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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있는 길 스토리에서 이어짐)

 

 

# 베르베 여관

 

클레르 : 어린 시절의 기억은 어렴풋하다. 내가 기억하는 것이라곤 누군가의 흐느끼는 목소리뿐….

그 외에는 마치 베일에 싸인 듯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

눈을 감으면 지금도 떠오른다. 슬픔을 억누르려다 실패한 걸까. 기복이 큰… 흐느끼는 목소리.

그것이 누구의 목소리인지. 왜 흐느끼는지조차 모르지만 어느샌가 나도 함께 슬퍼지는 기억.

…그 기억이 나의 유일한 뿌리였다.

그 때문이었을까? 내게 세상은 슬픈 곳이었다. 그분과 만나기 전까지는….

 

…….

….

 

(마신의 탑 내부)

 

클레르 : 큭. 도무지 끝이 없군요.

 

(클레르는 홀로 마신의 탑을 오르고 있다.)

 

클레르 : 플레이어의 기운을 쫓아 여기까지 왔습니다만…. 이 탑은 대체….

이곳저곳에 위치한 이단 신의 석상과… 석상을 지키려는 듯 몰려드는 마족의 무리. 또다시 떠오른 붉은 달까지….

대체 어디 있는 겁니까? 플레이어. 묻고 싶은 것이 많습니다.

 

(한 무리의 마족이 클레르에게 접근한다.)

 

클레르 : 큭. 여력이 얼마나 더 버텨줄지…!

 

…….

….

 

(법황청의 임시 막사 주변)

(모두가 하늘에 떠오른 붉은 달을 바라본다.)

 

법황청의 병사 : 하늘이 붉어졌어. 또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이단심문병 : 역시 예삿일이 아니었던 거야!

 

(병사들이 웅성거린다.)

 

이단심문병 : 여신님께서 우리를 버리신 걸까.

 

법황청의 병사 : 아, 아니면 여신님께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닐까?

법황님…. 법황님! 이단을 모두 죽이면 붉은 달도 더는 떠오르지 않을 거라 하셨지 않습니까. 계시가 잘못된 겁니까?

 

(병사들이 법황을 향해 소리친다.)

 

레우러스 : 잘못되지 않았습니다! 모두 여신님의 뜻대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곧 여신께서 답을 가져오실 것입니다. 신도분들은 모두 침착하고 기다리십시오!

 

(하지만 법황의 말에도 집단 내의 소요는 멈추지 않는다.)

 

법황청의 병사 : 그, 그래. 에린은 강림한 겁니까? 여신께서 약속하신 낙원은…?

예언은 어떻게 된 겁니까?! 예언에는 붉은 달에 대한 내용은 아무것도….

 

레우러스 : 그건….

 

로나운 : 그것은 저도 궁금하군요. 법황님.

마족을 멸절하라.

그들의 피가 에린의 문을 열 것이다.

마지막 피 한 방울을 떨구는 날 여신이 날개를 펴고 그대들 앞에 서리라.

제가 기억하는 예언은 이렇습니다만.

마족 멸절의 과제를 끝마치지 못한 지금, 여신께서는 어째서 나타나신 겁니까?

그리고 여신께서 강림하셨다면 에린의 문은…? 대체 어디에 있습니까?

저 역시 붉은 달에 대해서는 예언 어디에서도 듣지 못했습니다.

설명되지 않는 것이 너무 많습니다. 저희가 무엇을 잘못한 게 아니라면….

 

(모두가 로나운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로나운 : 혹시 예언이 잘못되어 있을 리는 없겠지요?

 

법황청의 병사 : 예언이…? 잘못되었다?

 

레우러스 :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로나운 : 불경한 이야기를 드리는 것 같지만 말 그대로입니다. 예언이 잘못되었을 가능성을 생각해 보는 겁니다.

 

(레우러스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레우러스 : 그럴 리가 있습니까! 그런 이단자가 할 법한 이야기를 입에 담다니요. 지금 당장 철회를 하지 않으면….

 

이단심문병 : 하지만! 영주님의 말대로 설명되지 않는 것이 많습니다. 혹시라도 예언이 잘못된 것이라면.

 

로나운 : 예언이 잘못된 것이라면 바로잡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레우러스 : 그런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법황이 마음을 돌려보려 하지만 병사들은 로나운의 말에 더 귀를 기울인다.)

 

레우러스 : 허, 허허…. 이거 참… 제 입장이 곤란하게 되었습니다.

크윽. 이걸 어떻게 수습한단 말입니까.

이… 이렇게 된 이상.

신도 여러분! 모르시겠습니까?

지금 이곳은 마족의 땅입니다! 여러분의 마음은 저 악마들에게 시험당하고 있는 것입니다.

여신께서 강림하신 것이 아닙니다. 다 저들이 만든 거짓 환상입니다.

 

로나운 : 흠….

 

법황청의 병사 : 그, 그런 걸까…? 우리가 봤던 여신의 형상이… 마, 마족들이 보여준 환상?

 

레우러스 : 그렇습니다! 신도 여러분. 여러분의 불안한 마음, 저도 이해는 합니다.

하지만 여신님을 향한 마음마저 흔들려서는 안 될 것입니다.

 

로나운 : 과연… 일리가 있는 말씀입니다.

하지만 저는 여전히 의심스럽습니다. 어찌 마족이 감히 여신님의 형상을 흉내 낼 수 있단 말입니까?

그리고 만약 그것이 마족의 교활한 환상이라면…

여신님을 보았을 때 제 가슴속에 가득 찼던 그 감정은 무엇이란 말입니까?

그 감정은 환상으로는 치부할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이단심문병 : 마, 맞습니다. 여신님을 봤을 때 느낀 그것이 환상일 리 없습니다!

 

법황청의 병사 : 마, 맞아. 그럴 리 없어. 나도 똑똑히 봤다고.

 

레우러스 : 아, 아니….

 

로나운 : 오히려 저희는 여신님의 뜻에… 그리고 예언에… 좀 더 가까워졌다고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요?

여신님께서는 저희에게 직접적인 계시를 주진 않으셨습니다. 심지어 법황님께조차 한마디 언질도 없으셨지요.

 

레우러스 : 크윽….

 

법황청의 병사 : 맞아….

 

이단심문병 : 그랬지….

 

(병사들의 시선이 점차 더 로나운에게 집중된다.)

 

로나운 : 하지만 여신님이 나타나시기 전후로 나타난 저 달. 저 붉은 달이 여신님이 주신 새로운 계시인지도 모릅니다.

 

법황청의 병사 : 새로운… 계시. 그래. 그렇게 생각하면 모든 것이 설명돼.

 

로나운 : …후후.

 

(로나운이 동요하는 병사들을 보며 웃는다.)

 

로나운 : 그렇다. 제군들. 지금과 같이 혼란스러운 상황. 이렇게 적지에서 무턱대고 기다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예언에 잘못된 것이 있다면 우리는 그 잘못된 예언에 기대어선 안 될 것이다!

 

(로나운은 의도적으로 레우러스를 배제한 채 외친다.)

 

법황청의 병사 : 저, 저희는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로나운 : 새로운 계시에 담긴 뜻을 헤아리고… 잘못된 예언을 바로잡아 다시 한번 진정한 낙원을 찾아야겠지.

 

법황청의 병사 : 진정한 낙원!

 

레우러스 : 그런… 허황된….

 

로나운 : 그대들도 허황되다고 생각하나?

생각해 보게. 여신과 직접 대면한 우리보다 여신의 뜻에 더 가까운 자가 있었는가?

 

법황청의 병사 : 아….

 

로나운 : 우리 외의 그 누가 낙원을 찾을 수 있겠는가 말이야. …어떤가? 나와 함께 가고자 하는 이는 없는가?

 

(로나운의 발언 뒤로 병사들 사이엔 긴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마침내.)

 

법황청의 병사 : 따르겠습니다.

 

이단심문병 : 따르겠습니다.

 

(한껏 고취된 병사들이 로나운에게 경례를 올린다.)

 

로나운 : 후후. 좋다.

자 법황님도 함께 하시지요. 오늘은 법황청의 새로운 시대를 알리는 날이 될 것입니다.

 

레우러스 : …알겠습니다. 앞장을… 서시지요….

 

(행렬이 마신의 탑을 향해 출발한다.)

(잠시 후.)

 

레우러스 : 큭. 박쥐 같은 영주 놈…. 쓸모가 있겠다 싶어 받아주었더니… 주제도 모르고 말입니다….

새로운 계시? 진정한 낙원? 기회를 잡아서 법황청까지 다 집어삼킬 속셈입니다.

이번 기회에 기사단을 정리하려던 것이 어쩌다 이렇게….

문제는 병사들입니다. 다들… 너무 많이 알아버렸습니다…. 어떻게… 어떻게 하면….

…그래.

 

(법황이 무언가를 떠올린다.)

 

레우러스 : 그래. 바로 그겁니다. 모두 알아버렸다면… 모두 없애버리면 그만입니다.

이렇게 된 이상 직접 마족지배술을 써서라도… 모두를…. 흐흐흐흐….

 

(레우러스는 병사들의 눈을 피해 조심스레 길을 벗어난다.)

 

…….

…….

 

클레르 : 그분과 만나기 전까지 나는 이름 없는 고아에 불과했다.

마땅한 거처도, 어울릴 무리도 없는 아이. 살아남을 방법도 모른 채 슬픔과 좌절만이 가득한 삶을 살던.

굶주림으로 바닥에 쓰러져 있던 나에게. 그런 내게… 손을 내밀어 주었던 분.

그분은 다름 아닌 법황 레우러스 님이었다.

 

레우러스 : 어서 이 숙녀분에게 음식과 물을 가져다주십시오.
자. 이제 아무 걱정 하지 마십시오. 앞으로는 여신님의 가호가 함께 하실 겁니다.

 

클레르 : 그 후 나는 신전에서 자랐다.

모리안 여신께서 지켜주시는 장소. 그곳에서 나는 살아갈 희망과 용기를 얻었다.

 

레우러스 : 클레르 님. 세상에는 당신 같은 사람이 필요합니다.

 

클레르 : 그곳은… 슬픈 세상일지라도 여신님의 가호 아래에선 모두가 평등하다고. 그렇게 느낄 수 있는 장소였다.

그리고 희망하게 되었다.

 

레우러스 : 또 율케스 님의 전기를 읽고 계시는군요. 그렇게까지 율케스 님이 좋으신 겁니까?

 

클레르 : 이 세상에 어쩔 수 없이 슬픔이 존재한다면 내가 그 슬픔을 닦아주는 존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레우러스 : 그렇다면… 여신의 검에서 수행해 보시면 어떻겠습니까?
그곳은 한때 율케스 님께서 몸담으신 법황청의 특수사단입니다.

 

클레르 : 율케스 성인처럼… 모두가 여신님의 따스함을 느낄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싶었다.

그리고 각고의 노력 끝에… 나는 내가 꿈에 그리던 사람이 되었다.

 

레우러스 : 결국 꿈을 이루셨군요. 축하드립니다. 인퀴지터님.

 

클레르 : 그렇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클레르 : 그나저나 플레이어는 대단하군요. 이렇게 사악한 자들 틈에서 흐트러짐 하나도 없이.
당신이 여신을 위해 싸워준다는 것은 큰 행운입니다.

클레르 : 이제 제가 궁금한 건 하나뿐입니다. 당신은… 어느 편입니까?
여신의 편입니까? 아니면 이단입니까?

클레르 : 왜…? 죽이지 않습니까? 죽일 가치도… 없다는 겁니까!

 

클레르 : 플레이어를 만나고… 내 생각은 다시 한번 달라졌다. 플레이어가 발하는 빛. 그것은 분명 여신님의 빛이었다.

하지만 나는 플레이어와는 정반대의 길을 향하고 있었다.

내가 찾은 두 개의 빛. 점차 멀어지는 두 개의 빛 사이에서 나는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결국 나는… 의심하게 된다. 혹시… 만약 내가 찾은 답이 잘못된 것이라면….

나는 알아야만 한다.

 

…….

….

 

클레르 : 여기는…. 탑의… 정상?

저건? 플레이어….

 

 

(스토리 법황청의 와해 완료)

(신은 무엇을 위해 스토리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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