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영전 스토리/시즌4: 메인

[시즌4/메인] 로흘란의 바람

브리니클 2024. 3. 28. 20:10

스토리 보상

: 경험치 3,540,000

: 골드 57,000


 

(봉쇄령 스토리에서 이어짐)

 

 

# 베르베 잡화점

 

(잔도길.)

 

(어두컴컴한 잔도.)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바닥의 썩은 나무판자들이 저마다 비명을 지르듯 삐그덕 소리를 냈다.)

(앞장서서 걷던 레샤우는 뒤처진 일행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레샤우 : 다들 괜찮으십니까?

 

(무리의 한참 뒤에서 세르하와 키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키안 : 전 괜찮습니다.

 

세르하 : 저도…, 아직까지는…. 버틸 만해요.

 

키안 : 세르하 님, 조금 쉴까요?

 

세르하 : 아니요, 일행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아요.

 

브린 : …….

괜찮지 않다고 말하면 왠지 죄책감이 들겠군요.

 

(브린은 거친 숨소리를 억누르고 있었다.)

 

메르 : 상상했던 것 이상의 험한 길이네. 과연 군대가 주둔하지 못할 만해.

그보다 난 레샤우가 문득 대단하게 느껴지는데? 호흡의 흐트러짐도 없이 앞장서서 걷는 게 말이야….

 

(일행의 성토에 레샤우는 살포시 미소를 지었다.)

 

레샤우 : 저 역시 이 길이 힘든 건 마찬가지입니다.

이 잔도길은 사제들에게 고행의 의미를 깨닫게 하기 위해 만들어진 길이니까요.

…어릴 적 이 길을 걸을 때는 지금과 같은 고민이라던가 걱정이 없어서 몸이 괴로웠을 뿐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그 반대라고 할까요?

고행을 견뎌내는 몸은 괜찮으나 오히려 마음속의 번잡스러움이 견디기 어렵다는 걸 새삼 깨닫습니다.

…….

 

(레샤우의 얼굴은 근심이 가득해 보였다.)

 

[고민?]

 

레샤우 : 실은 얼마 전부터 마신께서 응답을 하지 않고 계십니다. …뭔가 피치 못할 사정이 있으신 거겠지만요.

네? 아, 그게 언제부터였냐면…. 총사령관 이루산의 신탁을 내린 지 얼마 후의 일입니다.

이로 인해 저를 비롯해 이루산 님께서도 큰 곤혹을 치르는 중이었지요.

 

[곤혹?]

 

레샤우 : …마신의 목소리를 듣지 못하는 예언의 사제. 더군다나 그 예언의 사제는 네메디안이죠.

덩달아 그 예언의 사제로부터 받은 신탁이 다름 아닌 인간과의 화합이라니….

그리 쉽사리 인정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니겠죠.

 

메르 : …총사령관의 정통성이 의심받는 상황이로구나.

 

레샤우 : 맞습니다. 마족에도 기득권층이 존재하니까요.

총사령관을 부정하고 저를 부정해야 그들의 권력이 유지될 수 있을 테니까요.

 

브린 : 그 말은 마족이 현재 내전 상태라는 뜻입니까?

 

레샤우 : …그렇습니다. 총사령관이 권좌에 오른 뒤 가장 먼저 한 것은 반란 세력에 대한 숙청이었습니다.

물론 일단락이 된 문제지만 아직도 불만을 가진 자들이 많을 거라 생각됩니다.

모두에게 신앙의 가치는 제각각이고 저마다의 이익과 손실도 다르니까요.

언제라도 누구든지 등을 돌릴 수 있는…. 그런 위태로운 상황임은 분명해 보입니다.

 

브린 : 마족 내부도 인간 측과 다를 바가 없다니…. …생각했던 것보다도 상황이 훨씬 좋지 못하군요.

 

메르 : 브린, 미리 낙담할 필요는 없어. 이성적으로 생각해. 그런 걱정은 이루산을 만난 뒤에 해도 늦지 않아.

 

브린 : 이성적이라…. 그것도 어디까지나 이루산이 멀쩡하다는 걸 가정해서 하는 말이지 않습니까?

언제나 상황은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습니다. 미리 최악을 상정해두고 대비하는 게 좋습니다.

 

메르 : 최악의 상황이라….

 

게르트루트 : 여기서 이러쿵저러쿵 실랑이해 봐야 아무런 의미가 없다.

린간에겐 린간의 규칙과 법도가 있듯이 우리에겐 우리의 규칙과 법도가 존재하지.

힘이 있다면 없던 정통성도 생기고 힘이 없다면 있던 정통성도 사라진다. 그것이 우리의 규칙이고 법도지.

이루산에게 반기를 드는 세력이 있다는 것에 대해 여러 요인을 들었지만 나는 모두 정답이 아니라고 본다.

네메디안 출신 예언의 사제. 그리고 예언의 사제로부터 신탁을 받은 총사령관.

이 모든 논란의 근본은 바로 힘이 있고 없고지. 다른 게 아니야.

우리는 힘 있는 자를 따른다. 기득권층은 오랫동안 권력을 유지하며 쌓아온 힘이 있지.

반면 이루산이 일시적으로 그들을 무너뜨렸다고는 하지만

정상적으로 권력이 뿌리를 내렸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레샤우 : 게르트루트 씨….

 

게르트루트 : 레샤우, 명심해야 한다. 넌 틀림없는 예언의 사제라는 것을….

반기를 드는 세력이 표면상 그걸 부정하는 것 같지만 사실 그들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야.

자신들이 가짜고 네가 진짜라는 것을 말이다. 그러니 굳이 저들이 짠 판에 발을 디딜 필요는 없다.

네가 본 대로 이루산이 지혜롭고 신중한 지도자라면 그 힘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견고해질 것이야.

널 믿지 못하고 부정하는 자들도 곧장 태도를 바꾸겠지.

물론 네 걱정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그럴 수도 있지.

하지만 그 걱정 하는 마음에 사로잡혀 일을 그르친다면…. 그거야말로 저들이 원하던 그림이겠지.

 

(게르트루트의 말을 듣던 레샤우는 희미하게 웃어 보였다.)

 

레샤우 : 고맙습니다. 게르트루트 씨.

혼자서 끙끙 앓을 땐 도저히 길이 보이질 않았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조금 더 일찍 털어놓을 것을 그랬습니다.

 

게르트루트 : …….

 

(게르트루트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

….

 

(일행은 다시 말없이 어두컴컴한 길을 걷기 시작했다.)

(얼마나 걸었을까…. 땀 맺힌 얼굴로 어느새 바람이 전해지기 시작했다.)

 

레샤우 : 거의 다 온 것 같군요. 희미하지만 지상의 바람이 느껴집니다.

 

메르 : 드디어….

음…?

 

브린 : 뭡니까? 갑자기….

 

메르 : …바람에 피비린내가 섞여 있어.

 

세르하 : 설마….

 

키안 : …….

 

게르트루트 : …나도 느꼈다. 여기서 지상까지의 거리를 생각하면 상당히 많은 양의 피가 아닐까 추측되는군.

 

브린 : 플레이어. 저 위는 지옥일 거라는 저의 생각이 제발 헛된 망상이길 바랍니다.

 

레샤우 : …저라도 먼저 올라가서 살펴보겠습니다.

 

(레샤우는 말릴 새도 없이 달리기 시작했다.)

 

게르트루트 : 레샤우, 혼자서는 위험하다!

 

(게르트루트 역시 허겁지겁 그 뒤를 따랐다.)

 

메르 : 플레이어. 우리도 가자.

괜찮겠어? 브린?

 

브린 : 괜찮지 않아도 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저는 신경 쓰지 말고 어서 가시죠.

저 위의 상황이 무엇보다 중요하니 말입니다.

 

키안 : 세르하 님.

 

세르하 : …….

 

(세르하는 키안을 마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일행은 전력을 다해 달리기 시작했다. 몸은 지칠 대로 지쳐있었지만 모두 그 사실을 잊은 채 달렸다.)

(이윽고 캄캄한 어둠을 지나 빛이 드는 입구에 다다랐다.)

(그리고 눈앞에 펼쳐진 모습에 모두가 할 말을 잊고 말았다.)

 

메르 : 이, 이건….

 

레샤우 : ……!

 

세르하 : ……!!

 

게르트루트 : 어떻게 이런 일이…!

 

(스산한 바람이 부는 로흘란 평원의 야트막한 언덕은 마족의 시체들로 가득했다.)

(그들이 흘린 피는 비탈을 따라 강을 이루고 있었으며 참혹한, 그야말로 생지옥의 모습이었다.)

 

브린 : …일어나지 말기를 바랐건만….

 

레샤우 : …이건….

 

(레샤우는 꿇어앉은 채로 무언가를 살폈다.)

 

게르트루트 : 조심해라, 레샤우. 이곳은 안전하지 않다.

 

레샤우 : …지배술의 흔적입니다.

 

브린 : 이렇게 많은 마족을 한꺼번에…, 이것이 정녕 에녹, 그자가 남긴 것입니까…?

…마지막 순간까지도 상상을 초월하는 자로군요.

 

게르트루트 : …….

 

(게르트루트의 꽉 쥔 주먹이 부르르하고 떨었다.)

 

메르 : 이곳 상황이 이 지경이라면…. 이루산은 안전할까…?

 

브린 : 글쎄요… 낙관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플레이어, 당신이 나서야 할지도 모릅니다.

 

(브린의 말에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레샤우 : 이쪽입니다. 여러분.

 

(로흘란의 바람 전투 정보 받음)

 

(일행은 레샤우가 가리킨 방향을 바라봤다.)

(거대한 군막, 나부끼는 깃발. 로흘란 주둔지가 웅장한 위용을 자랑하고 있었다.)

 

 

# '로흘란의 바람' 전투 진행 중

 

 

# 베르베 잡화점

 

브린 : 간신히 쓰러뜨렸군요.

 

레샤우 : 지배술의 흔적이 사라졌습니다.

 

이루산 : …….

 

[이루산?]

 

이루산 : 그대들은… 린간…?

 

 

(스토리 로흘란의 바람 완료)

(죽음을 지는 자 스토리로 이어짐)