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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어나는 상흔 스토리에서 이어짐)

 

 

# 로체스트 마차

 

마부 : 어서 옵쇼, 어디로 가십니까?

 

마렉 : 콜헨으로 부탁드립니다.

 

[마렉!]

 

마렉 : 어? 플레이어? 배웅이라도 나와준 거야?

 

(마렉에게 서신을 전해주었다.)

 

마렉 : …이런, 이걸 놓고 갔었구나. 하하, 너무 불안하단 표정 짓지는 마. 이제부턴 확실히 조심할 테니.

 

마부 : 출발하겠습니다요!

 

마렉 : 확실하게 전달할게. 자자, 어서 들어가.

 

(마렉은 마차에 몸을 싣고 떠나갔다.)

(…괜찮을까….)

 

…….

…….

 

마부 : 도착했습니다.

 

마렉 : 감사합니다.

…이거 굉장히 오랜만인 기분인걸….

 

아히르 : 어? 어랍쇼?

 

마렉 : 어? 당신은… 그… 용병헌터?

 

아히르 : …당신, 내 이름 까먹었구나.

 

마렉 : 그쪽도 마찬가지인 것 같지만…. 왜 아직도 여기에?

 

아히르 : …봉쇄령이 해제가 안 돼서 돌아가지를 못하는 중이야.

 

게렌 : 뭐야? 마렉, 너냐?

 

마렉 : 게렌! 이게 얼마 만이야?

 

게렌 : 얼씨구, 원정에 가서 죽었다고 들었는데….

얌마, 이미 네 초상도 치른 지 오래야. 시체 주제에 뻔뻔하게 걸어 다니지 말라구.

 

마렉 : 입 더러운 건 여전하네. 이건 이거 나름대로 반갑지만.

 

게렌 : 야, 일이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이전에 신참 놈이 왔다 갔는데 그 자식 아무 말도 안 하고 그냥 돌아가버렸어.

그러다 얼마 지나지 않아 로체스트에서 법황청에 대해 반기를 들었다는 소문이나 들리고. 너는 뭘 좀 아는 거야?

 

마렉 : …어느 정도는. 일단 여기 온 건 그것 때문이기는 해.

 

게렌 : 뭐야? 로체스트에 합류할 거냐고 물어보러 온 거냐?

 

마렉 : 우선 대장님께 말씀드리고 나서 말해줄게. 아이단 대장님은? 안 보이시네.

 

게렌 : 부재중이야. 이 양반이 마을에서만 갇혀 살다 보니 노망이 들었는지… 얼마 전부터 넋이 나간 사람처럼 굴었어.

그러다간 봉쇄령이고 뭐고 다 무시하고 말릴 새도 없이 나가버렸다구.

 

마렉 : …….

어디로 가셨는지는 모르고?

 

게렌 : 남쪽에 있는 공원에 간다고 했어. 이 양반이 어디서 구했는지 엄청 화려한 갑옷을 입고 나가던데….

 

마렉 : …엄청 화려한 갑옷?

 

게렌 : 그래. 척 보기에도 엄청 비싸보이더라구. 이 양반이 돈을 어디서 그렇게 착복했나 싶더만.

 

트리스탄 : …비싸 보이는 게 아니라 비싼 물건이 맞네.

 

게렌 : …? 댁이 그걸 어떻게 아슈?

 

트리스탄 : 호사가들 사이에서 수집품으로 알려진 물건이거든.

지금은 없어졌지만 예전에 왕국 기사단에는 엘더나이트라는 직책이 있었어.

그중에서도 수훈을 세훈 자들에겐 특별한 갑옷을 하사하곤 했지.

 

게렌 : …그 말은 대장이 예전에 기사단의 높은 사람이었다는?

 

트리스탄 : 대장에 대해서 잘 몰랐나?

 

마렉 : …자기 이야기는 잘 안 하시는 분이셨습니다.

…….

하기야, 잉켈스 님과 함께 하셨던 것만 봐도… 높은 직위에 있으셨던 건 예상할 수 있었지만….

 

게렌 : 잉켈스? 그게 누구야.

 

마렉 : 누구긴 누구야. 그… 망각의 검으로도 불리는….

 

게렌 : …무슨 소릴 하는 거야? 망각은 뭐가 망각이야.

 

마렉 : …….

 

게렌 : 임마, 왜 입을 닫아?

 

마렉 : …넌 기억 안 나?

 

게렌 : 기억은 무슨 놈의 기억. 망각의 검이니 뭐니 하더니 너야말로 건망증인 것 같은데.

 

마렉 : …아니야. 내가 뭘 좀 잘못 생각했나 봐.

…일단 대장님을 뵙고 직접 말씀드려야겠어. 다녀올게.

 

…….

…….

 

아이단 : 루델….

 

아이단 : 여기… 인형을 가져왔단다…. 이번 인형은… 과연 맘에 들까….

 

아이단 : 미안하구나… 유스티. 네가 뭘 좋아하는지조차 모르는… 이 못난 아비를 용서해 다오….

 

아이단 : 얼마나 많은 인형을 사주어야… 이 허전함이… 가라앉을까….

얼마나 많은 마족을 베어야… 이 증오가… 가라앉을까….

난 모르겠어…. 다나린….

 

마렉 : 여기 계셨군요.

 

아이단 : 마렉. 여기까진 어쩐 일인가.

 

마렉 : …….

대장님, 이전의 파발은 잘 받으셨습니까?

 

아이단 : …로체스트에서 보낸 파발 말인가?

 

마렉 : 네, 그렇습니다.

 

아이단 : 잘 받았네. …법황청이 그동안 인간과 마족 사이를 이간질하고 있었다고?

 

마렉 : 네, 그렇습니다.

법황은 원정에서 죽었습니다만 아직도 법황청에는 잔당들이 남아서 음모를 꾸미는 모양입니다.

로체스트에서는 그 잔당들을 몰아내고 평화로운 시대를 열자고 준비 중에 있구요.

여기, 로체스트에서 공식적으로 보낸 서신입니다.

저희 칼브람 용병단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전력이니 꼭 참여해 주었으면 한다고 합니다.

 

(아이단은 마렉이 건넨 공문을 읽었다.)

 

아이단 : …….

그렇군. …서명자는… 로체스트 영주 대행에… 브린 그리고… 플레이어까지?

 

마렉 : 네. 플레이어는 지난 원정에서 많은 공훈을 세워서요.

…….

대장님이니까 말씀드리죠. 사실 굉장히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마렉은 원정 중 보고 들은 이야기를 아이단에게 전해주었다.)

 

아이단 : 여신을 만났단 말인가?! 플레이어가?

 

마렉 : 네, 그렇습니다. 대외적인 면을 고려해서 지금 로체스트에 있는 인퀴지터가 사도 임명을 받긴 했습니다만….

어쨌든 지금은 로체스트 영주 대행도 그 말에 귀 기울일 정도로 중요한 인물이 되었습니다.

인간과 마족 사이를 법황청이 이간질하고 있었다는 걸 밝혀낸 것도 플레이어입니다.

 

아이단 : …그런가.

 

마렉 : 앞으로 세상에 큰일이 벌어질 겁니다. 그날을 위해선 마족과도 화합할 필요가 있다고 합니다.

 

아이단 : …….

 

마렉 : 합류하시겠지요?

 

아이단 : …….

…알겠네. 생각해 보지.

 

마렉 : …? 생각을 해보신다구요?

 

아이단 : 그렇다네.

 

마렉 : 단장님, 지금 어느 쪽에 정의가 있는지는 명확하지 않습니까?

법황청이 얼마나 썩어빠진 놈들인지는 저희도 잘 알고 있었던 일인데요.

이걸로 모든 일들이 명확해졌는데 망설이실 필요가….

 

아이단 : 우리 같은 일개 용병단이 빠진다 한들 로체스트에 큰 타격은 없을 걸세.

 

마렉 : 그럴 리가요. 어느 쪽이든 총력전이 될 겁니다. 이럴 때 우리가 플레이어에게 힘을 실어줘야….

 

아이단 : 용병단에는 많은 대원들이 있고 그들의 가족이 있네. 그렇게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 않은가.

…잠시 내게 생각할 시간을 주게.

 

마렉 : …알겠습니다. 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

….

 

아이단 : …….

"법황청의 거짓은 만천하에 드러났고, 오랜 전란으로 세상은 어지럽다.

우리 로체스트는 법황청의 만행을 단죄하고, 인류와 마족이 화합할 수 있는 새로운 시대를 열고자 한다.

그 시대를 위한 제전에 당신과 부하들의 힘이 필요하다. 부디 로체스트 기사단에 합류해 주길 바란다.

로체스트 영주 대행 루더렉과 브린, 플레이어가 고개 숙여 부탁하는 바이다." 라고….

플레이어….

…….

새로운 시대인가….

…….

…….

이제 그만 나오시지.

 

에녹 : 호오, 기억을 되찾더니 감각이 돌아왔나? 과연 불세출의 전 엘더나이트답군.

 

아이단 : …….

당신은 누구인가?! 왜 나의 기억을 되살린 것이지?

 

에녹 : 법황청의 마법사다.

 

아이단 : 법황청이라고…!

 

에녹 : 검은 넣어두는 게 좋아. 당신과 싸울 생각은 없으니. 난 오히려 당신을 도우려는 것뿐.

 

아이단 : 법황청의 마법사가 날 돕겠다는 말인가?!

 

에녹 : 그렇다.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였던 당신에게 힘이 되어주려는 거다.

 

아이단 : 죽었다고?

 

에녹 : 그렇지 않다면 뭐라고 하겠나? 가족의 목숨이 끊어지던 날 당신의 목숨도 끊어진 것이나 마찬가지였지.

 

아이단 : …….

 

에녹 : 당신은 마족에 대해 잘 알고 있어.

…목숨을 구해준 은인의 등 뒤에도 칼을 꽂는 것이 마족의 본성임을 잊진 않았겠지.

 

아이단 : …….

이런다고 해서 내가 법황청을 도울 것 같은가?

 

에녹 : 법황청을 도울 필요는 없다. 그저… 당신이 하고자 하는 바대로 움직이라는 것뿐이다.

 

아이단 : 하고자 하는 바대로 라고?

 

에녹 : 답은 이미 내려져 있는 것 아닌가? 로체스트의 선언을 전해 들은 후에도 당신은 로체스트에 합류하지 않았다.

모든 것을 잊은 그 시점에서조차… 참을 수 없었겠지.

법황청의 음모였다? 마족에게 잃은 것이 없는 놈들이나 지껄일 수 있는 속 편한 이야기지.

 

아이단 : …….

 

에녹 : 그런 당신에게 선물을 하나 주도록 하지.

 

아이단 : 이것은…!

 

에녹 : 당신이 이전에 사용한 것보다 더 개량된 물건이다. 사용하는 방법은 이전과 같고 말이야.

 

아이단 : …….

 

에녹 : 받아두는 것이 좋지 않겠나?

당신은 오랫동안 시달려 왔지. 마족을 향한 증오만을 원동력으로 삼아 불필요한 목숨을 부지해오지 않았나.

그런 당신에게 그 증오를 버리라고? …그걸 버리면 당신은 도대체 뭐지?

죽은 가족에 대한 원한조차 잊고… 당신은 무엇을 위해 살아갈 텐가?

새로운 시대라 해도 당신에겐 그저 공허할 뿐. 절망 밖에는 남지 않을 것이다.

 

아이단 : …….

 

에녹 : 당신은 그렇게 살아갈 수밖에 없고 또 그렇게 죽어갈 수밖에 없다.

내가 말하지 않아도 당신이 제일 잘 알고 있겠지.

 

 

(스토리 서신 완료)

(잊지 않기 위하여 스토리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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