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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스토리에서 이어짐)
# '수로의 비밀길' 전투 완수 후
베라핌 : 누구냐. 인간들인가…?
…….
호오, 이게 누구신가. 오랜만이로군… 나의 나약한 배신자여.
라지쿰 : 나는 널 배신한 적이 없다, 베라핌!
베라핌 : 그런가? 그쪽이 마음이 편하다면 그렇게 생각하도록 해. 상관없으니.
보아하니 인간들과 사는 삶이 꽤 재미있는 모양이로군.
너희들은 그때 그 무녀와 같이 있던 자들이구나.
그래… 그렇군. 그때 그 수정은 잘 사용하였다. 아주 맛있더군.
키안 : 그때의 그 녀석이군! 네가 세르하 님의 기억을…!
베라핌 : 흐흐, 어서 지하수로를 통과해가야 하지 않나? 저 위가 심상치 않던데 말이야. 허비할 시간이 있는 모양이군.
키안 : 크으….
베라핌 : 너희는 어차피 내 운명과는 상관없는 자들. 막지 않을 테니 어서 지나가라.
…….
라지쿰 : 베라핌! 함께 나가자. 내가 사는 곳은… 내가 리자드맨이라는 걸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아.
아침에는 떠오르는 태양을, 저녁에는 지는 해를 보며 살아갈 수 있다.
리자드맨이 하나 더 늘어난다고 신경 쓸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니 같이 가자.
베라핌 : 하하, 전혀 변하지 않았군. 라지쿰.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다정해. 그리고 나약하지.
그럼 나는 이만 가보도록 하지.
키안 : 잠깐, 거기 서!
베라핌 : 미안하지만 선약이 있는 몸이라 말이야.
(베라핌이 사라져 버렸다.)
라지쿰 : …….
가버렸나. 베라핌….
이쪽으로 쭉 올라가십시오. 로체스트 뒷골목으로 들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이만 모르반으로 돌아가겠습니다. 부디, 무사하시길.
…….
베라핌 : 정신이 드나?
놀엔 : 크윽….
베라핌 : 과연, 마족 지배술은 완벽하게 완성되었군. 반쪽짜리 마족에게도 들다니 말이야.
놀엔 : …….
베라핌 : 은거를 깨거라.
거짓을 말할 필요는 없다. 오로지 진실만을 말하라.
놀엔 : …….
베라핌 : 크흐흐, 가라. 예언자.
# 로체스트 대성당
세르하 : …….
키안 : 세르하 님.
세르하 : …? 앗, 저번에 저를 구해주신…. 이쪽으로 오세요. 어서요.
…….
여기라면 괜찮아요. 요즘 이곳 분위기가 좋지 않아요. 외부인이 눈에 띄었다간 끌려갈지도 몰라요.
키안 : 그 정도입니까?
세르하 : 네… 드윈 님은 이단 행위에 동참하여 처단되었고 기사단장 카단 님은 이단자로 수배되었어요.
그 전날까지만 해도 저와 이야기를 나누어 주셨는데…. 믿기지가 않아요. 근데….
키안 : 뭔가 마음에 걸리시는 것이 있습니까?
세르하 : 법황님과 주교님 왠지 두 분이 서로 다른 일을 꾸미고 계신 거 같아요. 아차, 이렇게 말하면 불경죄인데….
그렇지만 이상한걸요. 법황님은 카단 님 일엔 별로 관심이 없어 보여요.
키안 : 세르하 님, 사실 법황은….
세르하 : 어머? 저기 저분, 카단 님 맞죠?
카단 : 법황님!
레우러스 : 아니 이게 누구십니까!
여기까지는 어떻게 오셨습니까. 그렇잖아도 걱정하고 있던 참이었습니다.
카단 : 그 말씀은…. 이번 일이 법황님께서 지시하신 게 아니란 뜻입니까?
레우러스 : 아닙니다. 아닙니다. 제가 어찌 그런….
그러나 제 수하가 그렇게 명령을 내렸다면 그 책임은 제게 있는 게 맞겠지요. 미안합니다. 뭐라 드릴 말이 없군요.
카단 : 아닙니다. 법황님께서 사과하실 일은….
레우러스 : 그런데 지금 어디 계십니까? 안전한 장소라도 찾으신 겁니까?
카단 : …알아보고 있습니다.
레우러스 : 만약 적당한 장소가 정해진다면 저에게도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제가 도움을 드릴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카단 : 그렇게까지 신세를 질 수는 없습니다.
레우러스 : 그러나….
카단 : 그렇다면 한 가지만 여쭙겠습니다. 어째서 그런 명령이 내려진 것입니까?
레우러스 : 모르겠습니다. 법황이라고는 하나, 법황청의 모든 일을 다 알고 있는 건 아니니까요.
법황이라는 자리가… 이리도 무능하게 느껴지는 건 처음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안타까워도 지금은 어쩔 수 없습니다. 아직은 때가 아니니 돌아가십시오.
계속 이곳에 있는 건 너무나도 위험합니다. 길레스피라도 돌아오면….
힘들더라도 조금만 참으십시오. 여신께서 분명히 당신을 빛으로 이끌어주실 겁니다.
카단 : …….
알겠습니다. 말씀 감사합니다. 이만 가보겠습니다.
레우러스 : 안녕히….
…….
(카단은 레우러스의 말을 믿고 사라졌다.)
(결국 이번에도 역시… 운명을 바꿀 수는 없는 것일까?)
세르하 : (보셨죠? 아무래도 좀 이상해요.)
(앗, 더 안쪽으로 숨으세요.)
레우러스 : 병사!
문지기 : 네, 법황님!
레우러스 : 모르반 쪽 일은 어떻게 되어가나?
키안 : …!
문지기 : 인퀴지터는 잘 출발하였습니다. 여관을 습격하라 일러놨습니다.
레우러스 : 그래, 주교는 당분간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것이야. 카단을 쫓느라 바쁠 테니.
율케스의 무덤은 티 나지 않게 잘 덮어놓았나?
문지기 : 네, 아주 감쪽같습니다! 아무도 모를 것입니다.
레우러스 : 죽어서까지 여신에게 충성하는 인퀴지터라…. 이 일이 끝나면 성인으로 추서해야겠군.
문지기 : 좋은 생각이십니다.
레우러스 : 좋다, 가보아라.
…….
왕좌까지 얼마 남지 않았군. 그래… 좋아. 운명의 돌만 없어지면…!
…….
키안 : …….
…법황은 미친 게 분명합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어서 모르반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세르하 님, 저희와 같이 가시지요. 계속 이곳에 있는 건 위험합니다.
세르하 : 아까 말씀하시려던 것이 이 일이었군요. 하지만… 아뇨, 전 가지 않아요.
키안 : 세르하 님!
세르하 : 걱정해 주셔서 감사해요. 죄송스럽게도 전 두 분의 이름마저 기억하지 못하지만….
그래도 거짓이든 진실이든 전 예언의 무녀예요. 이곳을 떠날 순 없어요.
저기 불안해하는 사제들과 기사분들이 보이시나요? 저분들에겐 제가 있다는 것이 작은 버팀목이에요.
키안 : …….
세르하 : 그렇기 때문에 저는 떠날 수 없어요. 여기서 제가 잘못되거나 한다면 그것이 제 운명일 거예요.
키안 : 운명 따위 무슨 소용입니까.
세르하 : 후후, 신을 믿는 자가 신께서 내린 운명대로 살아가는 건…. 당연한 일이에요.
그것이 어떤 운명이든 기꺼이 받아들일 생각입니다.
제가 기억을 잃은 것도, 두 분이 절 구해주신 것도, 제가 여기에 남기로 선택한 것도 모두 운명이겠죠.
키안 : 세르하 님…. 제발, 제발 같이 가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세르하 : (말없이 미소 짓는다.)
괜찮을 거예요.
키안 : …….
(키안은 모르반 쪽의 하늘을 보았다가 다시 세르하의 얼굴을 보았다.)
키안 : 플레이어.
…….
가야겠습니다. 이미 늦었을지도 몰라요.
세르하 님. 부디 무사하세요. 다음번에 뵈었을 땐 제 이름을 알려드릴 테니 그때까지 꼭 무사하셔야 합니다.
세르하 : 후훗, 네. 그럴게요. 꼭 다시 뵈어요.
(스토리 수로로의 잠입 완료)
(비탄 스토리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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