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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보상

: 경험치 8,850,000

: 골드 57,000


 

(다른 계획 스토리에서 이어짐)

 

 

# 로나운 성채

 

(켈시나 산 고대 제단.)

 

: …마하….

 

(갑작스러운 마하의 등장에 루는 무기를 고쳐 쥔다.)

 

마하 : 잠깐, 진정해. 난 싸우러 온 게 아니니까. 구경만 하러 온 거야. 구경만.

 

: …또 무슨 꿍꿍이지?

 

마하 : 나 역시 악신이 깨어나길 학수고대하고 있거든. 보아하니 너도 같은 생각인 것 같은데…. 아니야?

 

: …….

 

마하 : 자, 플레이어. 잠깐 이걸 볼래?

 

(마하의 손 위로 마나가 모여들어 어떤 장면을 비추었다.)

 

브린 : 대체 무슨….

음?

 

(브린은 마하가 비추는 장면에 흠칫 놀란다.)

 

(타라타 왕성.)

(어두컴컴한 복도를 따라 피가 흥건하다. 복도 끝에서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진다.)

(곤히 잠든 누군가의 머리맡에서 발소리가 멈춘다.)

 

세르하 : …대, 대체 누가….

 

브린 : 서, 설마?!

 

클레르 : …….

 

키안 : 크, 클레르…!

 

: …….

 

브린 : …저건, 지배술 같군요.

 

마하 : 후후, 정답이야. 예리한걸?

아주 멀리서, 그것도 사도에게 걸기란 쉽지 않았어. 아주… 많은 성력이 필요했으니까.

 

세르하 : 어째서…?

 

마하 : 후후, 왜긴 왜겠어. 지금 왕성에서 그녀를 이길 상대는 없으니까.

 

(클레르는 두 손을 높이 들어 올려 금방이라도 창을 내려찍을 기세였다.)

 

키안 : 미, 밀레드….

 

(키안은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광경에 눈을 질끈 감았다.)

 

마하 : 자, 잠깐 멈춰두고….

 

(마하가 손가락을 튕기자 클레르의 행동이 멈춘다.)

 

마하 : 여기서 문제를 하나 내볼까…?

 

(마하가 손짓을 하자 등 뒤에 포탈이 열렸다.)

 

마하 : 후후, 이 포탈은 바로 왕의 침실로 이어져 있어.

악신 강림을 저지할 것인가? 아니면 소중한 친구를 구할 것인가?

과연 영웅은 어떤 선택을 할지…. 너무 궁금하네. 그렇지 않아?

 

브린 : 마하, 이런 치졸한 수를…!

 

[…….]

 

스피노스 : …….

적의 말을 순순히 믿는 멍청한 선택은 하지 마라.

제 몸 하나 간수 못하는 어리석은 왕은 더 이상 왕이 아니다. 에린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지금 죽는 게 좋을지도.

애초에 저놈만 없었다면 이세트 공주는….

게다가 넌 무엇보다 중요한 영웅의 길을 걷고 있지 않은가? 그건 사사로운 감정으로 무를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빛의 인도자를 도와 악신을 제거하는 것. 그것이 너의 사명인 것을 망각하지 마라.

 

리엘 : 아니, 그보단 당장 저 에르그를 파괴해야 한다고. 소년 왕을 구하는 건 그 후에 생각해. 친구야.

 

: …선택을 방해하지 마라. 스피노스. 로센리엔.

 

스피노스 : …….

 

리엘 : …….

 

[…….]

 

: 뭔가? 그 눈빛은…? 설마 내게 답을 구하는 건가? 후. 마지막까지 안타까운 영웅이군.

…내가 너였다면 신념을 따랐을 것이다. 하지만 네가 나와 같을 거란 기대 역시 하지 않는다.

넌 나와 결이 다른 영웅이니까. 난 네가 어떤 선택을 한다 해도 책망하지 않을 것이다.

그건 너도 마찬가지겠지. 그렇지 않나? 난 그저 신념대로 이곳에서 강림한 악신을 처치할 뿐이다.

 

(루는 시선을 회피하며 잠시 망설이다가 말을 이었다.)

 

: 솔직히 말하자면…. 과거의 난 널 전력의 일부로 여기지 않았다. 여기까지 올 거라곤 생각지도 못했지.

그 말인즉슨 넌 이미 기대 이상으로 해줬다. 내 판단이 틀렸음을 인정하지.

…왜냐고? 너의 어수룩하고 나약한 모습이 난 몸서리치게 싫었다. 마치 과거의 나를 보는 것 같았으니까….

하지만 지금의 너는 분명 나와는 다른 길을 걷고 있다. 그게 옳은 길인지 아닌지는 고민하지 마라.

오직… 신념을 걸고 싸워라.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은 여기까지다.

 

세르하 : …….

 

(두 영웅의 설전을 듣던 세르하는 갑자기 의식이 멀어진다.)

 

세르하 : 아….

 

누아자 : 세르하여.

 

세르하 : 누, 누아자 님…?

 

누아자 : …밀레드. 밀레드를 구하라.

그가 죽으면 모든 것이….

 

세르하 : 네? 그게 무슨….

 

키안 : 세르하 님. 누아자의 음성을 들으신 겁니까?

 

세르하 : …네. 밀레드를…. 구해야 한다고 하셨어요.

 

메르 : 어째서 누아자가 한낱 인간의 생사에 관여를….

 

브린 : …….

여유 있게 생각할 시간은 없습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플레이어.

 

[밀레드]

 

브린 : 알겠습니다. 그럼 가시죠.

 

(영웅 일행은 차례대로 마하가 열어둔 포탈로 들어갔다.)

(메르는 머뭇거리며 루를 바라본다.)

 

메르 : 루…. 나는….

 

: 아버지께서 선택한 사람입니다. 결국 누가 영웅인지는 오늘 이 자리에서 결론이 나겠지요.

 

메르 : …….

반드시 승리해 줘.

 

: 물론입니다.

 

(마지막까지 루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하던 메르도 포탈로 들어갔다.)

 

스피노스 : …끝까지 멍청한 선택을….

 

: …….

 

마하 : 후후후. 정해진 것 같네?

지켜본 감상이 어때? 너무 뻔했나?

 

: 이따위 수작질로 날 방해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나 보군.

 

마하 : 무슨 소리야? 너 역시 악신을 깨우는 걸 바랬잖아. 같은 목표의 동업자끼리 서운한걸?

 

: 같은 목표라…. 우습군.

넌 악신을 이용해 세상을 혼돈에 빠뜨리려 했겠지만 난 그 악신을 제거해 반복된 운명을 끝낼 것이다.

 

마하 : 그래, 그래야 마나난이 네게 돌아올 테니까…. 예나 지금이나 가엾고 딱한 다우나.

 

: …….

발로르의 다음은 너다. 마하.

 

마하 : 우후후, 그래. 그럼 방해가 되지 않게 내 차례나 기다리고 있을게.

 

(마하는 유유히 날아 구경하기 좋은 구석에 다리를 꼬고 앉았다.)

(그때, 마침내 찢어진 공간에서 발로르가 완전히 빠져나왔다.)

 

발로르 : 그런 허술한 봉인으로 날 가두려 하는가?! 누아자여!

음?

…이 힘은…?!

 

(호기롭게 갈라진 틈에 대고 소리치던 발로르가 자신의 손을 무심코 바라보며 혼잣말을 되뇌었다.)

 

발로르 : 서, 설마?!

 

: …….

 

(발로르의 시선이 루의 발아래 죽어있는 탈티아를 향한다. 상황을 인지한 악신은 분노에 가득 찬 표정을 지었다.)

 

발로르 : …브레스. …라우라.

…셀렌. …스렝.

…탈티아.

…모두 네놈의 짓인가?! 무도한 팔라라여?! 누아자가 지시했나?

 

: …나는 누군가의 지시로 움직이는 사람이 아니다. 오직 내 신념에 따라 침략자를 단죄할 뿐이다.

곧 너도 네 부하들을 따라가게 되겠지. 악신 발로르.

 

마하 : 부하들의 일은 유감이야. 나 역시도 팔라라의 폭주를 막긴 역부족이었거든.

 

발로르 : …….

 

(발로르가 땅으로 내려와 루와 마주 선다.)

 

발로르 : 너의 죗값에 파괴라는 형벌을 내려주마.

 

(둘 사이의 전운은 최고조에 달하고 있었다.)

 

: …어디 할 수 있다면 해봐라.

하앗!

 

(루가 신성을 담아 브류나크를 휘두르자, 발로르가 핼버드로 받아쳐 날카로운 금속음이 울린다.)

 

: …….

 

발로르 : 흐음!

 

(발로르가 핼버드를 사선으로 올려 베자 강력한 충격파가 루를 덮쳤다.)

 

: …!!

 

(루는 몸을 비틀어 가까스로 피해냈지만,

어깨 바깥쪽을 스친 날카로운 궤적을 따라 한 박자 뒤늦게 출혈이 터져 나왔다.)

 

스피노스 : 빛의 인도자께서…?!

 

(스피노스가 주문을 외우자 루의 어깨에 생긴 상처가 순식간에 아물었다.)

 

발로르 : 과연… 잽싸구나. 팔라라여.

 

리엘 : 루, 상대는 악신이야! 방심하지 말라고!

 

: …후, 알았다.

 

(한차례 공방으로도 상대의 강함을 충분히 가늠할 수 있었다.)

(고요한 적막 속에서 다시 둘의 무기가 강하게 격돌했다. 빠른 템포로 금속음이 여러 차례 울려 퍼졌다.)

 

리엘 : 이크! 루, 위험해!

 

(리엘의 마법으로 마나 결정을 소환해 발로르의 공격을 막아낸다.)

 

마하 : 후후후, 어떻게 된 거야? 팔라라. 악신을 처치하겠다는 원대한 계획은 어디 가고 피하기만 하는 거지?

 

: 치잇!

 

스피노스 : …저런 도발 따위에 넘어가지 마십시오.

 

발로르 : ……!

 

(발로르의 핼버드에 검은 불꽃이 튀며 루가 조금 전 서 있던 땅을 가른다.)

(그 빈틈을 노려 루가 신성이 가득한 창을 내지르며 역공을 퍼붓는다.)

 

발로르 : 제법이구나, 팔라라여!

허나… 이 싸움의 승리는 짐이 가져가겠노라!

 

(발로르가 루의 공격을 받아낸 뒤 날개를 펼쳐 쏜살같이 루를 향해 날아든다.)

(그의 핼버드에 맺힌 검붉은 불꽃이 거세게 몰아친다.)

 

: 으, 윽…!

 

(루의 프리즘 실드가 강력한 힘을 견뎌내지 못하고 파괴된다. 그 충격파를 고스란히 몸으로 받아낸 루가 쓰러진다.)

 

: 헉, 헉. 쿨럭….

 

스피노스 : ……!

 

리엘 : 저, 저런!

 

(발로르가 날아들어 루의 목을 조른다.)

 

발로르 : 살고 싶은가? 더 발버둥 치고 애원해 보라.

어떤가? 죽음의 공포가 느껴지는가? 팔라라여…!

그 공포가 바로 짐의 분노다!

 

스피노스 : 아, 안돼!

 

(스피노스가 주문을 외워보지만 발로르의 성력 때문에 루에게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 크윽…!

이건 나의 패배일 뿐…. 반드시…. 누군가가 널 쓰러뜨릴 것이다….

 

발로르 : …유언치곤 조촐하기 그지없군.

…죽어라…!

 

(발로르가 최후의 선고를 내린 뒤 핼버드를 내려찍자 검붉은 불길이 루를 덮친다.)

 

스피노스 : 아, 안돼…!

 

리엘 : …….

 

(루의 성력이 가루처럼 흩어진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스피노스는 주저앉은 채 하염없이 오열했다. 젖은 붕대가 그의 눈물을 짐작게 했다.)

(리엘은 평소와 달리 할 말을 잃은 채 그 광경을 지켜볼 뿐이었다.)

 

발로르 : …….

팔라라를 따르는 신관과 마법사인가. 필멸자 주제에 신의 권능을 빌려 영생을 얻었구나.

 

스피노스 : …크흑흑, 곧 따라가겠습니다. 빛의 인도자시여…!

 

리엘 : …….

 

(발로르는 탈티아의 주검을 보고는 잠시 생각에 잠긴다.)

 

발로르 : …생각이 바뀌었다. 네놈들은 살려두겠다.

 

스피노스 : 어, 어째서…!?

…죽여라, 죽여달란 말이다!

 

리엘 : …….

 

발로르 : 후후, 영생을 가진 네놈들이라면 그것이 더 큰 고통이겠지.

무능하게 살아남아 두 눈에 담아둘지어다. …낙원의 파멸을.

 

스피노스 : …….

 

리엘 : …….

 

(상황이 정리되자 마하는 유유히 그들의 사이를 가로질러 소임을 다한 엘쿨루스의 봉인을 회수했다.)

 

마하 : 발로르, 이제 어디로 갈 셈이지?

우리 할 얘기가 많을 것 같은데…. 그렇지 않아?

 

발로르 : …….

안내하거라. 마하여.

 

마하 : 후후후….

 

(마하는 스피노스의 리엘을 스윽 쳐다보고는 비웃은 뒤 포탈을 열어 발로르와 함께 어디론가 사라졌다.)

(켈시나 산 정상에는 차가운 바람 소리만이 가득했다.)

(스피노스와 리엘은 망연자실한 채 그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리엘 : …….

우리도… 이만 갈까? 스피노스?

 

스피노스 : …….

어디로 말인가?

 

리엘 : 어디긴 어디겠어? 타라타 왕성이지. 남아있는 영웅에게 희망을 걸어봐야지.

 

스피노스 : …거절하지. 우리도 이만 여기서 헤어지는 게 좋겠군.

 

리엘 : 응?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스피노스 : 빛의 인도자가 없는 이상…. 우리의 역할도 다한 것이다. 우리가 무얼 더 할 수 있겠는가?

 

리엘 : …또 엉뚱한 소릴 해대는군. 이제 에린의 미래는 영웅의 손에 달렸어.

플레이어를 도와야지! 잔말 말고 따라오기나 해!

 

스피노스 : …그자는 영웅이 아니다. 아직도 모르겠나? 그자는 결코 에린을 구할 수 없다는 말이다.

 

리엘 : 스피노스…!

 

스피노스 : 내 생각은 변함이 없다. 그럼, 작별이다. 로센리엔.

 

(신관은 대마법사의 반대편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긴다.)

(대마법사는 우두커니 서서 오랜 동료가 떠나가는 모습을 하염없이 지켜봤다.)

 

 

(스토리 영웅들의 신념 완료)

(구원의 선물 스토리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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