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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분과 실리 스토리에서 이어짐)

 

 

# 로체스트 로나운 성채

 

(타라타 대성당.)

 

(한참을 손가락으로 의자를 툭툭 건들던 마하가 지루하단 듯 몸을 일으키며 입을 열었다.)

 

마하 : 좀처럼 말이 없네? 뭐, 내키지 않는 거라도 있는 거야?

 

? : 제가 어찌 감히…. 모두 여신님의 뜻이 있을 거라 믿습니다.

 

마하 : 후후, 지금의 그런 대답…. 평소 너답지 않은걸? 마치 속마음을 숨기는 것 같잖아? 솔직하게 말해볼래?

 

(이어지는 마하의 추궁에 몸을 웅크린 사내는 못 이긴 듯 탁한 목소리로 질문을 꺼내 보였다.)

 

? : …왜 그런 제안을 하신 건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마하 : 그야, 서로 바라는 것이 같으니까. 이 편이 더 재미있기도 하고.

아마 곧 있으면 볼 수 있을 거야. 바보들의 피 마르는 싸움을.

 

? : 하지만…. 그건 여신님께도 중요한 물건이지 않습니까?

 

마하 : 뭐, 그야 그렇긴 하지. 하지만 날 믿게 하려면 그 정도 물건은 쥐여줘야 했어.

어린아이에게 물려주는 사탕처럼 말이야.

 

? : …….

 

마하 : 그리고…. 나는 좀 더 재미있는 상황을 기대하거든. 알잖아? 난 절대 손해 보는 베팅은 하지 않는다는걸.

녀석들에게 넘긴 카드는 내게 더 큰 무언가로 돌아올 거야. 그게 내가 가만히 있는 벌집을 들쑤신 진짜 이유지.

 

? : 과연 그렇군요.

 

마하 : 그나저나…. 준비는 어떻게 되어가고 있지?

 

? : 모든 건 순리대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붉은빛의 저주로 혼돈은 이미 충만합니다. 빚어진 그릇 역시 여신님의 뜻에 완벽하게 굴종합니다.

이제 마지막 재료만 준비된다면….

 

마하 : 후후, 서두르지 않아도 돼. 중요한 건 속도가 아니니까. 너라면…. 내 말 뜻을 십분 헤아리겠지?

그렇지? 에녹?

 

에녹 : …물론입니다. 나의 여신이시여.

 

…….

…….

 

(하이데.)

 

(시간이 멈춰버렸기에 모든 것이 멈춰 있는 공간. 하지만 그 둘에겐 예외였다.)

 

키홀 : …날개를…, 성력을 잃어도…. …여전히 기억은 돌아오지 않는 것인가…?

 

모리안 : 이해를 포기했나요? 마신 키홀. 난 더 이상 당신이 찾는 인간이 아닙니다.

 

(키홀은 무표정한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모리안에게서 애써 티이를 찾아보려 했지만 부질없었다.)

 

키홀 : …티이…. 난….

 

모리안 : 불완전한 사념으로 신으로서의 사명조차 망각한 건가요?

키홀, 당신은 점점 약해지고 있습니다. 이미 로흘란의 거친 바람이 수많은 생명을 앗아갔습니다.

당신의 방관 때문에…. 세계의 존속은 위협받고 있어요.

 

키홀 : …….

날 비난하지 마라. 모리안. 그녀와 똑같은 얼굴을 한 채로….

 

모리안 : …….

이대로 여신의 폭주를 지켜만 볼 생각인가요? 이대로라면 세계는….

 

키홀 : 한때 그녀가 없는 세계 따윈…. 부서져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모리안 : 키홀…. 당신….

 

키홀 : 하지만 일말의 가능성이라도 난 포기하지 않는다. …반드시 되찾고 말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세계는…. 존속해야만 한다.

 

모리안 : (…어리석은 존재로군요. 당신은….)

 

(그때 공중에 부유한 채 멈춰있던 커다란 바위 조각이 균형을 잃고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키홀 : 음…?

 

모리안 : 이건…. 분명….

 

키홀 : 어째서…. 시간이….

 

…….

…….

 

(깜깐한 밤 셴 마그 숲. 깊숙한 곳에 방치된 시드 별궁.)

 

(잡풀이 우거진 정원은 오랜 기간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았음을 짐작게 했다.)

 

브레스 : …….

 

(브레스는 그 장소가 마음에 들었는지 미소를 지으며 손을 꽉 쥐어 피를 방울방울 떨어뜨린다.)

(피가 떨어진 자리에 붉은 장미가 송이송이 피어난다. 이윽고 아름다운 장미 정원의 모습이 갖춰진다.)

 

브레스 : 어떻습니까? 아름답지 않은가요?

 

스렝 : 모르겠군. 그건 내 분야가 아니라서.

 

브레스 : 여전히 따분하게 구는군요. 뭐 그게 스렝, 당신답긴 하지만….

 

스렝 : …그나저나 병력은 따로 두지 않을 셈인가?

 

브레스 : 물론입니다. 이런 아름다운 정원에 어울리는 녀석들이 아니니까요.

 

스렝 : 하지만….

 

브레스 : 뭐, 누군가가 날 노린다면 그에 어울리는 환영 인사로 답해주면 됩니다. 이웨카의 방식대로.

 

스렝 : 블러드레이디의 환영 인사라…. 그거 참 섬뜩하군.

 

브레스 : 배웅은 고맙습니다. 이제 그만 돌아가시죠. 당신도 바쁜 몸이잖아요? 스렝.

 

스렝 : 흠….

 

브레스 : 언제까지 그렇게 얼굴을 구기고 있을 셈인가요? 스렝.

후후, 안 그래도 험상궂은 얼굴이 더 구겨지잖습니까. 이 아름다운 정원에 들이기 싫을 정도로 말이에요.

 

스렝 : …아무리 생각해 봐도…. 대지의 군단이 왔어야 했다. 그랬다면….

 

브레스 : 지금 날 앞에 두고 피의 군단은 미덥지 않다는 겁니까?

 

스렝 : 그런 뜻은 아니지만….

 

브레스 : 후후후, 당신이 무슨 생각 하는지 다 보이는군요. 스렝, 당신은 단순한 게 매력이니까요.

 

스렝 : 크흠….

 

브레스 : …난 만회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선뜻 자원한 거예요.

 

스렝 : 만회라고…?

 

브레스 : 그때 누아자의 신관을 좀 더 확실히 제압했더라면…. 발로르 님이 이런 치욕을 겪진 않았을 테니까요.

 

스렝 : 브레스, 그건 어쩔 수 없는 사고였다. 그 간악한 누아자 때문이지 네 탓이 아니야.

 

브레스 : 후후, 빈말이라도 고맙군요.

 

스렝 : 흠….

 

브레스 : 때마침 누아자의 사자가 없다는 건 아쉬운 일입니다. 하지만 마침 좋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죠.

 

스렝 : 좋은 생각이라고…?

 

브레스 : 왕성의 인간들이 피를 흘리며 고통스러워한다면 과연 누아자의 사자는 어떻게 반응할까요…? 후후후.

 

스렝 : …방심하지 마라. 브레스. 절대로 누아자의 사자를 얕봐선 안돼.

셀렌라우라 님도 그리고 발로르 님도. 모두가 그에게 패했다.

그 모든 패배의 원인은 모두가 하나같이 누아자의 사자를 얕봤다는 것에 있었지.

 

브레스 : …….

스렝, 당신은 누구를 믿고 싸우죠?

 

스렝 : 내가 믿는 것은…. 오직 발로르 님뿐이다.

 

브레스 : 후후, 그렇군요. 당신의 말대로입니다.

그분께서 하사하신 이 권능으로…. 간악한 누아자와 그의 하수인을 피로 물들이겠습니다.

 

스렝 : …….

 

브레스 : 후후, 걱정하지 마십시오. 달이 떠있는 동안 나와 피의 군단은 무적이니까요.

아마 적들은 성 밖으로 나올 생각도 못 할 겁니다. 게다가 이 아름다운 정원은 나의 피로 이뤄진 공간입니다.

제아무리 누아자의 사자가 강하다고 한들 이곳에선 절 당해낼 수 없을 겁니다. 그러니 염려 붙들어 매십시오. 스렝.

 

스렝 : …….

그래, 만에 하나.

 

브레스 : …?

 

스렝 : 전장에서 누아자의 사자를 만난다면…. 그와 단독으로 싸우지 마라. 브레스.

전투는 찰나일지라도 전쟁은 길다. 우리가 모두 힘을 합친다면 누아자의 사자 혼자서는 당해낼 수 없을 것이다.

이 싸움은 끝으로 갈수록 우리에게 유리해. 내 말을 이해할 수 있겠나?

 

브레스 : 후후, 물론입니다. 역시 군단 내 최고의 군인답군요. 그럼 다시 볼 날을 고대하겠습니다. 스렝.

 

스렝 : …….

 

(스렝은 더 이상의 참견이 무의미하다는 걸 깨닫고는 하려던 말들을 애써 삼키며 뒤돌아 정원을 떠났다.)

 

 

(스토리 각자의 생각 완료)

(잠들지 못하는 밤 스토리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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