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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움직임 스토리에서 이어짐)

 

 

# 베르베 잡화점

 

게르트루트 : 오랜만이군, 플레이어.

 

카흘린 : 아, 너희들, 묵고 갈 계획이라면 여관으로 와. 숙박부는 늘 두던 자리에 있어.

어? 너는….

 

키안 : 오늘은 묵지 않을 계획입니다. 다시 만나서 반갑습니다.

 

카흘린 : 첫 손님과 그다음 손님이 함께 오다니…. …세상 참 좁다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겠지?

 

로무 : 어서 오세요, 여러분.

…하필 오늘 같은 날 레무는 어딜 간 걸까요? 또 뒤늦게 나타나서는 아쉬워하려고….

 

(주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그간 있었던 일들을 말한다.)

 

게르트루트 : 흐음…. 그런 일이 있었군.

 

로무 : …로무는 무서워요….

 

(로무는 얼굴을 요르닌의 품에 파묻었다. 요르닌은 로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위로했다.)

 

요르닌 : 괜찮을 거야….

 

카흘린 : 또 무시무시한 일들을 몰고 왔네….

 

(카흘린은 짧게 한숨을 쉬었다.)

 

브린 : …물론 세르하 양이 본 것이 전부 사실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의심되는 경황이 여럿인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죠.

…대체 마족의 군단에는 무슨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겁니까?

 

게르트루트 : …….

레샤우를 찾아온 캐시스가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이루산. 캐시스의 수장이 마신의 신탁을 받기 위해 찾아온 것이었지.

 

[신탁?]

 

게르트루트 : 그녀에겐 총사령관에 올라 마족 군대를 규합하라는 마신의 신탁이 전해졌다.

그 후 그녀는 로흘란으로 돌아가 총사령관에 올랐고 마족의 모든 군대엔 소집령이 내려졌지.

하지만 얼마 전부터 갑작스레 상황이 급변하기 시작했어. 레샤우에게 주기적으로 보내오던 서신이 끊겨 버렸거든.

네가 말한 각 요충지로 병력이 배치되기 시작한 것도, 봉쇄령으로 모든 이동이 제한된 것도 모두 최근의 일이다.

 

[봉쇄령?]

 

게르트루트 : 그래, 봉쇄령이 내려지면 각 거점 간의 이동이 제한되지. 미심쩍은 부분은 그 이유가 없다는 거다.

 

메르 : 이루산의 심경에 무슨 변화라도 생긴 것일까?

…지금의 우리로선 그녀와 대화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자세한 내막은 알 수 없는 상태지.

 

브린 : 갑작스러운 연락 두절…. 게다가 봉쇄령까지…. 아무래도 수상하지 않습니까? 플레이어?

짚이는 구석이 있긴 하지만…. 부디 그것만은 아니었으면 좋겠군요.

 

[마족 지배술]

 

브린 : …에녹이 마지막에 완성시킨 마법은 지금껏 겪어보지 못한 거대한 규모의 마법이었습니다.

그것이 만일 마족 측에 영향을 끼친다면….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이겠죠.

세르하 양이 본 참상이 벌어져도 하나도 이상할 것이 없죠.

 

세르하 : …….

 

메르 : 브린의 추측이 맞다면 이건 대형 악재야.

왕성에서 배수의 진을 치고 있는 동맹군에겐 세력의 판도를 뒤집을 만큼의 전력이 필요해.

우리는 그 전력을 규합된 마족과의 동맹이라고 생각했고.

하지만 마족 총사령관이 적들의 손에 놀아나고 있는 거라면 우리가 어떻게든 해결해야만 해.

 

브린 : 하지만 지금으로선 이렇다 할 해결점이 보이지 않는군요. 정보도 턱없이 부족하고요.

캐시스는 어떤 종족이며, 왜 그들이 로흘란에 주둔했는지 아는 바가 있습니까?

 

게르트루트 : 내가 보고 들은 건 딱 여기까지다. 캐시스는 비밀스럽고 대외적인 교류가 거의 없다시피 하지.

…물론 요르닌이라면 그에 대해 잘 알고 있겠지만….

 

요르닌 : 저는 괜찮아요, 게르트루트.

 

게르트루트 : …그럼 부탁하지.

 

요르닌 : 이미 알고 있겠지만…, 난 캐시스야. 오래전 부족으로부터 버림받았지.

 

메르 : …….

괴로운 이야기겠지만…. 들려주겠어? 캐시스, 그리고 너의 이야기를.

 

요르닌 : …캐시스는 오랫동안 로흘란 평원의 주인이었어.

그들은 오거처럼 힘이 세지도, 고블린 같은 조직력도, 그렘린처럼 영리하지도 않았지.

하지만 어느 마족도 흉내 낼 수 없는 전사가 있어. 그들의 전사가 강한 이유가 있어.

그건 바로 대대로 전해지는 경험이야.

 


캐시스 원로 : 모두들 똑똑히 보거라.
이건 보다시피 위대한 선대 전사의 유해다. 오늘 우리는 이 위대한 경험을 계승한다.
앞으로 나오거라, 영광을 이을 자매여.

 

요르닌 : …캐시스에겐 전통이 있어. 선대 전사의 유해에서 특수한 에르그 결정을 추출해 내는 것.

그 결정으로 선대가 싸워온 경험과 지식을 습득하거나 마법을 사용하기도 해.

절대 풍화되거나 유실되지 않는 경험의 전수, 그것이 모두가 두려워하는 힘의 정체지.

 

브린 : 에르그를 통한 지식과 경험의 전승이라…. 상당히 흥미로운 부분이군요.

상상만으로는 구성원 모두가 백전노장처럼 싸웠으리라 추측됩니다.

 

요르닌 : …물론 캐시스의 구성원이 모두 강한 건 아니야. 나 같은 구성원도 존재했으니까 말이야.

나약한 구성원은 자연스레 도태돼. 오직 살아남은 전사만이 자신의 경험을 후대에 남기는 명예를 얻지.

그래야만 더 강한 부족이 될 테니까.

 

세르하 : 도태라면… 설마?

 

요르닌 : …죽거나 버려진다는 말이야. 그러지 않고선 로흘란 같이 척박한 땅에서 살아남을 수 없으니까.

 

세르하 : 그런….

 

키안 : …….

 

브린 : 부모들은…. 그걸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인단 말입니까?

 

요르닌 : 캐시스에겐 부모라는 개념이 없어.

 

브린 : 그게 무슨…?

 

요르닌 : 캐시스는 전통적인 모계 사회거든.

아이 하나에 그리 큰 의미를 두지도 않지. 어차피 살아남는 건 극소수란 걸 아니까.

 

브린 : …….

 

요르닌 : 그 해에 태어난 아이들을 한데 모아 공동육아를 해.

그 아이들은 걸음마를 떼면 전사가 되는 훈련을 시작하지. 물론 남자아이는 빼고 말이야.

 

[어째서?]

 

요르닌 : 이유는 간단해. 전사로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야. 앞서 말한 에르그를 사용할 수 없거든.

그래서 오직 여자만이 전사가 될 수 있어.

전사는 특권 계층이야. 그중 가장 강한 전사가 부족을 이끄는 족장이 되지.

매우 거칠고 냉혹한 훈련 과정을 거친 뒤에 살아남는 자만이 누리는 특권.

바보 같지? 죽으면 다 끝인데 그게 뭐라고….

 

게르트루트 : …….

 

어린 요르닌 : …내일은 어떤 훈련이에요?

캐시스 원로 : 맨손으로 바위산을 오르는 훈련이다.

어린 요르닌 : 정말 그만두고 싶어요.

캐시스 원로 : …약한 소리 하지 말고 잠이나 자거라.
너희는 반드시 전사가 되어야 한다. 쓸데없는 생각 따윈 하지 않는 게 좋아. 내일 있을 훈련에 방해가 될 뿐이다.

어린 요르닌 : …잠이 안 오는 걸요….

 

요르닌 : 난 매일 두려움에 떨면서 잠들어야 했어. 다음날 죽어도 전혀 이상할 게 없는 환경이니까.

아까 말했다시피 훈련생들은 부모가 누군지 몰라. 그래서인가…, 서로 자매라고 불러.

서로를 지켜주는 가족이니 틀린 말은 아니지. 너희들 언니를 본 적 있다고 했지?

 

[디아난]

 

요르닌 : 그래, 언니와 나는 그 부족에서 버려진 이탈자야. 그때의 우리는 어리고 나약했거든….

 

[이탈자?]

 

요르닌 : 말 그대로 부족을 이탈한 자들을 일컫는 말이지.

이탈자는 마족 사회에서 최하층 계급에 속해. 어떤 때는 네메디안 이상으로 천대받지.

우린 그저 살고 싶었을 뿐인데 말이야.

 

메르 : 그들을… 원망해?

 

요르닌 : …그렇지는 않아. 물론 그때는 많이 원망했었지. 나는 매우 어렸으니까.

지금에 와서 돌이켜보면 그들도 살고 싶었던 거야. …우리처럼.

 

(요르닌은 짧게 회상을 하는 듯 먼 곳을 바라봤다.)

 

세르하 : 그 뒤에는 어떻게 된 건가요?

 

요르닌 : 이탈자인 어린 캐시스가 갈 수 있는 곳은 많지 않았어. 모두가 우리를 멀리했지.

 

어린 디아난 : 제발…. 음식을 나눠주세요. 제 동생이…. 죽어가고 있어요….

마족 노인 : 흥, 더러운 이탈자 녀석들이 죽거나 말거나.
네 녀석들에게 줄 음식 따위가 있을 턱이 없지 않으냐? 내 집 앞에서 썩 꺼져!

어린 디아난 : …….

 

요르닌 : …거칠게 닫히는 문은 우리의 처지를 말해줬지.

언니는 빈손으로 돌아와서는 작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어.

 

어린 디아난 : 미안해, 요르닌. 아무것도 구해오지 못했어….

어린 요르닌 : 괜찮아, 언니….

 

요르닌 : 하늘에서 차가운 비가 내리던 날이었어. 우린 헤매다가 이내 발걸음을 멈췄지.

그래, 어디에도 우리가 갈 곳은 없다고 생각했거든. 그렇게…. 배고픔과 추위에 점점 죽어가고 있었지.

그 때 기묘한 생김새의 그렘린을 만났어.

 

마키나 : 꼬맹이들, 물에 빠진 생쥐마냥 쫄딱 젖었구나?

 

요르닌 : …사장님은 우리 자매를 이곳으로 데려오셨어. 모두가 상처 하나씩은 있는 마을.

 

게르트루트 : …….

 

요르닌 : 이곳에서 우리는 많은 걸 배웠어. 대표적으로 언니는 연금술, 나는 대장기술.

내 대장기술이 그저 흉내만 내는 수준이었다면 언니는 연금술에 탁월한 재능이 있었어.

금세 사장님이 알려줄 수 있는 영역을 뛰어넘어섰지.

어떤 이유에선지 언니는 이것저것 손을 댔고 결국 인퀴지터에게 적발당하고 말았어.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아찔해. 얼마나 어렵게 찾게 된 보금자리인데 말이야…. …정말 무책임하다고 생각해.

 

브린 : …그런 사정이 있었군요.

 

요르닌 : 결국 쫓기는 신세가 된 언니는 린간의 마을로 숨어들기로 마음먹었지.

제 아무리 인퀴지터라 해도 거기까지 쫓아오진 못할 테니까.

마침 린간의 모습으로 변하는 약도 있었으니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어.

그렇게 언니는 이곳을 떠났고 돌아오지 않았어. 다행히 린간의 마을에서 잘 적응한 모양이야.

…여기까지가 캐시스 그리고 나와 언니의 이야기지.

이루산에 대한 건 나도 몰라. 내가 부족에 있을 때는 다른 이름의 족장이었으니까.

아마도 캐시스의 수장이라면 가장 뛰어난 전사겠지.

 

[고맙다.]

 

요르닌 : …….

플레이어. 사장님은 널 믿는다고 하셨어. 지금은 나도 널 믿고 있고.

부디 부족을…, 아니. 마족을 부탁해.

 

(말을 마친 요르닌은 눈 맞추기를 피하며 고개를 돌렸다.)

 

브린 : …….

상황이 이 지경인데 어째서 키홀은 잠잠한 걸까요?

 

(브린은 누군가를 찾는 듯 주위를 둘러본다.)

 

브린 : …그러고 보니, 예언의 사제도 없군요.

 

게르트루트 : 레샤우라면 신전에 틀어박힌 채 기도 중이다. 마신의 응답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지.

함께 만나러 가보겠나?

 

[알겠다.]

 

(게르트루트는 앞장서서 신전 방향으로 걷기 시작했다.)

 

…….

….

 

(레샤우는 석상 앞에 무릎을 꿇은 채 기도를 올리고 있다.)

 

게르트루트 : 레샤우.

 

레샤우 : 오셨군요. 플레이어 씨.

 

(레샤우에게 조금 전에 나눴던 이야기를 전했다.)

 

레샤우 : …확실히 요 며칠간의 상황들은 썩 자연스럽지 않습니다.

 

브린 : 더군다나 봉쇄령이 상황을 더욱 나쁘게 만들었습니다.

무슨 일이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만날 수조차 없으니까요.

 

레샤우 : 제가 만났던 이루산 님은 지혜롭고 신중한 지도자였습니다.

만에 하나, 그녀의 의도가 반영된 명이라면 분명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겁니다.

 

메르 : …뭔가 확신에 차 있네.

 

레샤우 : 그야 마신께서 선택한 마족 총사령관이니까요.

 

브린 : 이미 얘기했으니 알고 있겠지만 반복해서 말하자면 마족 지배술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게다가 세르하 양이 봤던 미래시가 현실이 된다면….

 

세르하 : …….

 

레샤우 : 만약 봉쇄령을 뚫고 총사령관을 만날 수 있다면 어떨까요?

 

[어떻게?]

 

메르 : 설마 무력으로 강행 돌파라도 하겠다는 거야?

 

브린 : 분명 플레이어의 힘으로 요새를 뚫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겁니다.

하지만 마족 총사령관이 직접 내린 봉쇄령을 어기면서까지 강력한 동맹의 후보를 공격하는 건 부담이 큰 행위죠.

설마… 봉쇄령을 뚫는다는 게 막혀있지 않은 다른 길을 이용한다는 말입니까?

 

레샤우 : 맞습니다. 잔도길을 이용하면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게르트루트 : 레샤우, 그 길은 너무 위험하다.

 

[잔도길?]

 

레샤우 : 지하로부터 로흘란 평원을 향해 굽이굽이 계곡들 사이로 나 있는 험난한 길입니다.

군대를 주둔시키기엔 적합하지 않기 때문에 봉쇄령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 겁니다.

 

브린 : 과연….

 

게르트루트 : 그만큼 위험한 길이다. 그래도 가겠나?

 

[물론]

 

브린 : 세르하 양. 위험한 길이라도 하니 마을에 남아 계시는 건 어떻습니까?

 

세르하 : 아니요. 가겠어요. 짐이 되지 않기로 약속했으니까요.

 

키안 : 전 막는다거나 권유하지 않겠습니다. 당신이 온전히 뜻을 펼칠 수 있도록 돕는 게 제 역할이니까요.

 

세르하 : …고마워요, 키안 님.

 

키안 : …….

 

레샤우 : 잔도길은 몇 번 가본 적이 있습니다. 제가 직접 안내를 맡아도 되겠습니까, 플레이어 씨?

 

[부탁한다.]

 

게르트루트 : 그렇다면 나도 함께 가겠다.

비록 지금은 고요의 기사단이 아닐지언정 예언의 사제를 지키겠다는 그 결심마저 꺾은 건 아니니까.

 

레샤우 : …고맙습니다.

그럼 채비가 되는 대로 출발하시죠.

 

 

(스토리 봉쇄령 완료)

(로흘란의 바람 스토리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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