거야?

 

스피노스 : 으윽…. 그럴 리…. 없다.

 

리엘 : 그래. 그러니 조금 진정하란 말이야.

흐음. 플레이어와 바보 제자.

 

브린 : …….

 

리엘 : 너희는 그럼? 이제부터 어떻게 할 생각이지?

 

브린 : 저희는 동맹군 수뇌부와 전면전을 피할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브린이 대략적인 이야기를 전했다.)

 

리엘 : 그래. 바보들끼리 또 한바탕하고 있군그래. 바보는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바보라니까. 바뀌는 법이 없어.

이건…. 우리도 같이 행동하는 게 좋겠군. 여신이 있다는 곳으로 루를 찾아서 말이야.

 

스피노스 : 이 가짜 영웅과 동행하겠다는 말인가?

 

리엘 : 가짜고 진짜고가 어딨어. 신성을 갖는다는 것 자체가 결국 빌린 힘이야.

신이라는 것들도 몽땅 만들어진 거라고. 히히.

우리는 루를 만나러 가고 이 녀석들은 여신을 만나러 가고. 그것뿐이잖아?

 

스피노스 : 도무지 내키지 않는다만….

…….

 

리엘 : 네 마음에 들라고 세운 계획이 아냐. 지금으로선 가장 말이 되는 계획이라고. 히히.

 

(리엘과 스피노스가 티격태격한다.)

 

브린 : 스승님. 이렇게 만난 김에 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리엘 : 뭘 말야? 바보 제자도 궁금한 게 있어?

 

브린 : 아까 이 세계의 본래 모습이라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그 세계의 본래 모습이란 게 대체 뭡니까?

 

리엘 : 음?

 

브린 : 너무 질문이 포괄적이었군요. 간단한 것부터 묻죠.

지금 왕국에 마하가 앉혀둔 허수아비 왕. 왕국군은 이 왕을 에린의 왕이라고 표현하더군요.

그렇다는 건 지금 이 세계는 에린이라고 할 수 있습니까?

 

리엘 : 히히, 그건 이상한 말이로군. 지금 이 세계는 에린도 뭐도 아니지.

아마도 예언에서 이야기하던 에린이 이미 강림했다고 믿도록 하기 위해 만들어낸 거겠지.

 

브린 : 그렇군요. 그럼 다음 질문입니다만…. 진짜 에린이란 건 대체 뭡니까?

플레이어에게 들은 이야기지만…. 시간의 수호자 엘쿨루스는 시간이 멈춰있던 세계를 에린이라고 불렀다더군요.

저로선 모든 봉인이 풀려버린 이후에야 진실을 알게 된 탓에…. 이 에린이란 것을 체험해 본 적이 없지만 말입니다.

 

리엘 : …파괴신을 가두기 위해서 최초의 봉인이 있었던 건 알지?

 

브린 : 예, 알고 있습니다.

 

리엘 : 그때 신들의 왕은 위협이 되는 자들을 몽땅 이면 세계에 가뒀어.

그 이면 세계란 건 뭘까? 그곳은 시간이 멈춰 있는 세계야. 이면 세계의 시간 자체를 봉인해둔 거란 말이야.

그런데 이 장난질이 그 녀석을 깨우고 만 거야.

 

브린 : 시간의 수호자 엘쿨루스를 말이군요.

 

리엘 : 그래. 엘쿨루스는 그걸 되돌리려 했어. 강제로 멈춰 있는 시간을 본래대로 되돌리고자 했지.

그 과정에서 이 세계에 나타난 게 에린이야. 이쪽 세계의 시간을 멈춰서 이면 세계와 같은 시간을 맞추려는 거지.

 

브린 : 그렇군요. 이해했습니다.

 

스피노스 : …그게 무슨 말이지?

 

(가만히 듣고 있던 스피노스가 질문을 던졌다.)

 

리엘 :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제자야, 이 어리석은 친구를 위해 네가 다시 한번 설명해 줘라.

 

브린 : …제가 말입니까? 알겠습니다.

음…. 예를 하나 들어보죠. 시계가 두 개 있다고 합시다.

첫 번째 시계를 우리가 사는 세계, 두 번째 시계를 이면 세계라고 생각해 보시죠.

첫 번째 시계는 정상적으로 움직이고 두 번째 시계는 고장 나서 움직이지 않는 시계입니다.

이때, 시계 수리공이 두 시계가 서로 맞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스피노스 : 두 번째 시계를 고치겠지.

 

브린 : 그러고요?

 

스피노스 : 두 번째 시계의 시간을 첫 번째 시계에 동일하게 맞추겠지.

 

브린 : 네. 이때 첫 번째 시계를 뒤로 돌리거나 두 번째 시계를 빨리 가게 하는 게 불가능하다면….

시간을 맞추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스피노스 : 첫 번째 시계를 멈춰두고…. 두 번째 시계랑 같은 시간이 되었을 때 움직이게 하면 되겠군.

 

브린 : 그렇습니다. 그게 에린입니다. 시간을 봉인했던 반동으로 생긴 현상이란 거죠.

이렇게 설명하면 맞습니까? 스승님.

 

리엘 : 그래, 히히. 여전히 바보지만 이해력은 좋다니까.

 

브린 : 이 세계가 이미 에린이 아니란 것은….

 

리엘 : 너희는 시계 수리공을 막지 못했고 두 세계의 시간은 맞춰진 거지. 엘쿨루스는 이미 자기 소임을 다한 게야.

 

브린 : 엘쿨루스는 오직 그것만을 목적으로 하는 겁니까?

 

리엘 : 그것까지 우리가 어떻게 알겠어. 그 녀석에 대해 내가 아는 건 그저 구전된 전설에 불과해.

 

브린 : 그거라도 이야기해 주십시오.

 

리엘 : 으음…. 오늘따라 유독 귀찮게 구는구나.

듣기론 세계가 창조될 때부터 존재한 녀석이고 세계가 혼돈의 덩어리였을 때 시간이라는 질서를 있게 한 존재라지.

녀석은 시간이 없어 불안정했던 세계를 안정된 상태로 만들었고

그 후엔 자신의 목적을 잃고 차츰 세계의 일부가 되어 사라졌지.

하지만 최초의 봉인은 그 안정된 상태를 거슬렀고 엘쿨루스는 세계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거야.

 

브린 : 과연 시간의 수호자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존재군요.

 

리엘 : …하지만 이 모든 게 다 전설에 불과할지 알 게 뭐야. 나중에 신들의 왕에게 직접 물어보던가. 히히.

 

브린 : 한 가지 더…. 전쟁의 여신이 지금 가지고 있는 봉인석. 왜 엘쿨루스는 그 안에서 나오려 하지 않는 걸까요?

 

리엘 : 이미 제 소임을 다한 녀석이니 그 안에서 자고 있을지 알 게 뭐야.

이미 세계의 일부가 되어 있던 걸 자극해서 깨운 것뿐이니….

또 새로운 목적이 생기지 않는 한 엘쿨루스는 움직이지 않을 테지.

 

브린 : 으음…. 스승님. 마지막 의문입니다만….

지금까지 설명이라면…. 이면 세계에서 온 이웨카의 군단은 엘쿨루스의 존재를 모르겠군요?

 

리엘 : 그렇겠지. 엘쿨루스는 이면 세계가 봉인된 후에 나타난 존재니 말이야.

 

브린 : 그래서 저들은 이 세계를 낙원이라 부르던 것이었군요. 의문이 좀 풀렸습니다.

 

…….

…….

 

로메르 : 폐하를 알현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밀레드 : 노스폴의 영주는 고개를 들라. 부름에 이렇게 달려와 주어 고맙다.

 

로메르 : 마땅히 해야 할 행동을 했을 뿐입니다.

 

밀레드 : 듣기론 바라는 것이 있다던데….

 

로메르 : 가능하다면…. 여신님을 뵙게 해주십시오.

노스폴의 기사단 모두에게 여신님을 뵙는 영광을 베풀어주십시오.

 

밀레드 : …그건가. 허락한다.

대성당에서…. 두 사람이 성찬을 받을 수 있도록 일러두지. 여신께서도 환대하실 거다.

 

로메르 : 감사합니다.

 

루시안 : 감사합니다. 폐하.

 

 

(스토리 대마법사와 제자 완료)

(토파즈 홀 스토리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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