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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보상

: 경험치 3,540,000

: 골드 57,000


 

(죽음을 지는 자 스토리에서 이어짐)

 

 

# 베르베 잡화점

 

(로흘란 주둔지.)

 

레샤우 : 이로써…. 인간과 마족. 두 종족 간의 화합이 성립됐음을 확인했습니다.

신관 레샤우가 마신 키홀을 대신해 선언합니다.

플레이어 그리고 이루산 님. 참으로 큰일을 해내셨습니다.

 

이루산 : 비록 그대들의 제안을 승낙했으나 현 상황에서 내가 도와줄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을 것이다.

이번 일로…. 우리는 너무도 많은 피를 흘려야 했다.

 

브린 : 알고 있습니다. 로흘란의 본대는 궤멸에 가까운 피해를 입었으니까요.

하지만 당신의 기지 덕분에 변방으로 흩어진 병력은 아직 건재합니다.

그들을 소집한다면 이른 시일 내로 재정비가 가능할 것입니다.

 

이루산 : 그래, 난 반드시 복수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들이 많다.

마족 내에 뿌리내린 신관회의 세력을 완벽히 축출해야 하고 그대들과의 동맹에 반대하는 자들을 설득해야 한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겠지. 하지만 그것이 살아남은 자들의 소임이다.

그대들도 오늘의 약조를 절대 잊지 말아 달라.

 

[약속한다.]

 

게르트루트 : 플레이어. 여기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많지 않다.

따라서 나와 레샤우는 다시 베르베로 돌아갈 생각이다.

마을의 모두가 걱정하고 있을 거다. 하루라도 빨리 그들에게 돌아가 그들을 안심시켜야 한다.

 

레샤우 : 또한 베르베 신전에서 마신의 신탁을 기다린 뒤 이루산 님께 조력하는 것, 그것이 제 임무입니다.

 

메르 : 이곳의 상황이 일단락됐으니 우리도 슬슬 타라타로 귀환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타라타의 동맹군 역시 상황이 좋지 않은 건 마찬가지니까.

 

브린 : 하긴 이곳은 휴식을 취할만한 상황도 아닌 것 같군요. 어떻습니까? 플레이어.

 

[돌아가자.]

 

이루산 : …다시 작별인가. 각 관문의 봉쇄령을 해제토록 하겠다. 그리고 이걸….

 

브린 : 그게 뭡니까…?

 

이루산 : 통행증이다. 이걸 내보이면 관문도 무사히 통과할 수 있을 것이다.

 

메르 : 과연…. 이거라면 타라타로 돌아가는 시간을 최소화할 수 있을 거야.

 

키안 : 또다시 먼 길을 가야겠군요. 괜찮으시겠습니까? 세르하 님?

 

세르하 : 물론이에요.

 

키안 : 그럼 곧바로 채비하겠습니다. 힘에 부치면 언제든 말씀하십시오.

 

세르하 : 고마워요, 키안 님.

 

…….

…….

 

(베스티관 대회랑.)

 

(거대한 문이 힘겨운 소리를 내며 열렸다. 그러고는 붉은 날개의 여신이 어두컴컴한 대회랑 안으로 들어왔다.)

(이미 대회랑 안에서 그녀를 기다리는 자들의 시선이 그녀에게 고정되자 붉은 날개의 여신이 입을 열었다.)

 

마하 : 너희들 생각보다 근사한 곳에 사네. 아예 이곳에 눌러앉은 거야?

 

셀렌 : …착각하지 마. 여긴 그냥 너와의 만남을 위해 급조된 자리일 뿐이니까.

 

마하 : 아아, 그래? 그거 아쉽게 됐네.

 

라우라 : 무슨 이유로 당신이 우리를 보자 한 겁니까?

당신의 그 날개…. 모리안의 신성을 차지한 걸로도 모자란 겁니까?

 

마하 : 후후, 글쎄…. 난 그저 모처럼 좋은 제안을 할까 해서…?

 

라우라 : …좋은 제안이요?

 

마하 : 우리가 힘을 합치면 재미있는 그림이 나올 것 같거든.

 

브레스 : …….

기억을 못 하는 겁니까? 아니면 모르는 척하기로 작정이라도 한 겁니까?

제가 내민 손을 뿌리친 게 불과 얼마 전의 일입니다.

 

마하 : 아, 물론 기억하고 있지. 하지만….

 

(마하는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말을 이어갔다.)

 

마하 : 그때와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다르잖아? 나도, 너희도.

 

브레스 : …당신…!

 

탈티아 : 그래서. 원하는 게 뭐지?

 

마하 : 누군가 했더니 탈티아 너였니? 후후, 마력을 대가로 입으로 말하는 걸 포기했나 보네?

 

탈티아 : …….

 

마하 : 아주 간단한 거야. 너희가 타라타 왕성의 불청객들을 쫓아내 줄래?

 

탈티아 : 불청객? 정확히 누굴 말하는 거지?

 

마하 : 누구겠어? 누아자의 사자와 그를 위시하는 세력.

최근엔 꼭두각시 왕까지 내세워 왕성을 차지하는 바람에 내가 매우 골치가 아픈 상황이거든.

마침 그 누아자의 사자도 자리를 비웠으니 식은 죽 먹기일 거야. 너희가 그 불청객을 쫓아내 줬으면 해.

 

셀렌 : 잠깐, 왜 우리가 그래야 하는 거지?

 

마하 : 후후, 돌이켜 생각해 봐. 너희가 오랜 잠에서 눈 뜨자마자 부리나케 낙원을 침공해 온 이유가 뭔지를 말이야.

 

스렝 : …복수. 한 맺힌 복수다….

 

마하 : 그래, 누아자와 그의 하수인들에게 복수하기 위함이지. 과거 모이투라에서의 빚을 갚아줘야지. 안 그래?

 

라우라 : …….

하찮은 당신의 말대로 움직여 줄 만큼 어수룩하진 않습니다.

그건 우리의 의지로 때를 정할 일입니다. 당신이 나설 문제가 아니라는 말이죠.

 

마하 : 아아, 그래. 그러고 싶겠지. 그래야 체면이 설 테니까. 우연히 수장이 자리를 비운 탓은 아닐 테고.

 

(마하의 도발에 브레스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브레스 : 감히…!

 

(브레스가 허리춤의 검을 뽑아들자 라우라가 제지했다.)

 

라우라 : 멈추세요, 브레스.

 

브레스 : …….

 

마하 : 그래, 이야기는 끝까지 들어. 너희도 내가 들고 있는 패를 본다면…. 대답이 달라질 거니까.

 

라우라 : …흥미롭군요. 대체 무슨 패인가요?

 

마하 : 그야… 내가 너희의 수장. 발로르의 봉인을 풀 를 쥐고 있다고 해두지.

 

탈티아 : …!

 

스렝 : !!!

 

셀렌 : 뭐라고…?

 

브레스 : 당신이… 발로르 님을…?!

 

라우라 : …그게 무슨 말이죠?

 

마하 : 자, 이게 뭔지 알겠어?

 

라우라 : 에르그로군요…. 그것도 엄청난 에너지가 느껴지는….

 

탈티아 : …….

 

마하 : 후후, 잘 들어둬. 과거 모이투라 전쟁으로 두 세계의 시간 축이 완전히 뒤틀려버렸어.

너희가 팔자 좋게 잠이나 자고 있을 때 시간의 수호자 엘쿨루스가 깨어났지.

 

셀렌 : …엘쿨루스…?

 

마하 : 그래, 지금은 봉인돼서 손바닥 위의 에르그 신세지만 녀석의 권능이 소멸한 건 아니니까.

 

라우라 : …….

 

마하 : 이걸 잘만 이용한다면 발로르의 봉인을 푸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이야기야.

어때, 이제 좀 상황 판단이 설까?

 

셀렌 : 네 말대로 그렇게 간단한 일이라면…. 발로르 님의 봉인을 먼저 풀어줘야 이야기가 수월하겠지.

 

탈티아 : …….

 

마하 : 아니, 그건 순서가 잘못됐잖아? 너희가 내 뜻대로 움직일 거란 계산이 서질 않아서 말이야.

 

셀렌 : 억지 좀 그만 부리지? 그건 피차일반이잖아? 애초에 거래를 제안한 것도 당신이고….

 

마하 : 흐응, 그럼 협상은 결렬이네?

미안하지만 나도 그렇게 한가하진 않아서 말이야. 서로 시간 빼앗지는 말자고….

 

(마하가 등을 돌리려던 찰나 라우라가 마지막이 그녀를 멈춰 세웠다.)

 

라우라 : 잠깐, 그 제안 받아들이죠.

 

스렝 : 라우라 님…!

 

셀렌 : 저 잡신 따위의 말을 믿는 건가요? 지금?

 

탈티아 : …….

 

마하 : 후후후, 그래. 말이 통하는 이가 한 명은 있구나?

 

라우라 : 단, 우리에게 그 엘쿨루스의 봉인을 넘겨주세요. 그 정도 담보가 있어야 상호 간 신뢰가 성립하지 않을까요?

 

(마하는 손끝으로 입술을 만지작거리며 잠시 고민하더니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어 보이며 대답했다.)

 

마하 : 그래. 뭐, 어쩔 수 없지. 그건 내가 양보하도록 할게.

분명히 말해두겠는데 얼렁뚱땅할 생각하지 말고 처리는 확실하게 해주길 바라.

그래야…. 서로 껄끄럽게 얼굴 마주 보는 불편한 상황이 없을 테니.

 

(순간 마하의 손 위에 떠 있던 엘쿨루스의 봉인석이 붉은색으로 변한 뒤 라우라의 손으로 옮겨 갔다.)

 

마하 : 그럼 좋은 소식 기다리고 있을게.

 

(마하는 유유히 발걸음을 돌려 들어왔던 방향으로 모습을 감췄다.)

 

라우라 : …….

탈티아, 이제 됐나요?

 

탈티아 : …….

 

(탈티아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셀렌 : 뭐야…? 또 우리 몰래 라우라 님께 뭔가를 속삭인 모양이네?

 

라우라 : …우리에겐 선택지가 많지 않습니다.

이게 마하의 말대로 발로르 님을 맞이할 열쇠라면…. 반드시 잡아야 할 기회입니다.

 

스렝 : 발로르 님….

 

라우라 : 탈티아, 마도 군단의 재가동률은 얼마나 되나요?

 

탈티아 : 아직 3할이 채 되지 않아. 급속 충전 중이지만 에너지가 턱없이 부족해.

 

라우라 : …곤란하군요.

브레스, 피의 군단은 어떤가요?

 

브레스 : 준비 만반입니다. 명령만 내려주시면 즉시 진격할 수 있습니다.

 

라우라 : 좋습니다. 즉시 피의 군단을 통솔하여 타라타 왕성으로 진격해 주세요.

옛 모이투라를 차지해 승리의 교두보로 활용하겠습니다.

 

브레스 : 네, 라우라 님.

 

스렝 : 잠깐.

 

브레스 : …?

 

스렝 : 피의 군단에만 그 많은 짐을 지게 할 수는 없습니다. 달이 떠 있는 동안은 문제가 없겠지만 태양이 뜬다면….

 

브레스 : …….

 

스렝 : 제 휘하에 있는 대지의 군단도 함께 하도록 허락해 주십시오.

 

라우라 : …그건 곤란합니다. 스렝. 아직 마하와의 거래가 끝나지 않았다는 걸 잊지 마세요.

마도 군단의 완전한 충전까지는 그대의 보호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대가 말한 문제에 대해서도 이미 탈티아가 생각해 둔 바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렇죠? 탈티아?

 

탈티아 : …….

 

(탈티아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스렝 : …….

 

라우라 : 브레스, 무리해서 전면전을 펼칠 필요는 없습니다.

누아자의 사자가 자리를 비웠다고는 하나 여전히 방심할 수는 없습니다. 정보가 거짓일 가능성도 존재하니까요.

모든 걸 의심하고 또 의심해야 합니다. 그러니 탈티아와 우리에게 시간만 벌어준다고 생각해 주세요.

 

브레스 : 정말 그걸로 되겠습니까?

녀석들 때문에 발로르 님께서 겪고 계신 시련을 생각하면…. 그들의 피가 강이 되어 흘러도 모자랄 겁니다.

 

라우라 : 브레스. 감정을 앞세우면 대사를 그르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합니다.

 

브레스 : 후후후, 알겠습니다. 하지만 반항하는 자들이 있다면 용서치 않을 겁니다. 그건 발로르 님의 철칙이니까요.

 

라우라 : …준비를 마치는 대로 출정해 주세요.

 

브레스 : 네, 라우라 님.

 

(브레스가 자리를 뜨자 셀렌은 미소지으며 조용히 스렝에게 다가섰다.)

 

셀렌 : 이봐, 스렝.

 

스렝 : 뭐지…?

 

셀렌 : 후후, 일에 집중하라고.

 

스렝 : …무슨 소린지 모르겠군.

 

셀렌 : 설마 잊은 거야? 내가 서큐버스라는 사실을. 난 네가 무슨 생각 하는지 다 보인다고. 특히 그런 쪽으로는.

 

스렝 : 크흠….

 

 

# 로체스트 로나운 성채

 

(타라타 왕성 임시 군사 재판장.)

 

(커다란 화로에서는 불꽃이 타오르고 있었고 긴 의자에 앉아 침묵하던 루더렉이 판결을 내렸다.)

 

루더렉 : …죄인은 사사로이 민가로 내려가 그들의 식량을 빼앗거나 그에 동조하여 동맹군의 명예를 실추시켰다.

이는 군령에 살고 죽는 군인으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본 지휘관은 소동의 주동자는 군법에 따라 효수하고 동조한 부하들은 죄의 중함에 따라 각각 태형에 처한다.

 

병사 : …사, 살려주십시오!

 

루더렉 : 다음…!

 

아하센 영주 : 이보시게, 총사령관. 잠시 이야기 좀 하지.

 

루더렉 : …잠시 휴정하겠다.

 

…….

….

 

루더렉 : …….

무슨 일입니까?

 

아하센 영주 : …이대로라면 모두 버틸 수가 없네. 병사들의 불만에 극에 달했단 말이네.

언제 반란이 터져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에 이르렀어.

 

루더렉 : 흠….

 

아하센 영주 : 이미 보고받았듯이 풍족할 거라 믿어 의심치 않던 왕성의 창고는 비어있었네.

 

루더렉 : 그 역시 가짜 여신을 비롯한 추종자들의 소행이겠지요.

우리의 보급에 차질이 생겼다는 걸 저들도 알고 있을 겁니다.

…보급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참모들과 계속해서 논의 중이니 지나친 걱정 마십시오.

 

아하센 영주 : …….

배급되는 손바닥 만한 빵으로는 어린아이라 해도 버티지 못할 걸세.

병사들은 가죽으로 만들어진 신발이며 허리끈도 끓여 먹고 쥐를 잡아먹거나 나무뿌리로 비참하게 연명을 하고 있네.

먹지 않고선 싸우기는커녕 목숨조차 부지하기도 힘든 것이 우리네 인간이란 말일세.

그런 그들을 군령으로 다스리는 건 지나친 처사일세.

 

루더렉 : 군령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군대란 존재할 수 없습니다. 더욱이 우리는 왕의 군대이자 여신의 군대입니다.

따라서 민간인을 대상으로 약탈은 절대 안 될 말입니다. 우리의 명분을 통째로 부정하는 꼴이 되고 말 것입니다.

 

아하센 영주 : …자네가 뼛속까지 군인이란 건 잘 알고 있네. 스스로를 납득시키지 어렵겠지. 하지만 생각해 보게.

병사들은 대부분 자네와 나를 따라 원정을 나선 로체스트 변방 출신이네.

자네와 같은 생각을 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명예와 보상을 기대하고 군에 가담한 자들이네.

배고픔과 싸우다 허망하게 죽는 건 계획에 없었을 테지. 그것이 고결하고 군인다운 죽음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루더렉 : …….

…듣고 있겠지? 시에테.

 

(루더렉의 부름에 기둥 뒤에서 모습을 감추고 있던 그림자가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시에테 : 그래….

 

루더렉 : 보다시피 상황은 최악이다. 다시 한번 보급대의 수색을 부탁하지.

 

시에테 : 알았어, 하지만 너무 큰 기대는 말아줘.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니까.

 

루더렉 : 물론이다. 지휘관은 언제나 최악을 상정하는 법이다.

 

시에테 : …….

 

밀레드 :  …….

 

(문 뒤에서 그 대화를 듣고 있던 밀레드는 결코 녹록지 않은 현실에 죄책감이 몰려들었다.)

(불과 몇 시간 전에 먹었던 식사가 위장을 역류하는 듯했다.)

 

밀레드 : 오늘부터 제 식사는 따로 내오지 마십시오. 저도 병사들과 함께 하겠습니다.

 

(그 말을 들은 시녀는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

 

밀레드 : …그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네요. 도저히….

(…그 사람들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누나…. 그리고 이세트…. 플레이어….)

 

(밀레드의 꽉 쥔 주먹이 힘겹게 떨렸다. 명분과 실리, 그 어느 것도 선택할 수 없는 무력감에 젖어들 뿐이었다.)

 

 

(스토리 명분과 실리 완료)

(각자의 생각 스토리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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